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주의, 자본 그리고 기술
21세기 초에 군사주의와 전쟁, 자본주의의 관계는 새로운 긴밀함을 보여주고 있다. 부시행정부가 채택한 ‘제한 없는 전쟁’이라는 새로운 정치프로그램은 미국자본주의가 군사주의로의 중대한 변화를 겪었음을 뚜렷이 보여 준다. 더구나 자본과 군사주의의 세계화는 그 어느 때보다 제국주의 지배의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로자 룩셈부르크는 “군사주의는 자본의 역사에서 특수한 기능을 갖는다. 그것은 축적의 모든 역사적 단계와 함께 한다”고 지적했다. 그녀의 분석은 오늘날 자본과 군사주의 관계의 ‘역사성’이라고 부를 만한 것을 부각시키는 것으로서 여전히 타당성을 갖고 있다. 그녀는 “제국주의적 축적의 단계를 전세계를 무대로 하는 자본의 글로벌경쟁의 단계”로 정의했다. “여기서 사용되는 방법은 식민정책, 국제차관시스템, 이익범위정책, 전쟁 등이며 폭력과 사기, 약탈이 아무런 숨김 없이 공공연하게 사용된다.” 이것은 “자본의 경제적 지배를 폭력행사로부터 분리시켜 이를 다소간 우연적인 대외정책으로 간주하는 ‘부르주아’자유주의 이론”과는 대립되는 견해이다. 로자는 “정치적 폭력은 경제적 진행과정의 도구이자 수레바퀴이기도 하다. 축적의 모든 측면을 양분하는 것은 자본주의 재생산의 조건에서 비롯되는 동일한 유기적 현상을 은폐하는 것이다”라고, 마치 오늘의 현실을 두고 말하는 것처럼 강조한 바 있다.
듀링에 대한 논박에서, 엥겔스는 군사주의와 자본주의의 기술발전의 관계를 분석했다. 역사는 전쟁의 수행은 무기의 생산에 의존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무기의 생산은 그 자체 경제적인 상황에, 더 정확히 말해서 산업과 기술 발전에 의존한다. 왜냐하면 “산업은 파괴를 위한 것이든 생산을 위해 활용되는 것이든 상관없이 여전히 산업이기 때문이다.” 엥겔스는 자본주의 이후에 발생하는 급진적 변화가 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쓰고 있다. “현대군함은 단지 생산물일 뿐만 아니라 현대 대규모산업, 떠다니는 공장의 표본이기도 하다.” 그에 따르면 “군사주의가 유럽을 지배하게 되고 유럽을 집어삼킨다.” 엥겔스의 이러한 정식화는 1914년 유럽제국주의들 사이에서 일어난 전쟁에서 비극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무기생산은 2차대전 이후 단지 ‘현대 대규모산업의 표본’일 뿐 아니라 생산양식에 필수불가결한 기술궤적(항공기·우주·전자·핵 산업)의 심장부 역할을 해왔다. 지난 50년 동안 미국의 군비지출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제국주의국가의 군비지출도 엄청나게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구소련으로 대표되는 외부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가정되었다. 구소련에서는 거대한 군비지출이 지배카스트와 그 기생적인 존속을 공고히 하는 데 투입되었고, 이는 생산자원과 금융자원의 출혈을 초래하였다.
2차대전 이후 놀라운 사실은 미국에서 군산복합체가 경제와 사회에 깊이 뿌리박은 데 있다. 군산복합체가 소련의 붕괴에 의해 약화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천만의 말씀이다. 반대로 그것은 공고화의 새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군산복합체가 이렇게 강화된 것은 다음과 같은 요인들의 결합에 기반을 두고 있다. 산업의 집중, 금융자본과 무기회사의 더욱더 긴밀한 결합, 1999년 클린턴에 의해 착수되어 부시에 의해 두드러지게 증강된 군비예산, 그리고 정보통신기술(ICT)의 현격한 발달 등이 그것이다. 레이건의 전략방위구상(일명 ‘별들의 전쟁’)으로부터 이익을 얻은 이러한 기술은 ‘정보지배’와 ‘네트워크중심 전쟁’(network centric warfare)―이것은 1990년대 미 국방부(펜타곤) 전략가들 사이에서 가장 선호되었던 주제였다―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이처럼 군사적 패권에 힘입어, 1990년대 민간기업에 의해 주도되었던 ICT의 발달(이른바 ‘신경제’와 그와 관련된 창업들의 붐)에서 미국 무기회사가 중심적인 지위를 장악할 수 있게 되었다. 무기회사는 또한 지상병력을 위한 새로운 무기체제를 발전시켜야만 했다. ‘도시전’(펜타곤 전문가의 표현)은 극도로 세련된 무기로 무장한 군인에 의해 수행되는데, 이를 준비하는 것이 군사예산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것의 목적은 곧 남반구 국가들의 거대하게 응집되어 있는 인구에 대항하고(미국전략가들의 머리에는 남아메리카 주민들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북반구 도시의 ‘위험한 계급’에 대항하는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다. 2차대전 이래 미국 무기회사그룹들이 연방과 주 제도 내에서 주요한 영향력을 획득했다는 것, 국가안보의제가 사회적·사적 생활의 모든 영역과 관련된 비군사적 목표로까지 점차 확대되는 것을 보게 되면, ‘군사안보체계’(military-security system)의 형성이 가속화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앞으로 군사안보체계’는 냉전기의 군산복합체의 역할보다 더욱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이러한 군사안보체계의 형성은 미국국가에 중차대한 권력을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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