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참여행사 2026-06-30   2456

[후기] ‘장항준 감독의 고민상담소’ 후기를 전합니다 🤗

2026년 6월 17일, 참여연대의 오랜 회원이자 영화감독인 장항준 감독이 참여연대를 찾았습니다. 60여 명의 회원, 상근자들과 함께 유쾌하고 따뜻한 시간을 보냈는데요, 당일 함께한 김선광 회원님의 후기를 전해 드립니다.


김선광 참여연대 회원

지난 5월 말경에 참여연대의 알림톡을 받았다. ‘장항준 감독의 고민 상담소’를 열겠다는 내용이었다. 지금 나에게 다른 사람의 조언이 시급할 정도로 특별한 고민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영화 ‘왕의 남자’ 이후 대한민국 영화계의 대세가 된 장항준 감독에 대한 호기심에 더하여 그가 다른 이들의 고민에 제시할 해법이 궁금하였다. 그 이유는 장항준 감독에 대해 내가 평소 가지고 있던 이미지 때문이었으리라. 스페인의 시인 안토니오 마차도는 ‘길은 걸어가면서도 만들어진다.’라고 말했다. 어떤 고민에 대한 답을 깊은 생각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때로는 행동하며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미디어를 통해 보아 온 장항준 감독의 모습에 미루어 짐작하건대, 왠지 그는 행동을 통해 답을 찾는 사람일 것 같았다. 내가 장항준 감독의 고민 상담소에 들르게 된 이유이다. 2시간 동안 진행된 ‘장항준 감독의 고민 상담소’는 그의 밝은 에너지와 유쾌한 입담 때문이었을까? 여기저기서 웃음이 계속 터져 나왔다. 그렇다고 가벼운 이야기만 오고 간 건 아니었다. 특히 관계, 고민을 마주하는 자세, 회복에 관한 이야기들은 내가 장항준 감독의 고민 상담소를 다녀온 이후에도 되새겨 본 것들이었다.

그날 고민 상담소에서는 ‘관계’에 대한 고민이 꽤 다루어졌다. 정확한 고민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관계 형성 및 유지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들이었다. 장항준 감독은 과거 각자의 머릿속에 또는 전화번호 수첩에 기록된 연락처의 숫자와 오늘날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의 숫자를 비교하며 현대인들이 잘못하면 휩쓸려 떠내려갈 수 있는 관계의 홍수 속에 놓여있음을 실감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모든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쓰지 말고 때로는 관계를 정리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라는 해법을 제시해 주었다(물론 장항준 감독의 해법을 내가 잘못 해석한 것일 수도 있음을 밝혀둔다). 소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쉽지 않겠지만 내 삶을 지탱해 줄 관계를 찾고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라고 공감했다. 얼마 전 지인이 건네준 말이 문득 떠올랐다. “관계의 양이 아니라, 관계의 무게중심을 어디에 두는지가 더 중요하다.”

고민 상담소에서 제기된 많은 고민의 종결 어구는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내지는 “이런 문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민의 해법을 듣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질문들이었다. 장항준 감독의 제시한 해법이 뜻밖으로 해학적이어서 순간 웃음이 나왔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꽤 깊이 있는 대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항준 감독은 어떤 고민이나 선택에 대한 고민이 계속 이어질 될 때는 “에이! 모르겠다!”(장항준 감독의 실제 했던 말을 상당히 순화한 표현임을 밝힌다) 해 버린다고 했다. 얼핏 ‘포기’하는 말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그 말의 진정한 속뜻은 포기가 아니라, ‘성공에 대한 강박과 집착을 버린다.’라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 모든 일에 성공할 수도 없고, 성공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고민 상담소의 마지막은 서로 입장을 바꾸어 그날 모인 청중들이 장항준 감독의 고민을 듣고 해법을 제시하는 시간이었다. 장항준 감독의 고민은 ‘최근 스스로 에너지가 많이 소진되었음을 느끼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시간 나의 머리를 스친 것은 이 질문에 대하여 청중들이 제시한 다양한 해법이 아니라, 질문 자체에 담긴 ‘회복’의 중요성이었다. 우리는 어떤 고민을 들었을 때 그 해결에 우선 집중한다. 그런데 고민이 해결된 이후, 이미 지쳐있을 내담자의 회복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하지 않았나? 그동안 고민하며 고통받았을 사람이 회복되어야 진정으로 고민이 해결되는 것이 아닐까?

앞에서도 이야기하였듯이 유쾌하게 진행된 ‘장항준의 고민 상담소’는 적어도 그날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고민의 무게를 한결 가볍게 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이번 느티나무 아카데미의 기획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사람이 만들어 온 길을 어렴풋이나마 짚어볼 수 있어서 앞으로 내가 걸어갈 길의 지도를 그리는 데에 도움이 되었던 시간이었다. 특히 그 사람이 단순히 유명인이어서가 아니라 오랜 시간 참여연대의 회원으로 아름다운 삶과 사회에 대한 고민을 나눠온 사람이었기에 더 큰 의미를 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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