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6 2026-03-10   3337

[동향1] 차별금지법 제정, 이재명 정부·22대 국회는 다를 수 있을까

장예정ㅣ차별금지법제정연대 상임집행위원장

2024년 5월 30일. 22대 국회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번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이 발의된 것은 2026년 1월 9일로 상반기 국회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21대 국회가 개원 후 한 달 만에 차별금지법이 발의된 것과 비교하면 실로 오래 걸렸다. 윤석열 퇴진광장에서 수많은 발언 속에서 차별금지법이 호명되고 실제 온라인공론장 결과로도 “차별금지와 인권이 보장되는” 세상이 사회대개혁 과제 1위로 꼽혔음에도 윤석열 파면 이후 9개월이 걸린 것이다. 제정까지 걸린 시간이 아닌 발의에 걸린 시간이다.

윤석열 퇴진광장 123일의 기간 동안 정말 많은 발언들이 광장으로 쏟아져나왔다. 그중 광장의 구심 역할을 하였던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전 윤석열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이하 ‘비상행동’)이 운영한 온라인공론장 ‘천만의 연결’은 중간결과 리포트와 최종결과 리포트를 발표하였다.1 중간결과 사회대개혁 특위 11개 소위원회의 과제 중 차별금지와 인권보장이 가장 많이 선택되었다. 최종결과도 마찬가지로 “차별금지·성평등·인권·소수자권리”가 사회대개혁 과제 중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온라인 공론장뿐만 아니라 12·3 내란 이후 3월 8일까지 열린 집회 발언 전수조사 결과 ‘차별과 혐오 없는 세상’은 ‘퇴진’, ‘파면’ 다음으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였다.

놀랍게도 대한민국은 8년 만에 지치지 않고 광장에 모이는 시민의 힘으로 대통령을 한 번 더 파면했다. 짧은 시간으로 두 광장을 모두 경험한 이들이 적지 않다. 마이크를 잡은 시민들이 평등, 인권, 차별금지법을 이야기하는 광경은 분명 8년 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짧다면 짧은 시간,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가 있었기에 광장의 모습은 이렇게 달라졌을까.

차별수괴 윤석열은 없고 차별금지법은 있는 나라로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윤석열 정부 2년 6개월을 관통하는 문장이다. 그렇게 축적된 시간의 결과는 연구와 지표들로도 나타나기 마련이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Human Rights Watch)가 발간한 『World Report 2024』 한국 보고서는 여성과 성소수자 등 소수자에 대한 구조적 차별이 지속되고 있으며, 디지털 성폭력과 온라인 혐오 표현 문제가 심각한 인권 과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2 그렇기에 이번 광장에서 윤석열을 탄핵하고, 도래하길 바라는 한국 사회의 모습으로 차별과 혐오 없는 세상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았던 것은 자연스러운 연결이었을 것이다.

2024년 12월 25일, 성탄절에 열린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여러 단위가 주관한 탄핵집회에 참여한 참석자 인터뷰는 이러한 경향을 잘 보여준다. 경향신문 인터뷰에 응한 A씨(23)는 “성소수자도, 장애인도 결국 한 사회에 섞여서 살아가야 한다고 항상 외친다”라며 “나도 같이 살아가기 위해 다른 집회 대신 이곳에 참여했다”라고 말했다.3 “나” 역시 다양한 소수자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감각, 그러니 모두의 평등을 위해 함께 해야 한다는 연대의 감각이 어느 때보다 살아있는 광장이 될 수 있었다.

차별금지법이 성소수자‘만’을 위한 법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말 그대로 이 사회의 모든 시민을 위한 법이다. 손솔 의원의 차별금지법이 발의되고 교계의 차별금지법 반대 행동도 재개되고 있다. 그중 한 논리는 이미 한국에는 많은 개별 차별금지법이 존재하기에 소수자 권리보장을 위한 차별금지법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다만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법은 없고,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성소수자를 위한 조치라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일부는 맞고, 대체로 틀린 말이다. 한국 법률상 개별 차별금지법으로 분류할 수 있는 법률은 아무리 폭넓게 잡아도 10개 미만이다. 남녀고용평등법, 연령차별금지법, 장애인차별금지법, 기간제법, 파견법 등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고용, 재화와 용역, 교육, 행정서비스 혹은 법의 집행이라는 4개 영역에서 20개 이상의 차별금지사유에 대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다. 개별 차별금지법 중 장애인차별금지법만이 4개 영역을 두루 다루고 있고, 그 외 개별법들은 각 사유에 대한 고용 영역 차별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많은 개별법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입법 공백의 영역이 훨씬 큰 것이다. 그저 상징적인 의미로서만이 아니라 실제로 이 법의 역할은 모두를 위해 평등을 확장하는 법이다. [그림2]는 현행 개별법만의 체계의 공백을 잘 나타낸다.4

