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육성법으로 생명윤리를 지킨다?
과학기술부의 “생명윤리법” 죽이기
언론보도에 따르면 과학기술부가 생명공학육성법을 개정해서 인간복제 금지 내용을 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참여연대는 과학기술부의 계획을 강력히 반대한다. 생명공학육성법을 개정해서 생명윤리를 지키겠다는 발상은 과기부가 생명윤리를 생명공학육성의 하찮은 부수물 정도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껏 생명윤리법 제정에 발목을 잡고 있던 과기부가 이제는 노골적으로 “생명윤리법” 죽이기에 나선 것이다. 과기부는 당장 이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
과기부는 지난 3년 동안 어렵게 사회적 합의를 형성했던 생명윤리법의 연내 제정이 사실상 무산된 것에 대해 책임이 있는 당사자이다. 누차 지적해왔지만, 스스로 구성한 과학기술부 생명윤리자문위원회의 의견도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묵살하였고 장관 교체시마다 약속한 입법 일정을 번번이 어겼다. 심지어 보건복지부가 고심 끝에 제시한 최종 타협안에 대해 갑자기 새로운 쟁점을 들고 나와 마지막 순간에 생명윤리법 국회 상정을 무산시킨 것도 과기부였다. 그런 마당에 ‘생명윤리법 제정이 늦어지니 인간복제 금지만이라도 생명공학육성법을 개정해서 해결하자’는 과학기술부의 주장은 자신에게 책임이 있는 생명윤리법 제정 지연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이다.
과기부가 갑자기 인간복제 금지만을 담은 생명공학육성법 개정을 추진하려는 것은 생명윤리법 제정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불충분하기 때문이라는 표면상의 이유보다는, 이해당사자인 일부 과학자들과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배아복제와 이종간 교잡 연구를 계속 추진하기 위한 눈가림이라고 판단된다. 생명윤리법 제정을 통해 국민의 생명윤리와 인권을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할 정부가 이렇게 일부 이해당사자들의 이익만을 우선시 하는 처사는 정부의 기본적
책임을 저버린 개탄스러운 일이다.
참여연대는 생명공학육성법 개정이 아닌 통합적이고 독립적인 생명윤리법의 제정이 시급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왜냐하면 당장 시급한 것은 인간복제 금지만이 아니라 인간배아의 보호와 투명한 관리, 유전정보의 보호, 유전자치료의 안전장치 등 국내실정에서 어느 것 하나 시급하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만일 과기부가 생명공학육성법 개정계획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진정한 생명윤리 확보를 염원하는 국민들의 거대한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2002. 11. 6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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