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기타(sw) 2024-06-19   4466

[논평] 저출생 추세를 반전시키기엔 여전히 미흡한 대책

다양한 계층보다는 정규직, 고소득자에 혜택 집중되는 한계 분명
노동시간 단축과 주거 안정이라는 사회적 과제 해결 방안 부족

오늘(6/19)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위원장: 대통령)는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오늘부로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공식 선언하고, 저출생 문제를 극복할 때까지 범국가적 총력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저출생의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는 일∙가정양립, 양육, 주거 등 3대 핵심분야 지원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저출생의 문제가 국가비상사태라고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서 그동안 정부가 노정한 저출생에 대한 안이한 인식, 효과성 있는 정책과 예산 배분의 실패, 분절적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낮은 정책 체감도, 일자리, 수도권 집중, 교육∙의료 등 구조적 원인에 대한 대응 미흡 등의 문제에 대해 냉정한 평가와 반성을 진행했다는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럽다. 그러나 비상한 각오를 가지고 마련되었다는 저출생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한 대책은 기존에 발표된 정책의 미세한 조정만을 담고 있어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저출생 대책이 출산∙양육중심의 대책이 아닌 종합적∙거시적 차원의 사회구조 재편을 위한 계획들이 다각도로 검토되고 구체적인 정책으로 마련되길 촉구한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은 일∙가정 양립, 교육돌봄, 주거 및 결혼∙출산∙양육 등 3대 분야 15대 핵심 과제를 담고 있다. 필요한 시기에 충분한 육아시간을 보장하고, 누구나 이용가능한 돌봄 환경을 만들며, 결혼∙출산∙양육이 메리트가 되도록 하는 주거, 세액공제 등의 지원책들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정부의 상당수 대책은 이번에도 결혼, 그리고 이를 전제로 하는 출산과 육아에 맞춰져 있어 결과적으로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초저출생이라는 심각한 인구문제의 해결을 위해 전사회적인 성평등의 실현이 필수적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발표된 과제에는 ‘양성평등 근로문화 확산’, ‘성평등 가치 확산과 함양’ 등과 같이 추상적 수준의 성평등 의제를 나열하고 있을 뿐이다. 결혼과 출산, 육아가 여성의 삶 또는 여성의 일을 억압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고, 여성과 남성이 모두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성평등 사회 구현이 필요하다는 큰 틀의 합의에 기반한 접근이 부재하다.  

육아휴직 사용자의 증가와 제도 확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각지대에 머물러있는 자영업자와 새로운 노동형태의 노동자들에 대한 구체적 대책이 여전히 부재하다. 육아지원제도 사각지대 개선방안을 연내에 마련하겠다고만 되어있을 뿐이다. 균형있는 삶(work-life balance)을 어렵게 하는 고질적인 장시간 노동시간 문제를 해결해야 하나 이에 대한 대책도 찾아볼 수 없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유연화 시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노동시간 단축 방안 없는 저출생 대책이 공허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한 여러 제도의 양적 측면에서의 확장을 얘기하고 있으나 서비스 질에 대한 고려, 노동에 대한 고려가 전혀 드러나 있지 않은 것도 문제이다. 특히 외국인 가사관리사 및 외국인 유학생과 외국인 근로자 배우자 등에 가사돌봄 취업허용을 활성화하는 내용이나 민간기관이 해외의 사용 가능한 가사사용인을 도입·중개·관리할 수 있는 제도 도입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정부가 말한 돌봄서비스에 대한 수요자의 선택권 확대가 아닌 돌봄비용이 증가하니 이주노동자를 값싸게 활용하면 된다는 차원의 시장논리에 불과하다. 이는 돌봄노동자들의 처우를 더 열악하게 만드는 것으로 이어져 돌봄노동의 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 

저출생의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는 주거 문제를 3대 핵심분야로 꼽으면서도, 주거 안정 대책이 아닌 주거의 문제를 소유의 문제로 국한해 대책을 내놓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 기준을 2.5억 원으로 추가 완화하겠다고 하는데, 지난 1월29일 출시된 신생아 특례대출이 출시 약 3주 만에 3.4조 원을 돌파하며 가계부채의 복병으로 떠올랐던 점을 고려하면, 대출기준의 완화가 집값과 가계부채를 자극할 우려가 크다. 게다가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전세가격 상승 원인으로 신생아 특례대출을 꼽았음에도 그 완화 대책을 재차 내놓는 엇박자도 보였다. 저출생 대책으로 번번이 내놓는 신생아 대출 정책의 대상은 결국 고소득자에 혜택을 몰아주는 데다,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같은 주거 안정 대책이 부재한 한계도 명확하다.    

계속해서 강조하지만 저출생은 인구문제가 아니라 보건복지, 돌봄, 주거, 노동, 교육 등 사회정책 전반에 걸쳐 총체적으로 접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사안이다. 저출생을 심화시키는 핵심 원인은 불평등과 양극화의 심화, 기후 위기, 사교육, 지역 격차 등으로 인한 현재와 미래의 삶을 불안하게 만드는 사회구조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출산과 양육 중심의 단편적 접근에서 벗어나 삶의 질 제고, 가족다양성 존중, 비용 보장만이 아닌 시간 보장, 돌봄 노동에 대한 존중과 사회적 인정, 공공인프라 확충 등과 같은 다차원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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