차별을 철폐할 때 바뀔 수 있는 일상

일상 속 차별은 삶에 구체적인 영향을 끼친다. 하나의 판결로도 여러 측면을 생각해 볼 수 있다. 2024년 7월 18일, 대법원에서 아주 중요한 판결이 나온 날이다. 동성부부에게도 이성부부와 마찬가지로 국민건강보험의 피부양자 등록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결정이었다. 특히 판결문에서는 다음과 같이 차별이라고 분명하게 언급하고 있다.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을 통하여 사실상 혼인 관계에 있는 사람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면서도, 동성 동반자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두 집단을 달리 취급하고 있다. 이러한 취급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을 차별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소송의 당사자인 소성욱-김용민 부부는 이렇게 쟁취한 권리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혼인신고를 통해 부부에게 부여되는 1천여 가지의 권리 중 단 하나를 얻었을 뿐이라고 말이다. 내가 돌봄을 주고받으며 같은 주거 공간에 살아가고 싶은 배우자가 동성이라는 이유로 1천 개의 권리를 박탈당한 것이다. 차별은 이렇듯 실질적으로 우리 일상과 밀접한 활동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두 사람이 법원의 문을 두드리고 3년이라는 소송기간을 거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제 동성부부간에도 피부양자 등록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하나의 권리도 여기서 끝이 아니다. 법적 혼인관계의 배우자가 아니기 때문에 매해 건강보험공단에 혼인관계가 지속중임을 증명해야 한다. 법률혼인을 선택할 수 있는 부부는 혼인신고 한 번으로 거치지 않아도 될 번거로운 절차들이다. 국민건강보험뿐 아니라 한국의 사회보장제도가 기본적으로 혼인, 혈연, 입양으로 구성되는 가족에게만 돌봄의 권리를 인정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혼인”에 성소수자가 배제되어 있기에 발생하는 권리의 공백을 소성욱-김용민 부부의 소송이 드러냈다. 나아가 성소수자가 아니더라도 혼인이나 혈연이 아닌 이들과 생활공동체를 이루며 필요한 돌봄을 나누며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이런 권리의 공백은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이러한 권리의 공백은 개별 사건의 예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보장과 돌봄 체계를 둘러싼 법·제도 전반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이다.

유엔 사회권위원회가 강조한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서의 차별금지”

유엔의 인종차별철폐위원회를 시작으로 여러 조약 기구에서 무려 14차례, 대한민국에게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했다. 올해에만 한국 정부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자유권위원회 두 곳에 중간이행보고 과제로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로드맵의 진행상황에 대하여 보고할 의무가 있다. 유엔은 아시아 국가에서 첫 번째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낼 국가로 한국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눈여겨 볼 자료 중 하나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 규약」의 이행을 감독하는 유엔 사회권위원회 일반논평 제20호이다. 해당 논평은 비차별이 규약의 부수적 가치가 아니라 사회권 보장의 출발점임을 강조한다. 특히 비차별 의무는 ‘점진적 실현’의 대상이 아니라 즉각적 의무에 해당하며, 재정 부족이나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유예할 수 없다고 역설한다. 성적 지향을 비롯한 다양한 지위를 차별금지 사유로 인정하면서, 국가가 차별을 금지하는 명확한 법적 틀을 마련하고 효과적인 구제 수단을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선언적 권고가 아니라 규약 제2조 제2항에서 도출되는 법적 의무에 대한 해석이다. 광장에 나온 시민들이 꼽은 사회대개혁 과제의 주요 순위에 차별금지법이 있어도 여전히 정치권의 대답은 “사회적 합의”인 대한민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사회권위원회는 대한민국 제4차 최종 견해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장기간 지연되고 있는 점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며,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포함한 모든 차별 사유를 포괄하는 입법을 신속히 제정할 것을 권고하였다. 사회권의 영역에서 차별은 곧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주거, 교육, 사회보장과 같은 제도는 ‘누구나’의 권리로 설계되어 있지만, 법적 보호의 공백이 존재할 때 특정 집단은 제도의 문턱에서 배제된다. 동성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소송이 보여주었듯, 차별은 추상적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직접적인 비용과 돌봄, 일상의 안전망을 둘러싼 문제다.

사회권에서 비차별 원칙이 특히 강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회권은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다루는 권리이며, 차별은 그 최소한을 구조적으로 박탈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비차별은 사회권 보장의 주변적 요소가 아니라 토대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한국의 정치는 차별을 예방하고 시정할 수 있는 일반법적 틀, 즉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가 반복하여 지적해 온 공백은 바로 이 지점이다.

이번엔 다를 수 있을까

2026년 2월 19일. 윤석열의 내란 혐의 첫 번째 선고가 있었다. 내란 공범들에 대한 선고들도 이어지고 있다. 어느덧 지방선거는 100일 앞으로 다가왔고, 윤석열 파면 1주년도 앞두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빛의 혁명으로 출범한 정권임을 자임하였고 ‘빛의 위원회’ 설치 추진 등 광장의 정체성을 가져가려는 입장을 꾸준히 취하고 있다. (내란공범당을 제외하고) 여러 정당의 지방선거 후보자들도 빛의 광장, 빛의 혁명을 이어가는 정치인으로 슬로건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온라인 공론장, 발언문 분석 등 객관적 지표 무엇을 보아도 빛의 혁명 정치에서 차별금지법은 빠질 수 없다. 이재명 정부 출범 아직 1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22대 국회도 아직 상반기 국회이다. 차별금지법은 이미 2개나 발의되어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재명 정부와 22대 국회, 이번엔 다를 수 있을까? 아니 이번엔 반드시 달라야 한다. 세계적인 민주주의의 위기 속에서 민주주의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켜낸 시민들의 요구였기 때문이다.

| 미주 |

  1.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온라인공론장 천만의 연결 : https://talk.bisang1203.net/
    ↩︎
  2. Human Rights Watch, 『World Report 2024』, https://www.hrw.org/world-report/2025/country-chapters/southkorea?utm_source=chatgpt.com ↩︎
  3. 성탄절에 뜬 ‘탄핵 무지개’…“윤석열도 차별도 없는 세상으로”, 경향신문, 2024. 12. 25. https://www.khan.co.kr/article/202412252100015#ENT ↩︎
  4. 고용, 재화용역, 교육 외의 4번째 영역은 행정서비스 혹은 법의 집행으로 명칭이 달라 해당 표에서는 빠져 있음 ↩︎

월간<복지동향>2026년 3월호(제3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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