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장소 선택의 자유 제한은 집회의 자유 본질적 내용 침해 해당
오늘(9월 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2소위원회에서 대통령 집무실 등을「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상 집회 금지 구역으로 신설하는 등 집시법 개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는 장소, 방법, 시간 선택의 자유를 포함한다. 특히 장소 선택은 집회의 성패에 결정적인 요소이고 집회의 자유의 핵심적 내용이다. 시민에 의해 직접 선출된 대통령은 국정 운영의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와 고충을 직접 듣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를 증진하는 국가 정책을 수립하여야 하는 직책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업무가 이루어지는 공간은 더 많은 시민에게 열려있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 집무실을 집회의 금지 장소로 신설하는 집시법 개정안은 국정운영 최고 책임자라는 대통령직의 특수성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빛의 혁명을 통해 탄생하고 스스로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한 이재명 정부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국회는 대통령 집무실을 집회 금지구역으로 신설하는 안을 당장 폐기해야 한다.
예외 없는 절대적 집회 금지를 규정한 집시법 제11조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03년 ‘국내 주재 외국의 외교기관’ 부분을 위헌으로 결정(2000헌바67결정)하였고, 2018년 ‘국회의사당’(2013헌바322등 결정), ‘국무총리공관’(2015헌가28 등 결정), ‘각급 법원’ 부분에 대해 차례로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리고 지난 2022년 12월 ‘대통령 관저’(2018헌바48 결정) 부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었다. 헌재 결정의 요지는 “국민이 대통령에게 의견을 표명하고자 하는 경우, 대통령 관저 인근은 그 의견이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장소”이고, “이런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의 집회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단순한 장소적 제한에 그치지 않고, 집회의 자유의 핵심적인 부분을 제한”한다는 것이었다. 윤석열 정권이 관저에 집무실이 포함된다는 논리로 시민들의 목소리를 차단하려고 했던 경찰의 주장도 집무실과 관저는 별개의 공간이라고 본 법원의 일관된 판단에 따라 무력화된 바 있다.
무엇보다 현재 용산에 있는 대통령 집무실 앞은 연일 집회가 열리고 있고, 그렇다고 대통령의 원활한 집무 수행이 방해를 받거나 위협이 된 경우는 없었다. 집시법이 아니더라도 대통령 신분 보호는 대통령경호법, 통합방위법 등 다른 법률에 따라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안, 국민의힘김종양 의원안은 대통령 집무실을 집회 금지구역으로 추가하고, 본연의 업무 활동 방해할 우려가 없거나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 등에 한해 금지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을 넣었다. 그러나 이는 집회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 해당 집회가 기관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음’을 입증해야 하는 구조가 되므로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정신에 반한다. 무엇보다 경찰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집회개최 여부가 결정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될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다. 더구나 조만간 대통령 집무실을 다시 청와대로 옮길 경우 청와대 인근의 집회가 절대적으로 금지되는 상황이 되어 과거 청와대 앞 집회가 가능했던 상황보다 기본권 보장이 더 퇴보하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한편, 2010년 역사 속으로 사라진 야간집회와 시위 금지를 부활시키려는 김종양 의원안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동 조항이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사문화된 후 10년이 훨씬 지났지만 야간집회와 시위로 인해 사회적 혼란이 야기되거나 폭력이 발생하여 문제가 되었던 경우는 없었다. 오히려 지속적으로 정권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차단하기 위해 밤샘 농성, 문화제 등을 야간 집회 조항으로 규제하기 위한 입법 시도가 이어져 왔다. 이것은 지난 1월 엄동설한에 은박지를 뒤집어 쓰고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를 요구하며 밤샘 시위를 하던 국민들의 키세스 시위조차도 모두 불법화하려는 시도다. 이러한 집시법개정안에 찬성한다면 과연 빛의 혁명을 운운할 자격이나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야간 집회나 시위 역시 주간과 마찬가지로 소음 발생 정도나 장소 등 집시법의 통제를 받고 있다. 그런데 야간의 경우는 천막 농성, 노숙 농성 등의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주간이나 초저녁 집회시위에 비해 오히려 평온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에 하나, 혼란을 야기하거나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경우라도, 기존의 집시법으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
자정이 넘는 시간에 이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집회, 시위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무리 일부 예외를 둔다고 하더라고 헌법에서 폭넓게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가 될 뿐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안과 구민의힘 주호영 의원안은 집시법 제11조 집회 금지 장소로 각각 교도소, 구치소 등과 도시철도 역사, 철도역 시설 등의 경계로부터 100미터 이내 집회 시위를 전면 금지를 하는 안이다. 이는 특정 장소를 포괄적, 전면적 금지하는 것으로 이전 특정 국가기관 앞 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조항들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한 헌재의 결정에 반한다. 집시법 제11조는 그간 시민사회 등의 오랜 노력으로 국가 주요 기관 앞 집회에 대해 예외 없는 전면 금지하는 조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이끌어냈지만 국회가 입법 개선에 소극적으로 임한 결과 여전히 국가가 자의적으로 집회 허가 여부를 판단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었다. 집회의 대규모 확산 우려 등을 허가 조건으로 삼아 헌법에서 금지한 허가제식 운영을 사실상 허용하고 있다.
이에 반해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대표발의한 집시법 개정안은 경찰의 자의적 해석을 폭넓게 열어두고 있는 현행 제11조를 삭제하는 안이다. 용혜인 의원안대로 장소선택의 자유라는 집회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집시법 제11조는 삭제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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