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두 달, 릴레이 기고 – 이것만은 바꾸자](6) 사업장 안전, 노동자가 감독하자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세월호 대참사는 너무나도 참담한 인재이며 관재였다. 무분별한 규제 완화와 수익 극대화의 논리가 세월호를 침몰시켰고 우리 국민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함부로 선박을 개조하고 과적을 하고 비정규직을 남발한 회사의 탐욕과 무책임성, 선박 안전관리를 업자들의 해운조합에 위탁하고 책임을 방기하고 규제 완화를 주도한 정부에 책임이 있는 것이다.
똑같은 일이 지금 국민들의 일상적인 일터에서 벌어지고 있다. 비용절감을 위해 위험업무를 외주화하고 비정규직에게 떠넘기는 대기업들과 기업을 감독하기는커녕 적당히 봐주고 오히려 산업재해보험료를 감면해주기까지 하는 정부. 산재가 끊이지 않고 계속되다 보니 우리나라는 몇년째 OECD 산재사망률 1위 나라가 돼버렸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기업체와 관련된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 수는 1929명에 달한다. 하루에 5.2명이 자신의 일터에서 사망한 것이다. 여기에 기업이 은폐하거나 특수고용처럼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있어 산재로 확인되지 않는 일들을 더하면 실제로 일어난 산재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이처럼 산재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데 관련 부처와 대기업들은 어떤 대처를 하고 있을까?
2011년 이마트에서 4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사고 직후 유족들은 이마트를 상대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에는 이마트 대신 하청업체인 지하 냉방설비업체가 나섰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마트가 직접 협상에 나서지 않게 된 데는 당시 사고처리를 담당했던 노동부 소속 근로감독관의 조언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고양노동청 감독관들은 이마트 직원에게 ‘유족과 직접 협상에 나서면 안된다’ ‘장례식 비용 정도만 챙겨주라’는 내용과 함께 ‘유족 측에 최소한 3차례 실망감을 안겨주라’는 등의 조언을 해줬다. 정부 당국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대기업의 이윤을 더 우선시하고 있다는 것이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이다.
산재 예방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정부, 위험·유해한 업무는 하청을 주고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대기업, 돈이 없다는 핑계로 사고 예방에 소극적인 하청기업, 산재에 대한 엄격한 형사상의 처벌과 민사배상을 하기에 미흡한 법제도, 대놓고 대기업의 뒤를 봐주는 공무원 등 이 견고한 사슬이 대한민국을 ‘산재공화국’으로 만든 것이다.
더 비참한 것은 최근에 발생한 산재 사망 사고의 당사자들이 대부분 비정규직, 간접고용, 하청노동자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대기업이나 원청 소속 직원들이 꺼리는 위험·유해 업무를 대체하고 있는데, 한국 특유의 장시간, 저임금, 저비용(안전비용) 노동이 겹치면서 산재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 노동자 8명은 대부분 하청업체 소속 직원들이었다. 또 2013년 초 삼성반도체 사업장에서 불산이 누출되어 숨진 노동자도 하청업체 소속 직원이었고, 2013년 3월 여수산업단지 대림산업 폭발사고로 숨진 6명과 부상당한 11명 모두가 하청업체의 1개월 초단기 계약직 노동자들이었다. 그러나 산재의 피해를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떠넘긴 해당 대기업들은 안전한 사업장으로 판정을 받고 수천억원대의 산재보험료를 ‘합법적으로’ 감면받고 있다.
은수미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산업재해가 ‘감소’했다는 이유로 감면받은 보험료가 2012년 기준으로 약 1조1376억원이며, 전체 감면액 중 20대 대기업의 비율이 30.4%이다. 이 얼마나 부당한 일인가.
대한민국에서는 아직도 1년에 수천명이 일하던 직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주검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이제는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화학물질 관리나 위험한 공사업무일수록 원청에서 책임지고 맡아 처리하도록 해야 하고, 산재 위험이 높은 업무는 사고 관리가 취약한 중소기업에 외주를 줄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반복적, 미필적 고의가 다분한 산재사망 사업주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강화하고, 원청 사업주의 책임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하루속히 도입하고, 외국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기업살인죄 도입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근본적으로는 노동자가 사업장에서 안전 문제 감독의 주체가 되는 패러다임이 도입되어야 한다.
산재 예방부터 현장 감독, 긴급 상황 예상 시 작업 중지, 그리고 정기적인 산업안전 평가와 개선 방안 마련까지 노동자가 이를 주도한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안전한 일터가 가능할 것이다.
* 이글은 2014년 6월 26일, 경향신문 오피니언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기사원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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