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양당독점, 대표성·다양성 보장 못하는 선거제도 개혁 시급
주권자가 함께 하는 ‘정치개혁 범시민 논의 숙의 기구’(가칭) 구성해야
지난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졌다. 시도지사에서 기초의회 의원까지 정당별 당선인 수를 비교해 보면 더불어민주당 2,295석(54.6%), 국민의힘 1,692석(40.3%)인 반면, 무소속 126석(3%), 진보당 40석(1.0%), 조국혁신당 39석(0.9%), 정의당 6석(0.1%), 녹색당과 개혁신당은 각 1석(0.02%)에 불과하다. 5월 4주 두 정당 지지율이 83.4%(각각 44.9%, 38.5%, 출처 리얼미터)인 것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당선자의 약 95%를 차지한 것은 10% 이상 차이가 있다. 거대 양당의 당선자 독식으로 인한 불비례성이 이번에도 반복된 것이다. 61%로 높아진 투표율은 지방자치에 대한 주민들의 열망을 보여주지만, 현행 선거제도는 주민들의 지지율을 의석수로 반영하지 못했다. 거대 양당에 유리한 선거제도는 거대 양당이 생산적인 정책에 기반한 경쟁,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는 선거가 아닌 비판과 실수와 실정에 따른 반대급부를 얻는 데 집중하게 만들며 결국에는 주민자치라는 선거 본연의 목적을 훼손한다. 대표성·비례성·다양성이 보장되는 선거제도 개혁이 더 이상 거대 양당의 담합에 밀려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22대 하반기 국회는 상임위원회 구성과 동시에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 나서야 한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대선거구제 실시 지역과 비례의원 비율 소폭 증가라는 공직선거법 개정이 있기는 했지만, 대표성·비례성·다양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지방선거제도의 문제점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특히 소수정당의 의회 진출 확대를 위한 중대선거구제 실시 지역은 불과 선거를 며칠 앞에 두고 결정되어 제도 취지가 실현될 거라는 기대조차 하기 어려웠다. 이런 선거제도로 치른 결과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당선자 수의 95% 차지이다. 예상된 결과였지만, 다양성은 줄어들었고 양당 독점은 유지되었다. 거대 양당의 독점은 강화시키는 반면 다양성과 비례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현행 선거제도로는, 지역을 살리고 지역 현안을 주민자치로 해결하려는 지방선거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 승자독식의 단체장 선거는 대표성을 왜곡시키는 만큼 적어도 광역단체장부터 결선투표제 도입이 필요하다. 또한 다양성 강화를 위해 광역 · 기초 의회의 비례대표의원 비율을 대폭 확대하고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동시에 지역 현안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지역정당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무투표당선 문제도 8회 선거에 이어 반복됐다. 선관위 자료(6/2 기준)에 따르면, 기초단체장 3명(광주 서구청장, 광주 남구청장, 경기 시흥시장)을 포함해 전국 후보자 511명이 무투표당선이 확정되며 기록을 경신했다. 무투표당선이 7회 선거 때 85석이던 게 8회 선거 때 489석으로 약 6배 증가했고 9회에서 511석으로 22석 더 증가하면서 무투표당선 증가 추세가 유지됐다. 상당수의 무투표당선 선거구는 더불어민주당 또는 국민의힘이 일방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사실상 일당 독점인 지역이다. 한편 서울, 경기권에서의 나눠먹기에 의한 무투표당선 증가도 예의주시할 부분이다. 무투표당선이 급증하면서 후보자들은 선거운동을 할 권리를, 유권자들은 후보자를 알 권리와 투표할 권리를 빼앗긴다. 선거운동도 투표도 없이 주민의 대표가 되는 것은 너무나 큰 문제이다.
지난 5일 조정식 국회의장이 선출되면서 22대 하반기 국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2대 하반기 국회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거대 양당 독식·민의 왜곡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는 한국 사회의 다양성이 국회 의석 구성에 반영되는 다당제 정치와, 다양한 정치실험과 정책에 기반한 정책연합을 가능하게 하는 연합정치의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확인시켰다. 비례대표의원과 중대선거구제 대폭 확대, 결선투표제 도입 등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제 개혁이 필요하다. 2년 뒤 치러질 국회의원선거 또한 현행 위성정당과 결합한 준연동형비례대표제로는 비례성과 대표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제 국회가 이 교훈을 토대로 선거제도 개혁, 정치개혁 논의에 앞장서야 할 때이다. 앞으로 2년간 선거가 없다. 이해득실을 계산하느라 선거제도 개혁이 매번 늦어지는 문제를 가지지 않은 채 공론화와 논의를 통해 선거제도 개혁, 정치개혁을 논의할 수 있는 적기이다. 하반기 상임위 구성 논의에 정개특위 구성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또한 정치제도 개혁을 당사자인 국회의원들에게만 맡겨놓을 수는 없다는 것 역시 다시 한번 분명해졌다. 국회는 정개특위 구성과 함께 정치개혁 논의에 주권자가 참여하고 숙의할 수 있는 ‘정치개혁 범시민 논의(숙의)기구’(가칭)를 만들고 개혁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끝.
논평 [원문보기/다운로드]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