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리말
한국정치사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해프닝 중 하나로 기록될 ‘대통령탄핵정국’은 블랙홀처럼 모든 사회경제적·정치적 의제들을 삼켜버리더니 수명을 다하고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고 있다. 탄핵정국을 계기로 정치지형은 변화되어 집권 자유주의정치세력이 다수당이 되었고 그 수장으로 탄핵받았던 대통령은 다시 ‘권좌’에 돌아왔다. 하지만 17대선거를 포함, 탄핵정국 속에서 쏟아진 ‘개혁,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이른바 ‘상생의 정치’, 그것을 뒷받침하는 ‘실용주의’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이라크파병에 대한 재검토, 비정규직 문제, 아파트분양원가 공개 등의 문제는 논의다운 논의 한번 없이 수면 아래 잠복되어 있다. 대중은 다시 자기자리로 돌아왔지만, 그 자리는 주체가 아닌 객체의 자리이다. 현정부의 지지자들까지도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왜 이런 현상들이 되풀이되는가? 이를 위해 이미 지나가 버렸지만 지금 우리의 정치현실을, 삶을 규정하고 있는 탄핵정국의 의미, 그것의 정치적 효과에 대해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과정을 되돌아보는 것은 외형상 이를 발의·주도한 수구정치세력에 대한 비판에 머무르거나 어줍잖은 양비론을 되풀이하고자 하는 데 있지 않다. 특히 ‘진정자유주의’(true liberal- ism)를 지향하는 열린우리당이 원내 제1당이 된 상황에서 이 문제는 향후 ‘더 많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위해서도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즉 ‘과거 아닌 과거’로 돌아가 이 사태의 핵심축인 자유주의정치세력의 역사적 궤적이 지니는 위상과 의미를 정확히 진단·설정해야 한다. 나아가 탄핵정국의 와중에서 이들에 의해 제기되어 대중의 감성을 사로잡은 ‘민주주의위기론’에 대해서도 진정 그것이 ‘위기’였는지 여부 나아가 그것이 아니었다면 그 정치적 효과는 무엇이었는지, 또한 향후 도래할 수도 있는 진정한 위기의 진원지는 어디인지 검토해 보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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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일/『정치비평』 편집위원,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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