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위 살인·징벌적 손배 적극 적용 엄벌을
홍성태 상지대 교수·참여연대 운영위 부위원장
세월호 대참사는 세계 역사에서 비슷한 예를 찾을 수 없는 초유의 사건이다. 이 사건은 이 나라가 얼마나 심각한 비정상적 상태에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선주인 유병언과 청해진해운은 불법운항을 일삼았고, 선장과 선박선원들은 승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거듭 방송하고는 자기들만 도망쳤으며, 해양경찰은 선실로 진입하라는 지시를 어기고 살려달라고 절규하는 승객들이 처참하게 죽게 했다. 세월호 대참사는 탐욕에 눈먼 개인·기업과 그것을 올바로 규제하지 않은 정부가 빚은 참담한 사건이다.
세월호 대
참사를 ‘모두의 책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끔찍한 반인륜의 죄를 지은 자들에게 면죄부를 발부해주는 잘못된 주장이다. 이 사건은 불법을 일삼은 유병언과 청해진해운, 승객들을 그대로 있게 하고 도망친 선장과 선박선원들, 올바로 구조하지 않고 승객들을 죽게 한 해경, 재난관리체계를 파괴했고 안전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올바로 구조하지 않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등 죄를 지은 주체가 명확한 거대한 비리 범죄 사건이다. 세월호 대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이 참혹한 비리 범죄 사건의 진상을 완전히 규명하고 확실히 처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가족들이 요구하고 있는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세월호 대참사에 대해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말한 ‘위험사회’의 사례로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 부적절한 설명이다. 독일은 위험사회이고 한국은 사고사회이다. ‘위험사회’는 고위험 기술과 비리가 근절된 고정비 사회가 결합된 것이고 ‘사고사회’는 고위험 기술과 비리가 만연된 저정비 사회가 결합된 것이다. 한국은 비리가 만연된 비리사회이며, 이 때문에 온갖 사고가 끊이지 않는 사고사회이다. 이런 비리·사고사회 한국은 박정희·전두환 개발독재의 산물로서 민주화와 함께 일부 개선되었으나 이명박 정부에 의해 대대적으로 악화되었다.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비리를 척결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민주화를 통한 사회의 합리화와 투명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올해는 우리 역사에서 최대 사고였던 삼풍백화점 붕괴 19주년이 되는 해이다. 삼풍백화점 붕괴와 세월호 대참사는 사고를 막기 위한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라 비리 때문에 제도가 작동하지 않아 일어난 사고이다. 비리를 척결하지 않으면 어떤 재난 대책도 결국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는 것을 두 사고는 처절하게 입증해주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망가뜨린 국가재난관리체계를 재정립하고 재난·안전 대책을 정비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비리의 척결을 위한 제도를 정립하고 실행하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비리의 이익을 제거하지 않으면 비리는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나라를 나락으로 밀어넣는 사고가 계속 일어나게 된다.
여기서 크게 세 가지 개혁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사망에 대해 부작위 살인을 적극 적용해서 엄벌해야 한다. 예컨대 승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방송하고 도망친 세월호의 선장·선박선원들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엉터리 구조를 한 해경에 대해서도 단순한 직무유기를 넘어서 부작위 살인을 적용해야 한다. 사실 해경은 사람들의 구조가 존재이유라는 점에서 선장·선박선원들보다 훨씬 더 엄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둘째, 각종 피해에 대해 소유자-발주자-책임자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극 적용해서 엄벌해야 한다. 흔히 미국은 기업의 천국이라고 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해 기업을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 미국식 자율규제가 확립되기 위해서도 미국식 징벌적 손해배상이 확립되어야 한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결정·실행 주체인 관피아와 법피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른바 ‘전관예우’를 중대한 국기문란 범죄로 엄벌해야 한다. ‘전관예우’는 전·현직 관료·법관들이 국가를 사유화하고 국민들을 참혹한 사고로 몰아넣는 시커먼 범죄이다. 중대한 범죄를 당연한 예의처럼 보이게 하는 ‘전관예우’라는 말 자체를 써서는 안 된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새누리 정부의 세월호 대참사 대책은 대단히 큰 우려와 의혹을 야기하고 있다. 박근혜·새누리 정부는 공무원 비리 근절을 위한 ‘김영란법’을 부결시킨 데 이어 전관예우 범죄 대책이 빠진 ‘관피아 방지법’을 추진하고 있다. 사실 이런 잘못된 대책의 문제는 국가재난관리체계 정비에서도 드러났다. 비리로 얼룩진 해경을 없애는 것은 필요하다고 쳐도 열심히 일한 소방방재청을 없애고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는 것은 관피아를 키우는 것일 뿐이다. 비리의 척결에 온힘을 모아야 하는 중대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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