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칼럼(pi) 2010-10-25   2340

KBS수신료 인상 퍼즐

[기고]방송의 중립성과 수신료 인상 퍼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지난 20일 KBS가 노조 파업기간 중에 프로그램 제작이 중단되자 “불법파업 때문에 재방송을 한다”는 자막을 내보낸 것에 대해 ‘방송사업자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일방의 주장을 전달해 시청자를 오도했다’는 취지로 KBS에 ‘권고’ 조치를 했다(방송심의규정 제9조 제4항).

이 조치는 KBS의 수신료 인상 시도를 앞두고, 과연 KBS만 독점적으로 받는 수신료를 인상하는 것이 타당할 정도로 KBS가 공적책무를 다하고 있는가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언론노조가 방송 독립성의 파수꾼 역할을 해왔다. 이 때문에 노사관계 보도에 있어서 방송사업자의 독립성을 감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방송사업자가 자신의 무기인 편성권을 악용해 노사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노조를 여론에서 고립시킬 위험이 있고, 이는 방송독립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방심위는 과거 위 조항을 오독했다. 2008년 말 YTN노조가 대통령 측근 인사의 사장 취임을 방송독립성의 이유로 거부하다가 간부들이 파면되자 이에 항의해 검은 옷을 입고 출연했다. 방심위는 노조에 유리한 보도라면서 위 조항으로 징계하였다. 그러나 방송사업자인 YTN이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노조 측의 집단행동 모습을 송출한 것은 틀림없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대해 독립성을 보여준 것이며 징계대상이 아니다. 방심위가 노조와 사업자의 이해관계를 구분하지 못한 것이다.

2009년 초 MBC가 신·방 겸영을 허용하는 방송법 개정에 반대하는 논조로 보도를 한다고 하여 같은 조항으로 징계한 바 있다. 이 역시 소유자가 누가 되든 손익이 없는 MBC의 이해관계와 직원들의 그것을 분리하여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은 KBS와 KBS노조를 정확히 분리해서 보고 있다. KBS가 KBS노조와의 대립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의 자막을 내보낸 것으로 잘 포착하였다. 앞으로도 방심위는 방송의 독립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방송사 노사관계에 대한 보도를 엄중히 살펴야 할 것이다.

한편 지난 9월30일 인권위원회는 방심위의 인터넷심의제도에 대해 헌법 제21조의 검열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권고했다. 방송심의제도도 행정기관이 국민의 의사소통에 개입한다는 면에서 다르지 않다. 방송은 전파의 희소성 때문에 공적 공간으로 인정되어 심의가 예외적으로 인정되지만 역시 소통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특히 제9조 제2항 ‘양적 균형성’은 하나의 입장에 그 반대 입장을 병치시키는 데 방송시간을 할애하도록 해 그 입장의 설득력을 희석시킬 것을 요구하므로 더욱 주의해야 한다.

공정성은 방송사업자들에게 적용되는 의무지만 방심위 역시 이를 기준으로 심의를 하면서 정치적 중립성을 위배해서는 안된다. 헌법 제7조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관권선거만을 막자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발언기회의 불균등한 분배로 사상통제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으로서 헌법 제21조의 표현의 자유로부터 도출할 수도 있다. 방송이나 교과서와 같은 공적 매체에서도 말이다. 특히 양적 균형성 조항을 국가에 불리한 ‘불균형’을 교정하는 데까지 동원하는 것(예를 들어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보도를 불균형하다고 제재하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을 위배한다. 정부는 사업을 추진할 권한은 있어도 국민들이 사업이 옳다고 믿도록 눈과 귀를 막을 권한은 없다.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 이 글은 10/21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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