의정감시센터 국회 2025-12-26   93079

[논평] 더불어민주당의 필리버스터 제한법 처리 바람직하지 않아

서로 다른 입장 피력하고 듣는 시간, 최소한은 있어야

언론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오늘 30일 본회의를 열어 이른바 ‘필리버스터 제한법’을 통과시키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하고도 본회의장에 있는 의원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 논란이 되자, 재적 의원 5분의 1 이상(60명 이상)이 출석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무제한 토론을 중단시킬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필리버스터란 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허용하는 제도이다. 그럼에도 현행 국회법상 24시간이 지나면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필리버스터를 종결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 물론 필리버스터 중에 소수의 의원만 본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문제이다. 그러나 재석 의원의 수까지 정해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시키겠다는 것은, 토론과 논쟁을 통한 의회주의를 형해화시키고 다수결로 모든 법안을 빠르게만 처리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다. 필리버스터를 제한하는 국회법의 본회의 상정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의힘은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위한 법원조직법 개정안, ‘허위조작정보’를 근절하겠다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여당의 법안 처리에 반대하며 필리버스터를 시작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국민의힘 의원들조차 본회의장에 재석하지 않는 것을 문제 삼았고, 필리버스터가 의사 결정을 지연시킬 뿐 아무런 효능이 없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물론 국민의힘 의원들을 포함해 필리버스터 기간 중 재석 의원의 수가 한두 자릿수에 불과한 것은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것이 필리버스터가 무용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평가되어야 할 지점은 필리버스터 제도가 아니라 국민의힘을 비롯해 본회의장에 재석하지 않는 의원들에 대한 평가이다.

현재의 국회 원구성으로는 여당이 법안을 밀어붙이더라도 야당이 법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하고, 언론에서 해당 법안의 도입 취지, 도입 시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다룰 시간이 24시간에 불과하다. 주어진 24시간 동안 여론의 지형을 바꾸는 것은 국회의원과 정당의 몫이다. 오히려 감동과 설득을 주지 못한 국민의힘과 국회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즉 24시간이라는 시간이 여야에 동일하게 주어진 것으로, 창과 방패로 해당 법안의 찬반 입장과 근거를 제시해 국민을 설득하고 여론의 지형을 바꾸기 위한 노력 여하에 따라 국회가 평가받아야 하는 것이다. 적어도 24시간 동안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하고 듣는 시간이라도 확보되어 국회의 소통과 논의 시간은 담보되어야 한다. 필리버스터 제도의 취지는 이견을 가진 소수당에게 의사표명의 기회를 주기 위함에 있다. 다수당이 본회의 참석 등의 조건을 걸어 국회법으로 강제할 사안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법안 처리를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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