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병 날 계절은 아니지만, 내년 눈병 예방 차원에서 경험담 하나를 얘기하고 싶다.
추석날 아침에 눈병이 났다. 눈병은 전염병이다. 대부분 탈이 나면 남의 탓으로 돌리지만 눈병만큼 남의 탓으로 돌리는 병도 없다. 모두가 누구 때문이다. 물론 우리 집을 찾아온 방문객 중에 눈병을 앓고 있는 이들이 있었기에 옮은 건 확실하다. 집안에서 이 사람 저 사람 번지기 시작했다. 또 우리 집에 다니러 온 손님들도 옮겨간 이들도 있었으니 전염병은 확실하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많은 식구가 살고 있는데 눈병을 앓는 사람은 3분의 1 정도였다. 분석을 해보니 첫째로 몸이 약한 사람 먼저 앓기 시작했다. 우리 집에 요양 와 계신 노인네가 제일 먼저 아프셨고 그 다음 내 차례가 되었다. 그 다음 우리 집에 추석 쇠러 찾아왔던 옛날 식구가 옮겨 가지고 떠났고 그 후로 몸이 약하거나 피곤한 순서대로 아프다가 찬바람이 나면서 없어졌다.
전염성 눈병은 옛날에도 있었다. 그러나 계절별로 보면 주로 여름철이었고 늦여름이었다. 장마가 끝날 무렵인 것으로 보면 수인성 전염병으로 보면 되겠다. 옛날 미신에 가까운 치료법으로 보면 조그마한 오색 헝겊들을 한군데 묶고 그 헝겊으로 눈을 닦아 찔레나무에 묶어두면, 그 헝겊을 쳐다보는 사람이 눈병을 앓고, 앓는 사람은 고쳐진다고 했다. 아주 이기적이고 야만적인 치료법이다. 내 병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시키고 나만 건강하겠다는 못된 심리다.
그 치료법은 환자가 생각해낸 것이 아니고 병이 나서 점쟁이를 찾아가면 점쟁이들이 그렇게 처방을 해준 것이다. 아무튼 장마가 지나면 찔레나무 곳곳에 오색헝겊이 묶여있다. 이것을 억지로 좋게 해석한다면 ‘우리 마을에는 전염성 눈병이 있으니 아주 급한 일이 있지 않은 사람은 접근을 하지 마세요. 그리고 특히 빚 받으러 오는 사람들은 완전히 출입을 금합니다. 또 괴롭히거나 피해를 입힐 사람들도 오지 말아 주세요’ 라는 표시로 생각해본다. 아무튼 찔레나무에 걸린 오색헝겊을 보더라도 눈길을 빨리 다른 곳으로 돌리면 눈병을 앓지 않았다 한다.
우리 집 30여명의 식구들도 통계를 내보면 아주 건강한 사람은 아프지 않았다. 전염성 눈병을 누구 탓으로 돌리지 말고 스스로 자기 몸을 평소에 건강하게 만드는 일부터 해야 되겠다. 그 다음 눈병난 사람을 쳐다볼 때는 뚫어지게 쳐다봐서 눈싸움에서 이기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기싸움인데 의사들이 환자들 보면서 눈병 걸리지 않는 것은 기싸움에서 이기기 때문이다.
치료법으로는 소금물로 씻던지 맑은 물로 자주 씻되 절대로 손을 대지 말아야 된다. 옛말에 눈병난 사람이 의원을 찾아가니, 당신 눈병은 별것이 아니고 그보다 밑이 빠져나오니 3일 동안 항문만 붙들고 있으라고 처방해서 눈병이 나았다고 한다. 절대로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 병원에 갈 필요는 없다. 병원에서 주는 안약이 연한 소금물이고 종합병원 의사 아들들이 눈병이 나니 수도꼭지에 나오는 물로 손대지 말고 계속해서 씻겨주었다는 병원원장 이야기를 들었다.
다석 유영모 선생님께 들었는데 우리 몸엔 손댈 데가 있고 만지지 말아야 될 곳이 있다고 하셨다. 선생님께서는 눈병을 앓지 않으셨다고 하셨다. 지난해는 눈병이 유행하기에 눈병이 나기 전에 온 식구들이 미리 소금물로 씻었더니 그냥 지나갔다. 1년이 지난 올해는 잊어먹고 실천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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