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누르기 방지법’ 포함된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또다른 부자감세
주가부양 중심 정책 넘어 실물경제와 시장질서 개선에 집중해야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3/10) 국무회의에서 주식시장 투명성 강화와 경영지배권 남용 여지 최소화 등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코스닥 시장 정비와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앞서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도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관행을 막기 위한 상속·증여세법 개편안의 조속한 입법을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발의된 법안은 ‘주가 누르기’라는 문제의 실체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20% 할증평가 폐지 등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 최대주주의 상속세 부담 완화가 일반주주의 권익 보호와 기업가치 제고로 포장되어서는 안 된다. 참여연대는 ‘주가 누르기 방지’라는 이름의 입법이 결국 또 하나의 부자감세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밝힌다.
우선 ‘주가 누르기’ 행위가 실제로 얼마나 광범위하게 존재하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기업 오너 일가가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상장사의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실증 연구나 체계적인 분석은 충분하게 제시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동안 재계와 일부 경제지에서 반복적으로 제기해 온 ‘상속세 부담 때문에 기업 경영이 왜곡된다’는 담론이 정책 논의를 압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실체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문제를 근거로 세제 구조를 변경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특히, 법안에 포함된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20% 할증평가 폐지 추진은 문제의 핵심이다. 최대주주 할증평가는 상속·증여 시 지배주주가 보유한 주식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존재한다는 점을 반영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공평과세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장치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우리 시장에서 형성되는 경영권 프리미엄은 약 49~68%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현행 20% 할증평가는 과도한 수준이 아니라 오히려 경영권 프리미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역시 ‘2024년 세법개정안 분석’에서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가 대기업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세제지원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할증평가를 폐지하는 것은 공정과세 원칙을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대기업 지배주주의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무엇보다 최근 정책 논의가 자본시장 활성화와 주가 부양에 지나치게 집중되는 흐름 역시 경계해야 한다. 주식시장은 대외 경제 상황과 지정학적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는 변동성이 높은 시장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 이후 코스피가 급락한 사례에서도 확인되듯, 주가는 외부 요인에 의해 단기간에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정부가 주가지수에 정권의 명운을 걸거나 단기적인 시장 반응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본시장 정책은 단순한 주가 상승이 아니라 기업 지배구조 개선,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 실물경제와 노동의 가치가 함께 높아지는 방향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주가 누르기 방지’라는 인기영합적 프레임을 앞세워 최대주주의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흘러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정부와 정치권은 주가 부양 중심의 정책 경쟁에서 벗어나 공정과세와 시장의 신뢰를 지키는 방향에서 제도를 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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