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지난해 12월 말에 이례적으로 단행된 경인여자대학 학장직무대행을 포함한 교수 4인에 대한 긴급체포 및 구속과 관련하여 저희 경인여자대학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교수·직원·학생 대표기구)는 한마디로 비통한 마음입니다.
저희는 지금 전국의 대학교수들과 시민단체의 참여를 바탕으로『경인여대 민주화 및 구속교수 석방을 위한 공통투쟁위원회』를 결성하고, 구속교수의 조속한 석방과 경인여대 구 재단의 비리를 극명하게 밝히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대통령께도 이와같이 간절히 호소드리는 것입니다.
경인여자대학은 백창기씨가 설립자 겸 재단이사장, 그의 아내인 김길자씨가 학장, 그 아들인 백충현씨가 기획실장을 맡았던 전형적인 가족 족벌경영체제로서, 1992년 개교이래 이들 족벌재단은 온갖 독단적인 전횡를 자행하여 왔습니다. 최근 3년 동안 학교 측의 방해로 총학생회가 결성되지 목한 것은 물론, 학생들의 기본적인 학업과 대학생활을 위한 기본마저 무시되어 왔습니다.
교직원들도 철저한 통제 속에서 기본적인 인권마저 유린당하면서, 교육자로서의 자부심은커녕 절망과 무기력감 속에서 지내 왔으며, 이런 과정에서 개교 이래 학교를 퇴직한 교직원이 300여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열악한 교육환경 하에서 신음하던 교수·학생·직원은 충정어린 건의를 통하여 학교 경영개선을 추구해 왔지만 모든 것이 효과가 없고, 오히려 탄압을 받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교수·학생·직원이 한결같이 족벌비리·부패재단의 퇴진을 요구하며 교육민주화 운동을 전개하였던 것입니다.
그 결과 교육부는 2000년 6월 7일부터 17일까지 특별감사를 실시하여 전 이사장 백창기, 전 학장 김길자 부부, 이들의 아들 전 기획실장 백충현이 학교를 파행적으로 운영한 사실을 밝혀내고, 동년 7월 3일 이사취임 승인을 취소하고, 동년 7월 14일 임시 이사진(이사장 최희선 인천교대 총장) 선암을 결정하였으며, 임시이사로 구성된 이사회에서는 '경인여자대학 비상대책위원회' 의장인 이상권 교수를 과도기적 체제로서 학장직무대행에 임명함으로써 경인여대는 구 재단의 비민주적이고 비교육적인 구조를 청산하고 학원 민주화와 교육정상화를 이룩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 중에 2000년 2학기 학사일정을 정상적으로 마무리 짓는 시점인 지난해 12월 28일 인천지검 공안부(부장검사 강영권, 담당검사 조준형)는 경인여대 학장직무대행 이상권 교수, 학생처장 임재욱 교수, 교수협의회 공동의장인 정학성 교수, 최성근 교수 등 4인에 대해 '업무방해 및 폭력행사' 혐의로 긴급체포하고 12월 29일 전격 구속을 단행하는 사태가 발생하여 저희 모두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에 경인여자대학의 비상대책위원회는 진리를 추구하고, 학생을 더 잘 가르쳐야겠다는 신념에서 일어난 민주화운동이 과연 구속으로 이어져야 하는지 우리나라 대통령님과 사법(司法)당국에 간절하게 탄원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모든 증거는 이미 수사기관에 있어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위험도 없으며, 현행범과 같이 긴급을 다투는 사안도 아닌 학내 문제로 인해, 현직 교수와 현 학장직무대행을 긴급체포· 구속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공익적인 목적의 교육민주화 운동도 중대한 범죄가 된다면, 이 땅의 대학에 새 희망이 있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둘째, 특별감사를 통해, 30개 항목에 이르는 대학의 파행적 운영을 확인하고, 학장과 이사장의 승인취소 결정을 내리고 임시이사를 파견한 교육부의 결정에 대해, 인천지검이 '학생시위에 떠밀린 무책임한 교육부의 처사'로 판단하였다면, 이 땅의 교육 백년대계는 무엇을 푯대로 삼아야 합니까 ?
셋째, 4000여 명의 경인여대 학생과 교수 및 직원들의 의견과 진술은 외면한 채 족벌 비리 재단 측 5인 교수(퇴직교수 2인 포함) 및 그들과 친밀한 3-4명 학생들의 진술만을 근거로 검찰의 구속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이것이 개혁을 표방하는 국민정부에서의 검찰 위상인지 대단히 혼란스럽습니다.
넷째, 검찰은 경인여대 구 재단의 공금횡령 및 유용혐의에 대해 '혐의를 입증할 수 없었다'고 단정하였는데, 이것은 공공연히 비리사학재단의 문제들을 용인해 온 검찰이 과거 잘못된 관행을 답습한 것이라 사료됩니다. 이래서는 우리 나라 사학(私學)이 바로 설 수 없다고 봅니다. 통찰하여 주십시요.
언제나 정의의 편에서 공정한 수사를 해야 할 대한민국 검찰이 편파수사를 자행함으로써 대학교육의 민주화에 역행했다면 그것은 이 나라 사학민주화에 퇴보를 의미합니다. 만일 인천지검의 구속결정대로라면 지금까지 학내 민주화운동을 경험했던 모든 대학의 교수들이 구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경인여대의 학원민주화 과정은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타 대학이 경험한 민주화운동과정에 비해 대단히 질서정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상화 과정도 그렇게 빨리 1개 학기 동안에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경인여대 구 재단을 경험하지 않고 밖에서만 보면, 교육자로서의 선행과 법을 잘 지킨 것처럼 충분히 포장될 수 있습니다. 저희는 검찰도 이에 현혹된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합니다. 구 재단은 철저하게 법을 이용하는 교육적 행태를 보였기 때문에 법을 따르는 사람이 저희 대학 구성원들은 그들에게 철저히 교권과 인권을 침해받은 사람들입니다. 경험해보지 못하면 실체를 모릅니다.
4,000여 명의 학생과 50명의 교수, 50여 명의 직원들에게 무엇이 원인인지 분명하게 진술을 받아 보아야 할 것입니다. 대통령께서도 이 점을 분명하게 이해해 주시고, 검찰의 편파수사를 시정하여 주십시오.
오로지 진리를 사랑하고 학생 교육하는 것을 사모하여 온 저희 경인여대의 교수들이 대학 교육의 정상화와 학원의 민주화를 실현하고자 했던 학내 문제로 인해 단죄 받는 불행한 일이 없도록 깊은 통찰이 있으시기를 진심으로 바라오며, 더 나아가 이 나라 사학재단(私學財團)의 부패가 하루 속히 척결될 수 있도록 대통령님의 크고 넓은 통찰을 바라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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