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성 입증된 조사 결과 왜곡해 가해기업들 면죄부 준 공정위, 사과하라
가해기업 유리한 결론 미리 써놓고 인체 위해성 인정한 환경부 조사 결과 왜곡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유족과 피해자들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즉각 재심의하라
심의 의결 종료 결정한 공정위 해당 위원들에 대해 반드시 책임 물을 것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공정’은커녕 환경부의 조사 결과를 왜곡하면서까지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들에 면죄부를 주었음이 드러났다. 공정위가 가습기살균제 제조ㆍ판매업체인 SK케미칼, 애경산업, 이마트 등이 표시광고법을 명백히 위반했다는 심사관들의 의견을 모두 묵살하고 ‘환경부가 조사 중’이어서 원료물질인 ‘CMITㆍMIT의 인체 위해성이 완전히 확인되지 않았다’며 지난 8월 19일 심의 절차를 종결했는데, 알고 보니 그 판단 근거들 모두 사실과 달랐다는 것이다.
전해철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이 경향신문 보도(온라인판 기준 1일자)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사건 조사를 맡았던 공정위 심의관들은 가해기업들이 제품 주요 원료 성분인 CMITㆍMIT가 독성 물질임에도 이를 은폐 누락해 표시광고법 제3조 1항 2호(기만적인 표시ㆍ광고)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품질경영및공산품안전관리법(품공법)상 안전관리대상 제품이 아님에도 ‘품공법에 의한 품질표시’ 등을 표기하고, ‘천연솔잎향의 삼림욕 효과’ 등의 문구로 인체에 유익한 것처럼 소비자들을 속였다’며 시정명령, 공포명령, 과징금 40억 원 납부명령, 검찰 고발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정위 상임위도 심의 과정에서 CMITㆍMIT의 인체 위해성 여부를 핵심에 놓고 검토했다. 그런데 공정위는 당시 ‘환경부가 인체 위해성 여부에 대해 추가 조사 중’이라 ‘최종 결과가 나온 후 위법성을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심의 절차를 종료해 버렸다. 물론 공정위는 환경부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폐손상조사판정위원회의 판정과 환경보건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받아든 환경부는 애경 제품 사용자들의 폐 손상 원인이 해당 제품 때문임을 이미 인정했다. 나아가 “CMITㆍMIT로 인한 폐 이외 장기 피해 규명과 구제방안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그런데 공정위는 이를 ‘추가 조사 중’이라 왜곡하고는 아직도 환경부를 핑계 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희석해서 쓰는 CMITㆍMIT 성분의 인체 위해성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가해기업들의 주장까지 그대로 받아들였다. 가해기업들은 ‘죽음을 부르는 악마’ 가습기살균제를 ‘안전한 건강제품’으로 둔갑시켰지만, 공정위는 나머지 두 가지 혐의까지도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전해철 의원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공정위와 환경부로부터 자료를 받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공정위가 ‘무혐의’ 라는 맞춤 답안을 써놓지 않고서는 도저히 내릴 수 없는 결정임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공정위가 심의 종결한 8월 19일과 그것을 발표한 26일은 참으로 절묘한 시점이다. 가해기업들에 대한 형사처벌 시효인 8월 30일을 코 앞에 두었을 뿐 아니라,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하이라이트인 청문회를 앞두고 있었다. 공정위는 시효를 앞두고 있음을 서둘러 심의 종결한 이유로 들먹였지만, 4월부터 시작한 조사에 대한 결론을 시효에 코 앞에 두고 내려야 했는지 의문이다. 공정위는 ‘인체 위해성이 입증되면 재조사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형사 처벌은 이미 물 건너갔다. 기껏해야 과징금 수준의 행정 제재가 고작이다. 이미 입증된 위해성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소비자들의 목숨과 건강을 앗아간 가해기업들에게 노골적으로 면죄부를 쥐어줬다. 혹여 처벌 대상인 가해기업들이 국내의 대표적 재벌들이라서 머뭇거리는 것인가? 공정위가 가해기업들의 책임을 묻지 않고 보호하려 다면, 반대로 대다수 선량한 기업들에는 큰 피해를 입히는 꼴이 된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하는 공정위가 말이다.
공정위가 ‘인체 위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던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 CMITㆍMIT가 버젓이 물티슈에 이어 치약, 구강청정제 등 일상 속 생활화학제품들에 들어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소비자들은 대혼란에 빠져 있다. 공정위원장과 상임위원들에게 다시 묻겠다. 아직도 CMITㆍMIT의 인체 위해성이 의심스러운가? 그렇다면 위원들 자신과 가족들에게도 문제의 제품들을 계속 쓰라고 권할 수 있겠는가?
어제(4일) 국회 특위의 활동 종료를 마주한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유족과 피해자들 뿐 아니라, 국민 모두는 국가와 정부, 국회의 책무를 거듭해 묻고 있다.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공정위 심의 과정과 종결에 명백한 잘못이 있었음을 시인하고, 유족과 피해자들에 진심으로 사과하라. 그리고 시효 여부와 상관없이 즉각 재심의하라. 그리하지 않는다면, 유족과 피해자들은 희생자 976인의 넋을 대신해 공정위와 해당 위원들에 대해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 참고 ) [가습기참사넷] SK케미칼ㆍ애경ㆍ이마트에 면죄부 준 공정위의 심의종료의결 규탄 긴급 기자회견문 (2016.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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