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한민공조 아니 민한공조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다. 정략에 눈이 멀어 서로 어깨를 걸고 ‘노무현 죽이기’에 나서고 만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두 당은 사실상 ‘대한민국 죽이기’에 나선 꼴이 되고 말았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운명과 국가의 운명은 너무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실질적인 탄핵 사유가 없는 상태에서 두 당이 대통령을 탄핵했기 때문이다.
물론 대통령에게 탄핵사유가 있다면, 의회는 마땅히 탄핵해야 한다. 그러나 이 초유의 사태를 접하고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죽어야 할 것은 대한민국이 아닐 뿐더러 노무현 대통령도 아니다. 정녕 죽어야 할 것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고, 썩을 대로 썩은 16대 국회이다. ‘차떼기’로 불법자금을 마련해서 대선을 치룬 사람들이, 자당의 후보를 후보로조차 여기지 않았던 사람들이 대통령을 탄핵하다니. 이들에게는 ‘후안무치’라는 말조차 아깝다.
대통령이 기자간담회에서 답변한 것을 문제삼을 수는 있다. 그러나 사실 따지고 보면, 그것조차도 우리의 정치상황이 대단히 후진적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 나라의 정치꾼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미국을 보라. 미국의 대통령은 언제나 그가 소속한 정당의 대표로서 발언하고 활동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대통령이 어떤 정당의 대표가 될 수 없는가? 언제까지 그런 식으로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정화’할 것인가?
또한 잘 알다시피 기자간담회에서 답변한 것을 문제삼는 것과 그것을 빌미삼아 탄핵을 발의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다. 말 그대로 ‘천지차이’다. 기자간담회에서 답변한 것을 문제삼는 것 자체가 사실은 문제일 수 있는 마당에 그것을 빌미삼아 대통령을 탄핵한다는 것은 두 당의 의식상태가 얼마나 후진적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니, 후진적이기에 앞서서 제 정신이 아니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두 당은 부패와 무능에 대한 국민의 질타를 듣고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질타하는 국민들에게 찬 물을 끼얹는 만행을 저질렀다. 제 정신을 가지고는 이런 만행을 저지를 수 없을 것이다. 지난 1년 여 동안에 노무현 대통령이 저지른 실정과 잘못한 발언들이 과연 탄핵의 대상인가? 천장을 고친다며 지붕을 부숴버리고, 방을 바로잡는다며 기둥을 뽑는 짓이 아닌가? 누가 두 당에게 이런 만행을 저지를 권리를 주었는가?
두 당의 탄핵사유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민생을 돌보지 않아 국민을 도탄에 빠뜨렸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한국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특히 실업문제는 심각하다. 그러나 한국 경제가 IMF 때보다도 더 어려운 상태에 놓였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실업문제로 대표되는 경제문제를 모두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것도 잘못이다. 이런 잘못은 한국 경제의 실태를 제대로 모르는 데서 비롯된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지금의 경제문제를 뚫고 나갈 큰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그 문제의 원인을 그에게 돌리는 것은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짓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잘못은 박정희 이래로 지속되고 있는 성장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두 당은 이런 사실에 대해서는 조금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저 두 당은 경제문제를 노무현 대통령의 탓으로 돌려 ‘노무현 죽이기’의 명분으로 삼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번의 대통령 탄핵 발의는 썩고 무능한 두 당이 ‘대한민국’의 목숨을 걸고 벌이는 도박판이다. 다수당의 횡포가 어디까지 이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한심한 예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과연 누가 민생을 돌보지 않고 있는가? 두 당의 탄핵 발의는 의회의 다수당이 힘을 합쳐 국민의 삶을 도탄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두 당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 버렸다. 낡은 정치에 대한 일말의 기대마저 완전히 뭉개버렸다.
그러므로 엽기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두 당의 탄핵 발의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명백한 ‘대한민국 죽이기’로서 국민의 삶을 위기로 몰아간 것은 엄청나게 나쁜 것이지만, 이런 식으로 자신의 정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은 아주 좋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이 ‘딴나라당’인 이유, 민주당이 ‘반민주당’인 까닭을 우리는 잘 알게 되었다. 이제 국민의 손으로 이들을 심판하자. 후안무치한 정치꾼들을 완전히 영원히 몰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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