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참여연대 여름캠프 참가기
170명의 대장정. 이천 산림휴양텔로 향하는 발걸음을 즐거웠다. 회원, 자원활동가, 상근자, 임원 참여연대 가족들은 해마다 여름이면 캠프를 떠난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8월 2일부터 4일까지 ‘불타는 참여 뜨거운 연대’의 밤을 보내고 돌아왔다.
첫날 출발할 때 내리던 보슬비는 캠프 참가자들의 더위를 시원하게 식혀주었다. 여름휴가시즌이라 도로사정을 염려한 상근자들은 회원들이 버스 안에서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도록 새벽 6시부터 느티나무 카페에서 옥수수와 계란을 삶았다. 상근자의 손으로 손수 찐 옥수수와 계란은 회원들의 속은 물론 마음까지 든든하게 했으리라. 버스 안에서 먹거리를 나누는 회원들의 모습에 배시시 웃음이 흘렀다.
경기도 여주 세종대왕릉(영릉). 서울시 강남구 내곡동에 있던 능을 예조 때 이곳으로 옮겼단다. 세종대왕릉에선 여주군청의 도움으로 친절한 문화유산해설을 들을 수 있었다. 세종 때 발명된 해시계, 물시계 등에 대한 설명도 듣고, 여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영릉은 풍수지리에 따라 세종대왕릉지의 맨 뒤편에 가장 좋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었고 소현왕후와 합장되어 있었다.
간단한 유적지 방문 뒤 도착한 캠프장에서는 첫번째 행사로 개소식을 진행했다. 박상증 공동대표의 인사말로 시작된 개소식에서 회원들은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은 수영장으로, 어른들은 각종 게임으로 어색함을 슬슬 풀어나갔다.
드디어 잊지 못할 첫날밤 저녁, 대구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전진한 간사가 서울에 올라와 데뷔 무대를 갖는 레크레이션 시간이었다. 같은 시각, 아동반 어린이들은 <해리포터이야기>를 관람했다.
레크레이션 시간에 어른들은 오랜만에 긴장을 풀고 기꺼운 마음으로 게임을 즐겼다. “둥글게둥글게”, “싹트네” 노래와 율동, 인간장기게임, 사랑의 꿀짱구 옮기기 게임, 인간 타이타닉게임 등. 특히 인간타이타닉 게임에 박영선 사무처장 부부가 도전했지만 안타깝게 2등에 그쳤고, 안미경·김인수 부부가 영예의 1등을 차지했다.
레크레이션이 끝나고, 아이들이 잠들자 어른들은 별이 총총한 하늘 아래 아시바로 쌓은 야외극장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를 구경했다. 모두 한 손에 맥주 한 캔씩 들고 시원한 바람과 함께 ‘산중관람’을 하고 있었다.
초록 잔디밭에 눕거나 안거나 한 사람들은 모두 점처럼 박혀 영화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런데. 꼭 영화관에는 떠드는 사람이 있다. 적으면 둘, 많으면 셋 이상이다. 없지는 않다. 강대인 회원, 김영철 회원, 조희연 교수, 양윤재 운영위원 등은 영화가 아니라 술과 이야기에 더 관심이 많았다.
영화가 끝난 뒤. 이 밤을 그냥 보낼쏘냐. 아스름 달빛 아래 삼삼오오 모여든 회원들은 즉석에서 ‘삼겹살파티’를 열었다. 이 파티는 참여연대 근처 백경식당 ‘주인이모’님께서 30근이나 챙겨주신 덕분에 가능했던 것. 모두모두 밤을 잊은 채 회포를 풀고 있었다.
참여연대 캠프 최초 여성촌장인 이해숙 촌장과 자원활동가 황경순 선생님께서는 “우리는 바람이 났어요. 호호호”하며 즐거워했고, 조병남 선생님께서는 “울리불리” 춤과 노래를 멋지게 불러재꼈다.
어느덧 새벽 4시. 주변을 둘러보니 강대인 회원, 김영철 회원, 박상표 회원(참여연대 답사모임 우리땅 회원으로 이날 새벽1시에 도착했다)이 남아 있었다. 필자는 다음 일정을 고려하여 잽싸게 숙소로 이동해 잠들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아침 7시까지 술을 가슴에 담았다고 한다. 결코 퍼마신 게 아니다. 헤헤.
산사랑에서 다져진 체력이 오늘 발휘되는 모양이다. 나도 내일부터 산에 오를까? 과연…. 독자들은 상상하시라.
이튿날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예사롭지 않았다. 애써 준비한 전통놀이, 공동체 놀이는 못하게 되었지만, 우리는 다시 강당에 모여 어제 배웠던 율동을 함께 했다.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그치자 우리는 모두 버스에 몸을 싣고 신륵사로 향했다.
신륵사 세영 스님은 참여연대 회원들을 마중해 주셨고, 점심식사로 나물야채비빔밥까지 준비해주셨다. 여주 신륵사에는 보물이 일곱 점이나 있다. 남한강을 끼고 있는 대한민국 유일의 사찰, 신륵사. 이곳에서 어른들은 마음공부를, 아이들은 크레파스로 사찰과 풍경을 도화지에 담았다.
