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권 침해 과잉입법, ‘선관위 관련 허위사실 유포’ 처벌 조항 삭제해야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국회의 직무유기로 11년간 방치되어 온 국민투표법이 우여곡절 끝에 본회의에 부의되어 표결을 앞두고 있다. 국민투표법이 개정되어야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가 비로소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일이다. 그러나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국민투표법 개정안에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이 포함된 것이 확인되었다. ‘선관위의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처벌’하는 조항이 별다른 논의 없이 포함된 것이다. 민주주의 절차를 부인하는 부정선거론의 위험성을 고려하더라도 기본권을 침해하는 과잉 입법이 아닐 수 없다. 국회는 본회의에 부의된 국민투표법 개정안에서 제96조 제1항 제4호를 삭제한 수정안을 처리해야 한다.
문제가 되는 조문은 국민투표법안 제96조(국민투표자유방해죄) 제1항 제4호이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법 집행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ㆍ집회 및 시위ㆍ옥외광고물 등을 이용하여 공연히 사전투표ㆍ국민투표 및 개표에 관한 허위의 사실을 지속적으로 유포한 사람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겠다’라는 내용이다. 소위 ‘부정선거론’을 제기하여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보이지만, ‘허위사실의 유포 자체’를 처벌하겠다는 발상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근본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2010년 이른바 ‘미네르바 사건’의 위헌 결정문(2008헌바157 등)에서 “‘허위사실의 표현’이 일정한 경우 사회윤리 등에 반한다고 하여 전체적으로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에서 배제시킬 수는 없다.”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또한 ‘허위사실’이 언제나 명백한 관념도 아니며 어떠한 표현에서 ‘의견’과 ‘사실’을 구별해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객관적인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것 역시 어려우며, 현재는 거짓인 것으로 인식되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그 판단이 뒤바뀌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따라서 이번 국민투표법안의 ‘허위사실 유포’ 처벌 조항은 헌재의 이 같은 결정에 반한다. 허위사실에 대한 개념은 시대적·사회적 맥락에 따라 가변적이어서 자의적인 처벌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민들에게 스스로 표현을 검열하게 만드는 ‘위축효과’를 야기하고, 자유로운 토론과 견해 표출을 저해하여,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
‘부정선거 음모론’이 여전히 이어지는 것에는 선거관리에 불신을 키운 선관위에도 책임이 있다. 2022년 대선에서 드러난, 이른바 ‘소쿠리 투표’, 2024년 총선에서의 사전 투표용지 이중 출력 논란, 2025년 대선에서의 중복투표 논란 등 선관위의 ‘선거 사무 관리’에 허술함이 있었다. 다만 이는 선관위의 쇄신을 통해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지 국민투표법에 위헌성이 있는 처벌 규정 도입으로 다룰 사안이 아니다. 국회는 본회의에 부의된 국민투표법 개정안에서 기본권 침해가 우려되는 제96조 제1항 제4호를 삭제하고 수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논평 [원문보기/다운로드]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