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4 2014-06-10   3727

[기획주제4] 우울과 자살에 빠진 대한민국

우울과 자살에 빠진 대한민국

전준희 l 화성시정신건강증진센터, 센터장

대한민국은 우울하다

최근 발생한 세월호 사건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2014년 4월 19일에 발생한 세월호 사건을 통해 대한민국은 슬픔과 분노를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이미 그 이전부터 우울해 왔다. 정부발표에 따르면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후 소비가 감소하였다고 하였고 국가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도 하였다. 그리고 국민들 모두가 우울하다고 한다. 요즘 정신건강증진센터를 찾는 어르신들은 “왜 늙은 나를 데려가지 않고 아이들을 먼저 데리고 가는지 모르겠다”시며 헛헛한 눈빛을 드러내신다.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자살소식이 들려온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우울과 자살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우울증 환자가 7년 만에 35.9%증가

우리사회는 세대를 막론하고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2년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59만1276명으로 집계됐다. 국민 100명 중 한 명꼴로 2005년 43만5000명에 비해 7년 만에 35.9% 증가했다. 사회·경제적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7년 7조3367억원이었던 우울증 및 자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2011년 10조3826억원으로 5년 새 41.5% 증가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평생 한 번이라도 우울증을 앓은 사람이 전체 인구의 5.6%(약 2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도 전 국민의 2.5%(약 100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정신과 등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수는 59만 명에 그쳐있는 것으로 볼 때 사실상 더 많은 우울증 환자가 치료를 받지 않고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삶의 만족도가 낮은 대한민국

일반적으로 우울증을 진단하기 위해서 미국 정신의학회(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의 정신장애 진단 통계편람(DSM-Ⅳ-TR)의 진단 기준을 사용하는데 다음과 같다. 1. 하루종일 우울한 기분, 2. 삶에 대한 흥미 감소, 3. 체중감소나 증가, 4.불면/과수면, 5.정신운동초조 또는 지체, 6.피로감, 무가치감 또는 자책, 7.사고-주의집중력 감퇴, 8.자살시도/자살계획 또는 반복적 자살사고 중에서 1번과 2번 중에 하나는 반드시 포함되고, 다섯 가지 이상이 동일한 2주 동안에 나타나면 우울증이 있는 것으로 본다. 이러한 진단 기준을 고려해 볼 때 눈에 띄는 자료가 있다. 2009년도에 발간된 경제개발협력기구, OECD의 보고서에 따르면 소속국가들의 자살과 삶의 만족도를 비교하여 제시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경우 OECD국가들 중 자살사망률은 3위였고 삶의 만족도에서는 하위권을 나타냈다. 2004년도까지의 통계를 통해서 비교한 자료여서 당시에 우리나라의 자살사망률이 3위였으나 이후 우리나라는 자살사망률이 헝가리와 일본을 추월하여 OECD국가가운데 가장 높은 나라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삶의 만족도가 낮으면서 자살률이 높다는 것에서 우리는 이미 대한민국의 사회적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우울증의 진단 기준들이 낮은 삶의 만족도와 관련되어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경제적 불안정과 높은 실업률

최근의 자살률의 증가는 사회심리학자들이 주장하는 사회적 병리와도 무관하지 않다. 사회적 병리는 사회적 불안정이나 사회적 가치의 혼란의 상황과도 관련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자살률의 증가는 1997년 경제위기 이후의 사회적 변화와 관련된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볼 수 있겠다. LG경제연구원(2005)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에 나타난 경쟁심화, 구조조정, 경제성장 추세 둔화, 고용불안, 양극화, 가계부실 등은 사회 전반, 특히 빠르게 변화된 경제사회구조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계층을 중심으로 스트레스 강도를 높여 자살, 이혼, 범죄 증가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3.9%이다. 이는 경제활동인구 2671만 4000명 중 실업자가 103만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통계청의 분류상 공식 실업자가 103만명이라는 것이고 주당 36시간 미만 취업자 중 추가 취업 희망자,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준비자, 59세 이하 ‘쉬었음’ 인구, 구직단념자를 포함하게 되면 실업률은 11.1%에 달한다. 이는 ‘사실상 실업자’를 포함한 실업률이 2012년 10.9%, 2013년 10.8%였던 것에서 11%대로 올라오는 것이다. 실업률의 증가는 자살률의 증가와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것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감소추세를 보이기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처리되지 않은 슬픔의 현대사

