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찬섭ㅣ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서론
지난 2025년은 국민기초생활보장(이하 “기초보장”) 제도가 시행된 지 25년이 되는 해이자 그것이 이른바 “맞춤형 급여”로 개편된 지 10년이 되는 해였다. 이에 따라 『복지동향』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 25년, 성찰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기초보장제도 시행 및 맞춤형 급여 개편에 대해 되돌아보고 향후의 과제를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졌다(복지동향, 327호).
그런데 조금 시간을 더 올라가 보면 기초보장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생활보호법이 있었고, 이 생활보호법은 1961년에 제정되어 1962년부터 시행되었으니, 2025년은 우리나라에서 공공부조 제도가 시행된 지 63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생활보호법이 시행되던 시절에는 지금과 달리 우리나라에 공식적 빈곤선이 없었다. 그러다가 외환위기 발발 직전인 1997년 8월에 생활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이때 최저생계비가 최초로 공식적 빈곤선으로 도입되었다.1 그 후 기초보장법이 1999년 9월에 국회를 통과하고 2000년 10월부터 시행되었으며, 그로부터 15년 후인 2015년에 이른바 맞춤형 급여로 전환되어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1961년에 제정된 생활보호법은 그 목적 조항에 급여수준이나 탈수급, 자활 등에 관한 언급이 없다.2 생활보호법은 1961년에 제정된 이래 20년 이상의 기간 동안 변화가 없다가 1983년에 전부개정 되는데, 이때 목적조항에 최저생활 보장과 자활조성이 명시되었다.3 1983년 전부개정법에서부터 공공부조의 목적으로 포함되기 시작한 최저생활보장과 자활조성은 그 이후에도 변함없이 유지되었고, 이는 기초보장법의 도입 때나4 맞춤형 급여로의 전환 때나 모두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점은 한국 사회에서 공공부조라는 제도의 목적이 이원화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즉, 한국의 공공부조는 최저생활보장과 자활조성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두 가지 목적에 대해 살펴보는 것은 최후의 안전망인 기초보장제도가 공공부조로서 갖는 본질에 대해 살펴보는 작업이 된다. 물론 이 두 가지 목적이 정말로 공공부조의 두 목적이 되어야 하는지는 논자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다. 그리고 실제 이 두 가지 목적의 상대적 달성 정도에 대한 판단도 논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실에서 최저생활 보장과 자활조성이라는 두 목적은 급여적정성과 탈수급이라는 형태로 약간 조정되어 표현되는 경향이 있다. 이중 급여적정성이 최저생활보장과 개념상 연결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이견이 없을 것이나, 탈수급이 자활조성이라는 목적을 온전히 대표하는 개념인가와 관련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고, 실제로 이견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탈수급과 자활 개념의 관계와 관련한 이견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고, 현실적으로 탈수급이 기초보장의 두 목적 중 자활조성과 연결되어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수용하여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그래서 결국 이 글은 최저생활보장과 자활조성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급여적정성 및 탈수급이라는 현실적 목적으로 전환시켜 살펴보면서 공공부조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는 이 두 가지 목적의 달성 정도에 관한 논의보다는 이들 두 목적을 어떻게 개념화하고 접근해야 하는가를 중심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이런 논의를 한 후 최후의 안전망으로서의 공공부조(기초보장)의 본질 혹은 성격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자 한다.
급여적정성에 대하여
기초보장제도의 급여적정성은 최저생활 보장이라는 목적의 달성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에 이 급여적정성을 둘러싸고 기초보장의 급여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인지 그리고 맞춤형 급여제도에서 급여수준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등과 관련하여 약간씩 다른 의견이 있는 것 같다.
