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4-08-27   1188

<안국동窓> 신행정수도 건설과 토건국가

신행정수도건설사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 어마어마한 사업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뜨겁기만 하다. 아니, 갈수록 더욱 더 뜨거워질 것이다. 이 사업의 취지와 목표에는 분명히 공감하지만, 따라서 이 사업의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그러나 이 사업이 과연 제대로 추진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 이 사업을 둘러싼 논란의 지형을 정리해 보자. 전체 지형은 반대론, 유보론, 찬성론으로 나뉘지만, 여기서는 반대론과 유보론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먼저 반대론은 다시 ‘무조건 반대’론과 ‘합리적 반대’론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무조건 반대’론은 두 세력이 주장한다. 먼저 그냥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싫기 때문에 반대하는 ‘무뇌인 세력’이다. 다음에 병적인 수도권 과밀을 통해 엄청난 불로소득을 누리는 ‘기득권 세력’이다. 말할 것도 없이 기득권 세력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반대세력이다. 이 세력에게 신행정수도 건설은 엄청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거꾸로 이 세력이야말로 신행정수도 건설을 정당화하는 가장 강력한 근거이기도 하다.

둘째, ‘합리적 반대’론은 아직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지는 않다. 여기에는 크게 세 종류의 주장이 섞여 있다.

① ‘통일수도 부적합’론이 있다. 이것은 통일을 염두에 두고 통일수도를 건설하는 쪽으로 신행정수도를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통일수도로는 대체로 개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개성은 고려의 오백년 도읍지로서 역사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곳이다. 따라서 서울처럼 파괴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통일수도는 현대도시여야 하며, 이 점에서 개성은 적절하지 않다.

② ‘현실성 결여’론이 있다. 이것은 추진세력의 무능력과 정치적 진정성 부족, 그리고 사회적 조건의 미비 때문에 결국 신행정수도 건설이 실현되지 못할 것으로 본다. 요컨대 신행정수도 건설의 뜻은 좋으나 결코 실현될 수 없는 정치적 사업이며, 다음 정권에서는 그저 하나의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으로 끝나리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신행정수도 건설은 중단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한다.

③ ‘기능분산’론이 있다. 망국적인 수도권 분산과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구태여 충청도 지역에 중앙행정기능이 집중된 신도시를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분산의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고 본다. 중앙행정기능을 여러 지방도시들로 이전하는 것이 올바른 분산이라는 것이다. 이런 기능분산론의 바탕에는 고속철의 개통에 따른 도시연결망의 확충이 자리잡고 있다.

이제 유보론에 대해 살펴보자. 유보론은 찬성과 반대의 뜻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신행정수도 건설의 필요성과 문제점에 대해 일단 객관적으로 검토하려는 것을 뜻한다. 현재 많은 시민단체들이 이런 유보론을 취하고 있다. 이것은 현재 발표된 신행정수도건설계획이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문제점이 제대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유보론을 펴는 많은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결국 ‘합리적 반대’론을 펴게 될 것이다. 여기에는 세가지 갈래가 있다.

첫째, ‘분산효과 의혹’론이다. 50만명 규모의 신도시를 만드는 것으로 과연 1200만 서울시와 2400만 수도권의 과밀문제를 해소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중앙행정부서가 옮겨가기 때문에 그 실제 효과는 100-150만명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반론이 있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문제는 마찬가지이다. 결국 현재 정부가 발표한 구상은 다수의 중앙행정부서가 자리잡고 있는 충청권 신도시 건설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둘째, ‘생태적 의혹’론이다. 신행정수도 건설은 양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의 질적 전환을 추구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 핵심에 생태적 전환이 자리잡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매년 1만 1천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대기오염으로 조기사망하고 있으며, 그로 말미암은 경제적 손실도 무려 10조원에 이른다. 신행정수도 건설은 이런 문제를 바로잡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오히려 수도권규제완화를 수도이전의 ‘대책’으로 내놓으면서 수도권의 오염과 파괴를 더욱 부추기려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신행정수도도 엄격한 ‘생태도시’로 건설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런 점에서 서울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것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식이라면 차라리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세째, ‘문화적 의혹’론이다. 문화적 전환은 생태적 전환과 함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핵심적인 과제이다. 신행정수도 건설은 단순히 서울과 수도권의 과밀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기도 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서울에서 가장 중요한 역사공간인 광화문 일대의 국공유지를 팔아서 수도이전 자금을 충당하겠다는 황당한 역사파괴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과 같이 역사가 오랜 도시의 문화적 정체성은 바로 그 역사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역사를 대표하는 공간을 팔아서 새집을 짓겠다는 것이다. 너무나 무식한 발상이라 대꾸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다.

신행정수도 건설에 관한 논란을 이렇게 정리하고 보면, 유보론을 포함한 ‘범합리적 반대론’이 우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유보론은 망국적 수도권 과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추진할 수 있다는 주장도 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합리적 반대세력은 물론이고 아직 유보론을 펴는 사람들조차 충분히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갈수록 합리적 반대세력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신행정수도 건설계획은 그 취지와 목표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두가지 근원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것은 한국 사회를 규정하는 두가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첫째, 지역주의 정치와의 연관이다. 지역주의가 워낙에 강하기 때문에 정권을 잡은 세력은 거대한 국책사업을 이용해서 지역주의의 너울을 헤쳐나가고자 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이른바 지역개발을 해 주는 댓가로 표를 얻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보아서 신행정수도 건설계획은 충청권의 표를 얻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이 펼친 정치공학의 산물이다. 한나라당이 논란 끝에 신행정수도건설법을 통과시켜준 것도 같은 이유이다. 그러나 이 게임에서는 당연히 여당이 유리했고, 한나라당은 그야말로 물먹고 말았다.

둘째, 토건국가의 덫에서 갇혀 있다는 것이다. 토건국가란 토건업이 경제에서 지나치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따라서 토건업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여야 하며, 이 과정에서 거대한 정경유착의 그물이 만들어진 부패하고 반생태적인 국가를 가리킨다. 토건국가에서는 늘 거대한 개발사업이 벌어진다. 이런 개발사업에서 정치인-공무원과 개발업자와 지역 토호와 투기꾼들은 엄청난 이득을 취하지만, 그 이득은 결국 국민의 세금을 등친 것이다. 물론 대대적인 자연의 파괴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구조적 문제의 맥락에서 신행정수도건설사업과 가장 비슷한 것은 새만금갯벌간척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터무니없는 생태파괴사업은 정확히 지역주의와 토건국가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그렇지 않기 위해서는 계획부터 올바로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장기적으로 신행정수도건설사업은 ‘노무현의 새만금사업’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그것은 정권의 재창출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이 나라의 발전에는 조금도 그렇지 못할 것이다.

신행정수도건설사업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그 절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용에 있다. 이 점을 분명히 깨닫고 잘못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결국 신행정수도건설사업은 엄청난 사회적 반대에 부딪히고 말 것이다. 그 주체는 물론 한나라당과 조중동같은 ‘수구 기득권 떼쓰기 세력’이 아니다. 신행정수도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제시된 내용에는 회의하는 시민사회가 바로 그 주체가 될 것이다.

홍성태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상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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