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욱ㅣ호서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지난 9월 16일 이재명 정부는 기초생활보장 과제를 포함한 123대 국정과제를 발표하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민혁명으로 탄생한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컸던 만큼 이번 국정과제는 당혹스러웠다. 특히 보건의료, 돌봄, 소득보장 등 다른 과제들과 달리 기초생활보장 분야의 국정과제는 지나치게 단촐한데다 대통령 선거 당시 공약마저도 수용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부양의무자 기준폐지가 폐지되었다
지난 21대 대선 이재명 후보는 생활안정 공약 중 하나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의 완전한 폐지를 추진하고 생계급여 자격기준 및 보장수준을 단계적으로 상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국정과제에서는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및 대상자 선정기준을 2030년까지 기준중위소득 35%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하고, 의료급여의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 간소화 및 (간주)부양비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으로 후퇴하였다. 정리하면, 공약에서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와 보장 상향을 제시했지만, 당선 이후 국정과제에서는 생계급여에 대해서만 폐지를 추진하고 여전히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은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전 정부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었기에 익숙하고 놀랄 일이 아니라고 말하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까.
여기서 우리는 지난 윤석열 정부 시기 수립된 ‘제3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 종합계획에서 정부는 향후 2026년 4차 계획 수립 전까지 기준중위소득 35%까지 단계적 상향을 제시하였다. 목표는 비슷하지만, 국정과제는 시행 시기마저 연기하였다. 그나마 국정과제에서 달라진 점이라면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거나 완화하겠다는 정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2022년 1월 보건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21년 10월부터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였다”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때에도 부양의무자 연소득 1억 원 또는 재산 9억 원 이상인 경우 생계급여 대상에서 제외하는 기준은 여전히 존재했다. 정확한 리포트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이번 국정과제에서 ‘개선’하겠다는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이 연소득이나 재산기준을 일부 조정하는 것이라면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한편,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은 일부 개선안을 담았을 뿐 여전히 존치시킬 것으로 보인다. 부양의무자가 소득 일부를 생활비로 줄 것이라고 가정하고, 소득에 산입해서 그간 많은 비판의 대상이었던 부양비를 이제 와서 폐지하면서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은 그대로 유지하려는 것이다. 제3차 종합계획에서 보건복지부는 의료급여 비수급 빈곤층이 66만 명에 달하며, 그것의 주원인이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추정된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으며, 사적 부양의식 약화 등 형식적으로 의료급여에만 남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의 요구가 압도적으로 높다는 통계도 함께 제시한 바 있다. 행정 관료들이 만들고 있는 이러한 현실 인식과 정책수립 간 괴리는 혁명으로 정권이 바뀌어 우리의 삶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시민들의 희망을 좌절시키는 양분으로 기능한다.
정부는 의료급여 정률제 문제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지난 7월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한 의료급여 정률제가 잠정 중단되었다. 이는 1종 수급권자가 외래진료를 받을 때 정해진 금액(건당 1~2천 원)을 내는 기존 정액제를 없애고, 진료비의 일정 비율(4~8%)을 부담하도록 하여 의료급여 대상자에 대한 서비스 공급을 통제하려는 목적을 가진 정책이었다. 그간 학계와 시민사회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정부의 이러한 정책추진을 막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 7월 기초법공동행동, 참여연대 등 8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의료급여 정률제 관련 공개 집담회를 개최하였다. 여기서 이들은 의료급여 정률제가 가난한 이들의 비용 부담을 증가시켜 미충족 의료를 더욱 가중시킬 것이며, ‘과다의료행위’에 대한 비판도 의료서비스의 양은 제공자가 결정하는 것이지 이용자인 의료급여 수급자의 선택이 아니기 때문에 의료급여 수급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밝힌 바 있다. 정권이 바뀐 이후 최근 입법예고까지 마친 개혁안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는 보건복지부의 입장선회는 고무적이나, 정부가 의료급여 통제강화 안을 완전히 폐기한 것은 아니기에 이번 국정과제는 이에 대한 특별한 입장이 언급되기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보건 분야 전문가인 정은경 장관은 인사청문회부터 지금까지 별다른 발표를 하지 않고 있고, 대통령실 또한 이에 대한 어떠한 논의도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더 이상 여론의 눈치만 보며 차일피일 미룰 게 아니라, 이제는 의료급여 정률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기준중위소득의 난제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기준중위소득은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기초연금, 국가장학제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보건복지사업 신청자의 수급자격을 판별하고 수급자가 받는 급여의 양(보장수준)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고시하는 국민가구소득의 중위값이다. 이는 국가복지 수준뿐 아니라 국민의 생존을 결정하는 정책의 기초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매우 크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기준중위소득을 활용하는 사업은 복지부 33개, 교육부 8개, 고용부 4개 등 총 80개 사업에 달한다. 이러한 기준중위소득은 2015년 7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에 따라 맞춤형 급여체계가 도입되면서 최저생계비를 대체하는 기준이 되었다. 이후 정부가 고시한 기준중위소득은 수급신청자의 소득인정액과 비교하여 신청자의 소득인정액이 기준중위소득 32% 미만이면 두 소득 차액만큼 생계급여를 지급하고, 40% 미만이면 의료급여를, 48% 미만이면 주거급여(임대료, 주택 수리비)를, 그리고 50% 미만 가구에 학생이 있을 경우 교육급여(수업료, 교과서 등)를 지급하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 기준중위소득을 둘러싼 다양한 논쟁과 합의가 진행되어 왔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2가지 큰 이슈가 있다. 하나는 기준중위소득과 가계금융복지조사 중위소득 간 격차이고, 다른 하나는 기준중위소득과 소득인정액 간 소득범주 불일치의 문제이다. 다소 복잡한 논의이지만 하나씩 살펴보자.