어른들은 무문 스님의 강의를 들었다. 스님께서 “先當起大悲心, 精修三昧(선당기대비심, 정수삼매)”에 대한 사자후를 토하실 때 가슴속에 조그마한 다짐이 생겼다. 무릇 모든 일에 앞서 ‘마땅히 먼저 이웃들과 세상에 대한 크게 슬퍼하며 사랑하는 마음부터 생겨야 한다’, ‘대자대비는 바로 그러한 것이고 비원을 드리는 것도 그러한 것이다. 고통받고 힘겨워하는 생명에 대한 큰 연민과 함께 슬퍼하는 마음이 곧 대자대비와 비원이 되는 것이다’, 감동 하나씩 안고 우리는 고달사지로 발길을 돌렸다.
한창 발굴중인 그 흔적만으로도 그 규모가 엄청난 것으로 보이는 절이었다. 이곳에 무려 보물이 3점, 국보가 한 점 있었다. 특히 국보4호인 원종대사부도탑은 얼마 전에 도굴을 당해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는데 직접 보지 못해 안타까웠지만, 걸어 다니는 만물박사 박상표 회원(현대 동물병원 원장, 수의사, 그러나 초창기 참여연대에 있던 거북이를 못 고치고 죽인 일이 있음)의 해박한 설명에 우리는 연발 감탄사를 내뿜을 수밖에 없었다.
저녁이 익어가자 운동장엔 바비큐 향이 돌았다. 양팔 길이의 긴 스티로폼 박스에 옆으로 곱게 누운 돼지의 모습이란…. 참으로 인간은…. 우린 맛있게 먹었다.
풍물패 막사발과 노래패 참좋다, 청년마을 회원들은 공연준비에 분주해 보였다. 아동반 교사들의 ‘바위처럼’ 율동과 노래로 시작된 캠프파이어는 조별 장기자랑, 회원모임의 공연으로 열기가 더해졌다. 장기자랑에서 강대인 회원조는 머리에 모두 두루마리 휴지를 프릴처럼 쓰고 가운데 청테이프를 둘러 머리띠 효과를 내었다. 결국 그 조가 대상을 차지했다. 반면 김기식 사무처장이 속해 있던 조는 어린 아이들에게 율동만 시키고 어른들은 뒤에서 노래만 불러 참가자들로부터 “아동사기단”이라는 야유를 받고 다시
불려나와 어른들이 율동을 보이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상근자와 임원들은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노래와 율동을 선보인 후, 본격적인 캠프파이어가 시작되었다. 무대 중앙에서 갑자기 불씨가 줄을 타고 내려오더니, 참여연대라 씌인 흰 천을 태우며 선명한 불글씨를 만든다. 불글씨 덕택에 어둠이 환히 밝아지자 꾕과리, 북, 장고, 징 사물놀이가 시작됐다. 풍물패가 원을 그리며 돌자 그 뒤를 이어 사람들이 대나무를 들고 뛴다. 대나무에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은 우리들의 염원이 가득 담겨 있다고 한다. 그 뒤를 이어 참가자들의 소원이 담긴 소지가 꼬여 있는 새끼줄을 들고 손을 잡고 ‘강강수월래’를 한목소리로 불렀다. 회원들은 마음 속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부패없는 나라를 이루게 해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뒷풀이. 대운동장 여기저기 옹기종기 모여 막걸리로, 소주로 이야기와 웃음꽃을 밤이 새도록 하얗게 피웠다.
마지막 날 아침. 홍세화 선생님의 강연을 들었다. “한국사회와 똘레랑스(관용사상)”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홍세화 선생은 “관용정신을 해치고, 민주주의를 해치는 극우수구주의자, 파시스트까지 관용하는 것은 똘레랑스가 아니다. 그들을 용인하면 민주주의와 똘레랑스가 파괴된다. 그러므로 진정한 똘레랑스는 엥똘레랑스(불관용, 극우주의자)에 맞서서 투쟁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한국사회에서 지역패권주의, 조선일보, 극우냉전집단의 광기를 걷어내고 진정한 화해와 관영, 참된 민주주의로 가자”고 역설했다.
우리 모두는 캠프장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내년에 또 만날 것을 다짐하며” 서울로 올라왔다. 이렇게 참여연대 캠프는 막을 내렸지만 만남은 지속된다. 그리고 참여연대의 사회개혁운동과 좋은 세상을 위한 시민운동도 계속 될 것이다.
“감사합니다”
*재정 및 물품후원자 명단(존칭생략)
길동성, 김수진, 김정아, 느티나무 카페, 시천주식당, 신일이미지, 참여연대 사무국, 김남근, 김칠준, 양길승, 이병남, 이상희, 이찬희, 임채성, 정낙섭, 저선, 조희연, 최영도, 탁현민, 법무법인 산하, 정성훈, 양윤재, 이길연, 이동형, 동루골식당, 문준식, 정의엽, 박상증, 박호성, 신광식, 김철명, 백경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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