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6-06-08   810

<경제프리즘> 생보사 상장 ‘꼼수’ 버려라

지난 2월 금융감독위원회는 증권선물거래소 산하에 ‘생보사 상장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생명보험회사 상장방안 마련을 극비리에 추진해 왔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상장 추진이 무산되기는 했지만, 정부가 1999년과 2003년 두 차례에 걸쳐 금융감독원 및 금감위 내에 상장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주도적으로 상장방안 마련을 추진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시도다. 생보사 상장방안 제시에 최종적인 책임이 있는 정부와 수천만명에 달하는 보험계약자의 이해를 사실상 대변하는 시민단체가 배제된 채 상장자문위원회를 구성한 데에는 무엇인가 숨겨진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시민단체와 언론매체의 예봉을 피해가기 위한 금감위의 ‘이장폐천(以掌蔽天·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과 같은 ‘단계(短計)’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속담과 같이 얕은 꾀로 남을 속이려는 것은 머지 않아 들통난다.

금감위의 석연찮은 밀실추진

한 국가의 금융감독을 총체적으로 책임지는 금감위 수장이 대내외적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개인적 소신이라는 미명 하에 금융산업과 산업자본간 분리 재검토의 필요성을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다니는 상황이다. 이런 여건에서 유독 생명보험사 상장만은 무엇이 그리도 두렵고 켕기는 것인지 애꿎은 증권선물거래소와 상장자문위원회를 들러리로 내세워 밀실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마도 추측하건대, 상장방안이 마련되는 과정에서 수천만 보험계약자들의 권익이 철저히 소외되고 방치될 경우 이에 대한 시민단체의 질책과 보험계약자의 원성을 금감위가 홀로 감당해 내기 벅찰 것이라고 생각한 것임에 틀림없다. 반면에 이번에도 생보사 상장방안 마련이 무산될 경우 금감위에 쏟아질 비난과 책임을 자연스레 회피하기 위한 꼼수인지도 모른다.

오늘날 자산규모가 약 1백조원에 달하는 생명보험사가 존재하기까지 그동안 적절하지 못했던 보험계약자 배당과 대주주의 자본 확충 의무 회피 등으로 말없는 다수의 보험계약자들이 입은 피해는 천문학적 액수에 달한다. 실제로 생명보험사들은 80년대 초반 이전까지 필요 이상의 과도한 사업비 집행으로 인해 지속적인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에 보험계약자에 대한 금전적 배당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ㄱ생명 및 ㅅ생명의 경우에는 배당전 이익이 발생했음에도 수년간 보험계약자에 대한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더욱이 이들 생명보험사는 자산증식과정에서 발생한 자산재평가이익 중 보험계약자의 몫으로 정당하게 할당된 금액을 지난 십수년간 마치 주주의 몫인 양 자본계정에 놓아둔 채, 아직까지도 이를 보험계약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이 부당한 대접을 받아온 보험계약자들의 권익을 철저히 도외시한 채 상장방안이 마련된다면 이는 ‘보험계약자 보호’라는 보험산업에 대한 금융감독의 원칙과 방향을 금감위 스스로 저버리는 처사이다. 합리적인 상장방안이 마련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생보사 성장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보험계약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는 앞으로 상장을 희망하는 생보사의 특성에 따라 개별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보험계약자 권익은 철저 외면

또한 앞으로도 이러한 피해가 재발되지 않도록 주주 몫의 자산과 보험계약자 몫의 자산을 분명하게 구분하는 등 생명보험 회계제도를 개선하는 작업이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남의 돈’이 섞여 있는 상태에서 상장할 수는 없지 않은가. 상생의 묘약이 필요한 이 시점에서 ‘보험 계약자는 왕’이라는 생보사의 감언이설에 현혹되어 보험계약자가 ‘생보사의 봉’으로 전락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금감위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비겁하고 미온적인 태도를 과감히 떨쳐 버리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투명한 논의의 틀 안에서 합리적인 생보사 상장방안을 마련해 주기를 기대한다.

* 이 칼럼은 경향신문(2006년 6월 8일)에도 실렸습니다.

정재욱 (세종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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