<표 1>은 가계금융복지조사에 기반한 통계청 공시 월평균 균등화중위소득(처분가능소득 기준)과 정부에서 고시하는 기준중위소득(1인 가구 기준)을 비교한 것이다. 여기서 드러나는 것은 전국민 대상 중위소득과 기준중위소득 간 격차가 크며, 이러한 격차가 매년 증가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알려주는 것은 이러한 격차만큼 수급권과 급여의 감축이 유발된다는 것, 그리고 결국엔 기준중위소득이 우리 사회의 생활수준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매년 최고 수준의 증가율이라는 정부의 홍보와는 결을 달리하는 내용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정부는 내년에도 올해와 동일한 급여별 선정기준(생계 32%, 의료 40%, 주거 48%, 교육 50%)을 결정함으로써 급여자격기준과 보장수준을 단계적으로 상향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공약도 반영하지 않았다. 내년은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이러한 격차를 보정하기로 한 마지막 해이지만, 이번 고시는 23년 기준 33.6%에 해당하는 격차를 마지막 해인 26년에도 보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일 뿐이다. 대선공약 미이행과 지난 6년간의 직무유기에 대해 대통령은 명확한 답변을 제시하고, 보건복지부와 기재부는 이에 대한 행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다른 하나의 이슈는 기준중위소득과 소득인정액의 소득범주 불일치 문제이다. 기준중위소득은 소득기반의 균등화중위소득을 조정하여 최종 결정된 금액으로 고시되는 데 반해, 수급 및 급여신청자의 소득평가액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의 합산으로 계산되는 소득인정액으로 평가를 받는다. 굳이 압축하자면 하나는 소득만을, 다른 하나는 소득과 재산의 합으로 계산하는데, 둘을 비교하여 수급 여부나 수급액을 결정하는 것이 지금의 체계라는 것이다. 소득보다 자산가치의 증가가 빠른 한국 사회에서, 자산을 소득으로 환산하는 방식은 수급자의 경제적 실질을 왜곡함으로써 급여수급에서 제외하거나 급여액을 삭감시키는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이는 제도적 정합성 측면에서 재고의 여지가 있다. 수급신청자와 전국민의 소득계산방식을 굳이 따로 운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도적 부정합을 교정하고 급여수급의 불리를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가장 대표적으로 수급권 판정 시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지 않는 컷오프 방식이 있다. 그러나 이는 재산증식에 대한 기대와 의존이 크고 자산불평등이 심각한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정치적, 문화적으로 조속하게 수용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차선책으로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중생보위에서 합의되는 기준중위소득을 기준중위소득인정액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이것은 완벽하진 않더라도 복잡한 제도를 최대한 적용하여 계산할 수 있는 국가통계가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지는 않다. 물론 자산에 대한 행정자료를 연동시켜야 하는 문제는 있지만, 이 또한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불필요한 논쟁을 없애고 정합성을 높이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고려해야 할 것도 있다. 첫째, 기존 수급권과 수급액의 변동이 발생할 가능성을 충분히 예측하고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이러한 제도개혁의 민주적 운영을 담보할 제도수단(적어도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속기록 작성 및 공개 의무화, 견제 가능한 위원 구성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더욱 중요한 점은 기준중위소득인정액으로 변환 시 비교준거의 통일에 따른 제도적 정합성은 확보할 수 있을지 모르나, 소득인정액 제도의 재산 산입 문제에 대한 그간의 문제제기들과 대안(컷오프)에 대한 논의가 중단되거나 후퇴될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내년에는 제4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27~2029년)을 수립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공식 임기가 2030년 3월까지이므로 4차 계획은 현 정부의 마지막 기초생활보장 분야 계획으로 이재명 정부의 복지정책 성과에 대한 평가의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여전히 회피하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의료급여 정률제 논의 중단의 후속 조치, 기준중위소득의 상대수준 저하 문제, 소득범주 불일치 그리고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투명하고 민주적 운영의 법제화는 혁명으로 되찾아 또 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시민들이 적어도 최소한의 안전을 위해 정부에 요구하는 시험지라는 점을 강조한다.
| 참고문헌 |
김성욱, 2025, “복지의 ‘기준’문제와 사회복지예산”, 『새 정부에 바란다 : 감세의 그늘, 복지재정의 길을 묻다』 정책토론회 자료집, 한국사회복지학회.
대한민국 정부, 2025,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
보건복지부, 2025.7.31, “2026년도 기준중위소득 6.51% 역대 최대로 인상”(보도자료).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각 년도), Kosis.kr
월간 <복지동향> 2025년 10월호(제3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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