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와 교착을 넘어서기 위한 민주주의자들의 고민들

세 번의 탄핵소추와 두 번의 탄핵인용, 그리고 계엄선포에 이르기까지 민주화 이후 정치는 역동과 불안정성, 환희와 환멸이 교차해왔고 근래로 올수록 그 주기가 짧아지고 강도는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이러한 현실은 ‘민주주의 위기’라는 측면에서 다양한 논의들로 다뤄져 왔습니다.
권력구조로서 87년체제의 근원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서부터 현상적으로 드러나는 양당체제 고착화와 약한 정당체제, 정서적 양극화와 극단의 갈등, 권한남용과 자제의 규범의 침식, 그에 따른 사회적·제도적 신뢰의 하락이 있습니다. 게다가 강성지지자를 동원하는 정치엘리트와 역으로 포획되는 정당정치 등 위·아래의 다양한 요소들이 얽히며 서로를 심화합니다. 나아가 사법화된 정치가 사법의 정치화를 유인하며 법의 지배 마저 형해화된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물론 대다수의 시민들은 여전히 민주주의 시스템 자체를 다른 정치체제 보다 바람직한 것으로 믿고 지지합니다. 더군다나 시민들은 수차례 민주주의의 위기 또는 헌정질서의 위기마다 구원투수가 되어 정치엘리트들로부터 촉발된 갈등을 봉합해왔습니다. 그러나 나아지는 듯 또 달라지지 않는 정치 탓에 민주주의에 대한 피로감을 쌓아갑니다. 그렇게 타협과 조정의 지지부진함 대신 ‘다수의 힘에 의한 통치’가 주는 효능감과 명쾌함에 매료되어 ‘민주주의’는 안으로부터 흔들리게 됩니다. 반칙이 용인되고 규범의 가드레일이 깎여나간 틈을 권위주의적 포퓰리즘이 대신하는듯 합니다. 주지하듯 최근 여러 정치학, 사회학 학술대회의 주요주제가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건 현 상황이 내란 그 자체를 초과하고 있다는 걸 직접적으로 보여줍니다.
반복되는 위기를 겪으면서도 우리가 어떤 ‘근본의 문제’와 마주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경향을 거스르기란 어렵습니다. 여기서 ‘근본의 문제’라는 건 내란세력이 비상계엄을 고도의 통치행위라고 치장하며 반헌법적·반민주적 내란범죄에 조직적으로 가담하고 동조할 수 있었던 근원 즉, 민주주의 시스템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기능부전에 빠진 정당과 의회정치를 돌아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 것도 결정하지 못하게 하는’ 비민주적 견제와 ‘일방이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비타협적 정치 간 긴장을 해소해 정치를 타협의 산물로 복원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동시에 새로운 규칙을 세우기 위한 논의도 필요할 것입니다. 그것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겨냥한 개헌이든, 자유로운 선거경쟁과 유권자 투표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불비례적 소선거구제의 상대적 축소와 비례대표제 확대를 골자로 하는 선거제도 개혁이든, 정당조직의 상부구조와 하부구조를 잠식하는 공천시스템의 혁신이든, 분별없는 정치적 극단세력의 열정으로부터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내진설계든 말입니다.
더군다나 당연한 것들이 더는 당연하지 않은 세계적 전환기이자 복합위기와 불확실성의 시대에 정치권력과 국가, 민주주의 정치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숙고하는 건 더 없이 중요할 것입니다. 역시나 당파적 이해로부터 한발자국 떨어진 학계나 시민사회의 고민이 더없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참여연대는 내란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지 1년,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하여 현재의 상황을 진단하고 우리에게 어떤 국가, 정치, 민주주의, 제도설계가 필요한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프로그램
- 제목: [라운드테이블] 내란 너머의 정치
- 일시: 12/8(월) 오후 2시 30분
- 장소: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
- 패널
-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진행)
- 구세진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박선경 고려대 글로벌한국융합학부 교수
- 이태호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 지주형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 문의: 참여연대 정책기획국 pp@pspd.org, 02-72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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