그리고 우리사회의 우울과 자살의 문제는 처리되지 않은 슬픔의 역사, 즉 현대사에서 겪었던 수많은 트라우마의 사건들이 사회적으로 처리되지 않음으로 인한 후유증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정신분석학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아동기의 상실, 외상의 경험은 성인이 된 아동에게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예견하게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의 현대사에는 여러 국가적 재난수준의 트라우마를 겪었다. 한국전쟁이 그러했고 4·19혁명, 5·16군사쿠테타, 월남전쟁참전, 5·18광주민주화운동, 외환위기 등 굴곡이 많았던 현대사를 통해서 우리 사회는 정신적 외상을 겪었다. 그러나 이러한 외상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충분히 보듬고 치유가 되지 않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에 대해서 사회는 무관심했고 당장의 경제적 성장에 급급했던 시기를 보냈다. 그리고 세계 최고수준의 경제적 성장을 이룩하면서 발생된 경쟁사회, 출세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가 가져다준 작은 트라우마들이 우리 현대사와 함께 해왔다. 이처럼 현대사를 관통하는 트라우마의 역사가 남겨온 후유증이 어느새 우리 사회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러한 현상은 실제로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높은 연령층이 고도의 경제성장기를 겪었던 1차 베이붐세대(1955~63년생, 현재 50대)와 2차 베이비붐세대(1968~76년생, 현재 40대)에서 유독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과 분리해서 생각해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울과 자살의 해법 : 결국은 공동체의 회복과 상류(上流)에서 접근

그렇다면 우리사회의 우울증과 자살에 대한 해법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먼저, 맥킨리(McKinlay, 1979)라는 학자는 ‘상류(上流)접근법’이라는 보건이론을 통해서 스트레스, 흡연, 알코올, 비만 등의 건강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하류(下流)에서 문화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건강교육을 실시하고 인지행동치료를 적용하는 등의 프로그램만으로는 건강문제를 효과적으로 개선하기 어렵다며 강의 상류(上流)라고 할 수 있는 고용환경의 개선, 부의 재분배, 세금, 지역문화의 혁신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을 통한 빈곤, 사회적 소외, 주거, 실업문제가 해소되도록 노력해야만 하류(下流)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사라질 것이고 하였다. 이처럼 우리사회의 우울증과 자살의 해법은 근본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빈곤, 실업률, 사회적 갈등의 해결, 사회양극화, 가계부실 등과 같은 근본적인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강의 상류에서의 정책적 노력과 함께 어쩔 수없이 강의 하류로 떠밀려 오는 우울과 자살로 인한 고통 받는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한 사회서비스적 전달체계가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회복지와 보건의료 전달체계의 확대가 필요하며 특히 정신건강전달체계의 확대와 내실이 중요하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정신건강서비스를 쉽게 이용하기 어려운 국민들에게 접근성 높은 정신건강서비스체계를 구축하고 활성화시켜야 한다.

또한 사회복지서비스를 내실화시키기 위해서 보여주기식의 정량평가의 관행보다는 질적인 서비스를 강화시켜나갈 수 있는 평가체계가 필요하다. 다수의 지역주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한 것이지만 양적인 평가는 결국엔 허수(虛數)를 양산해 낸다. 과잉된 경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한사람을 중시하기보다는 1점을 중시하게 되는 모순된 현상을 연출하게 되고 이는 계속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이는 점차 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실천가들의 정체성을 흔들게 되고 열정 없는 실천가들을 양산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에는 전체적인 휴먼서비스 분야의 전문성의 후퇴가 예상된다.

결국 공동체의 회복과 강화가 해법일 것이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케임(1858~1917)은 ‘자살론’에서 사회적으로 급격한 변화와 위기 등으로 인한 아노미, 즉 사회의 가치 기준과 규범, 윤리관, 세계관이 혼돈과 전도로 인한 불확실성 시대에 자살이 증가한다고 하였다. 또한 사회적 통합도가 낮아지면 개인이 극도로 고립되거나 자신만의 구원되기를 바라는 이기심의 자살로 인한 자살이 나타난다고 하였다. 다시금 OECD의 발표를 인용하자면 한국의 사회통합지수는 OECD 30개 회원국 중 24위 수준으로 최하위수준이다. 이것만으로도 2014년 대한민국에 어떤 것이 필요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왜 이토록 우울증 환자가 늘어나고 자살률이 낮아지지 않는 것인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를 위해 최근 사회복지계에서 불고 있는 공동체운동을 주목해 본다. 공동체의 가치가 회복되고 내 주변이웃을 돌아볼 수 있는 사회가 될 때 우울과 자살로부터 대한민국이 빠져 나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및 출처

자살론/에밀 뒤르켐/황보종우역/청아출판사/2008

지표를 활용한 한국의 경제사회발전 연구 : OECD 회원국과의 비교분석/박병호/한국경제학회/2014

헤럴드경제 2014년 5월 19일자 ‘사실상 실업자’ 300만명 넘었다…. 정부 통계의 3배달해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40519000069&md=20140522010958_BK

자살, 이혼, 범죄, 그리고 경제 /송태정외/2005/LG경제연구원

한국경제 2014년 1월 7일자 ‘우울증·자살 사회비용 10조 시대…연간 60만명 진료받는다’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4010779351

통계청 www.kosis.kr

건강보험심사평가원 http://www.hira.or.kr/main.do

OECD http://www.oecd.org/statistics/

월간 <복지동향> 2014년 6월호(제1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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