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 이끌 막중한 책무에도 책임있는 기후 공약 부족
김문수·이준석, 가짜뉴스 유포하며 탈탄소 흐름 역행하는 발언 일관
이재명, 탈원전 포기 기조 재검토하고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방안 제시해야
21대 대선 후보들의 10대 공약 발표에 이어 지난 23일 두번째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기후위기 대응 방안’이 다루어졌다. 처음으로 대선 후보 토론 주제 중 하나로 기후위기 대응 방안이 포함된 것은 대선 시기 핵심 의제이자 쟁점으로 후보들이 기후위기 해법을 직접 답하라는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확인된 대선 후보들의 기후 공약은 향후 5년 기후위기 대응을 이끌 차기 정부의 막중한 책무에 비해, 부실하거나 안일하고 일부는 실종 수준이다. 기후위기와 생태위기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고 이로 인해 시민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대선 후보들의 기후 공약은 대단히 실망스럽고 유감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제시하면서도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병행하는 ‘에너지 믹스’ 정책을 추진할 것을 밝혔다. 민주당이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소형원자로(SMR) 육성 등 원전 진흥 방향으로 돌아선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재명 후보는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10%를 겨우 넘는 현실에 기대 에너지믹스가 불가피함을 피력하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이러한 현실론은 핵발전을 유지·확대하는 근거가 되며 외려 에너지전환을 지체시키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핵발전 기반의 에너지믹스는 전면재검토되어야 한다. 원전이 갖는 위험성이 크고 사회적 비용 또한 막대하다는 점은 말할 것도 없다. 재생에너지 발전 부문의 민영화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황에서 재생에너지에서의 ‘공공성’이 보이지 않은 점도 크게 아쉽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이윤에 따라 들쑥날쑥할 것이 아니라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며 더 빠르게 이행되기 위해서는 공공이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구체적인 2035 온실가스 감축목표도 없고,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재정 확보 방안도 언급조차 없는 것은 무책임하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유일하게 2035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70%로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핵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폐기할 것을 분명히 했으며 기후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책 목표를 제시했다. 또한 토론회에서 민간 중심의 재생에너지 현실을 지적하고 공공성 확보, 공공 주도의 에너지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2035년 ‘탈석탄’ 공약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과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기후위기 대응 공약이 없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토론회에서 노골적으로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탈탄소’ 국제적 흐름에 반하는 발언들로 기후위기 대응 의지조차도 없다는 것을 드러냈다. 김문수 후보는 ‘글로벌 기후 총회에서 원전 3배 늘리는 것에 30개국 이상이 동참’했다고 했지만, 한국 정부 주도로 추진된 CFE 이니셔티브일뿐, 정작 기후총회에서 197개 당사국들이 만장일치로 합의한 것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을 3배로 늘리는 것’이었다. 한국 정부가 이에 동참한 것은 물론이다. ‘RE100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 또한, 글로벌 시장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이 전혀 없음을 보여줄 뿐이다. 이준석 후보 역시 팩트가 틀린 정보로 풍력발전이 ‘중국을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상대후보를 공격하고 혐중 여론을 부추기는 데 여념이 없었다. 또한 기존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비과학적인 환경PC주의’라고 비난하며 ‘원전이 답’이라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한 것은 내용의 공허함을 넘어 부적절하다.
시민들은 이념과 혐오에 기댄 퇴행적인 논의를 듣기 위해 기후의제 토론을 요구한 것이 아니다. 재난으로 닥쳐오는 기후위기가 우리 삶과 공동체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진단, 이를 정의롭고 평등하게 해결해나갈 구체적 대안과 경로, 나아가 국제적인 규제규범에 대한 대응방안 등이 이번 대선 공약으로 더 제기되고 토론되었어야 했다. 기후재난의 엄중함 만큼 남은 기간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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