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참여연대 사무실로 등기 한통이 배달되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한 회원이 보내온 것이었습니다. 그 등기봉투에는 한묶음의 농산물 상품권과 함께 참여연대 회원으로써 참여연대에 대한 느낌 그리고, 자신이 부딛치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잔잔하게 담겨있었습니다. 그 편지 전문을 소개해 드립니다.
참여연대 여러분!
어느 해 보다 혹독한 추위가 서민들의 마음까지 얼어붙게 했던 겨울이었습니다. 달력을 보니 입춘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더군요.
그렇게 봄은 또 오고 있기에 힘들었던 겨울을 잊을 수가 있겠지요.
며칠 전 참여사회 2월호에서 상근자들의 살림살이 내역을 읽어보고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또한 국세청 앞 1인 피켓 시위에 대한 기사를 보면서 그 매서운 추위 앞에 마음이 더 추웠을 그분들을 생각하며 피가 뜨거워짐을 느꼈습니다.
한 달에 한번 적은 회비를 내는 것으로 회원의 임무를 다하고 (?) 있는 자신이 부끄럽게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4년 전까지 직장 생활을 했던 저는 건강상의 이유로 딸아이의 친구가 되어주며 가정에 안주하고 있는 주부입니다.
평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주부들의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고, 실천에 옮기고자 부녀회나 반장일에 동참을 했습니다. 사회생활을 했을 때와는 너무나 다른 생각, 의식들로 꼭 닫혀있는 주부들의 면면을 보면서 당황도 많이 하고 실망도 많이 했었지요. 3년 전, 아파트 비리문제가 불거지기 전 저희 아파트에서는 이미 젊은 주부들을 위주로 비리척결과 개혁의 깃발을 내걸고 비리의 온상 입주자 대표회장을 고발조치 했고, 불합리한 제도를 바꾸어 관리비를 년 간 1억원 이상 절감시키는 일을 단행하였지요. 그 1년여의 과정은 정말 힘든 싸움이었습니다. 도중에 꼬리를 내리는 사람들은 또 왜 그렇게 많으며, 관리비 조금 더 내도 되니까 좀 조용히 살자며 항의하는 주민들, 사건을 기각하겠다며 겁주는 검사와 싸워가며 결국 승소했던 일…..
너무 힘든 싸움이었기에 때때로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었지요.
정말 나서서 관심을 가져주어야 할 사람들은 침묵하고 있고, 목소리만 큰 사람들은 패거리 의식으로 무장하고 우리를 조여왔고, 모든 걸 원칙대로 돌려놓고 난 뒤에 뒤를 물려주려 해도 의식 있는 사람들이 아무도 나서지 않는 현실을 보면서 참 많이 슬퍼지곤 했습니다. 결국 완장의 위력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또 전면에 나서는 모습을 지켜보며 ‘아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현실이구나’ 하는 절망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선거 때만 되면 부녀회나 반장들을 열심히 소집(?)하는 행태에 염증을 느껴 반발을 하면 왕따가 되기도 하는 현실…..
너무 기진 해서 이제는 최소한의 발언권인 반장자리만 지키고 있는, 현재의 제 모습입니다.
참여연대 상근자 여러분!
여러분들을 진실로 존경합니다.
일을 하다보면 시행착오도 겪게되고, 어느 집단이든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 말도 많고 탈도 많겠지만 여러분들의 깨어있는 정신이 우리사회에 있는 한, 세상은 그렇게 절망적이지 않을 거라는 희망을 갖습니다.
일부러 자동이체를 신청하지 않고 지로용지로 회비를 납부하러 갈 때, 가끔 참여연대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회원광장에서 김선희 씨의 재미있는 글과 그림을 보기도 할 때, 이옥숙 여사님은 어떻게 생기셨을까 상상도 하면서…. 저는 그렇게 관심과 성원을 보낼 뿐입니다.
상근자 여러분!
오늘, 제 편지와 함께 소정의 농협 상품권을 보내드립니다.
이 상품권은 지난해 추석과 올해 구정에 제가 살고 있는 구청에서 반장들에게 선물로 나온 것입니다. 왜 주어야 하는지 반문하는 저보다 받길 원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현실에서는 제가 받지 않아도 결국 다른 사람에게 돌아갈 것이기에 소중한 곳에 쓰려고 받아두었던 것입니다.
제가 오늘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분들은 바로 여러분들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캄캄한 시골 밤하늘을 만나러 가보세요.
희망이 생기실 거예요.
여러분들의 가슴이 항상 따뜻한 사랑으로 채워지시길 기원합니다.
2001년 2월 3일
회원 정낙섭 드립니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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