기초보장 급여의 성격 관련
기초보장 급여의 성격과 관련하여 최근에 제기된 주장으로는 기초보장제도가 최저생활에 필요한 지출을 지원하고 보전하기 위한 지출보전 제도이며 소득을 보전하는 제도는 아니라는 주장을 들 수 있다(김태완, 2026: 26). 즉, 이 주장에 따르면 기초보장제도는 맞춤형 급여로 전환되기 전이나 전환된 후나 일관되게 최저생활에 필요한 지출을 지원하고 보전하기 위한 지출보전 제도인데, 2015년에 맞춤형 급여로 전환되면서 그전에 사용하던 최저생계비 대신 기준중위소득이라는 장치를 도입함에 따라 전문가나 시민단체 등에서는 기초보장제도를 마치 소득을 보전하는 제도인 것처럼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기초보장 수급자 선정기준을 최저생계비에서 기준중위소득으로 바꾼 것은 최저생계비 산정에서의 자의성을 해소하고자 하는 목적5 등도 있어서 그런 것이지 그것 때문에 지출을 보전한다는 기초보장제도의 성격이 바뀐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주장과 관련하여 가장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지출보전제도(혹은 지출보전급여)와 소득보전제도(혹은 소득보전급여)의 개념이다. 사회보장의 급여는 소득보장과 건강보장(의료보장)으로도 구분할 수 있지만 지출보전과 소득보전급여로도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소득보전은 실업이나 퇴직, 노동재해, 상병(傷病) 등 여하한 이유로든지 노동을 통한 소득 획득이 어려워졌을 때 그로 인한 소득 상실에 대응하려는 급여를 의미한다. 기초연금이나 국민연금 등의 공적연금, 실업급여(구직급여), 상병급여, 노동재해급여 중 소득 보장 목적의 급여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지출보전급여는 추가적 혹은 예외적 지출이 발생하고, 그것이 자본주의의 일반적인 자원배분 원칙에 의해 대처하기 어려울 때 그 추가적·예외적 지출을 보전하려는 급여를 가리킨다. 예컨대 자녀가 태어나면 추가적인 지출이 발생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의 일반적인 임금배분은 근로의 대가임을 원칙으로 하지 자녀 수에 대한 보상을 원칙으로 하지 않는다. 그래서 동일한 시간을 일한 근로자에 대해 자녀가 많다고 임금을 더 주고 자녀가 없다고 임금을 덜 준다는 것이 자본주의의 임금배분에서는 원칙이 되기 어렵다. 또 상병의 발생으로 인해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해서 추가적·예외적 지출이 발생한 경우 이를 시장에만 맡겨두면 그 추가적·예외적 지출은 엄청나게 커질 수 있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 대응하기 위한 아동수당, 의료보장 등을 지출보전급여라 하는 것이다.6
그런데 우리가 만일 최저생활 보장에 필요한 지출을 지원하는 것을 지출보전이라고 하게 되면 이는 그 보장하려는 생활수준의 차이만 빼면 지출을 지원하는 것을 지출보전이라고 말하는 셈이므로 사실상 모든 것이 지출보전이 되어버린다. 물론 기초보장법은 제4조 제1항에서 최저생활보장을 목적으로 천명하고 있고, 제8조 제1항에서는 “생계급여는 수급자에게 의복, 음식물 및 연료비와 그밖에 일상생활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금품을 지급하여 그 생계를 유지”하게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의복, 음식물, 연료비 및 그 외 생활에 필요한 것들, 즉 삶에 일상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구입할 돈을 확보하기 위해 노동시장에 나가 일을 해서 소득을 획득한다. 그리고 이 소득이 상병이나 실업, 퇴직 등의 사유로 확보되기 어렵거나 그 금액이 지나치게 적을 경우, 기초보장 등 사회보장을 통해 그 소득을 지원해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일상의 삶에 필요한 이런 것들을 구입하는 데에는 돈이 필요한데, 이 돈을 지원한다고 해서 이를 지출보전급여라고 하게 되면 모든 것이 지출보전급여가 된다. 노동시장에서 버는 임금도 지출보전임금이 되는 것이다.
위의 기초보장법 제8조 제1항에는 추가적·예외적 지출의 발생이 보다 분명하여 지출보전이 필요한 항목, 즉 의료나 교육, 주거는 나열되어 있지 않다. 이는 물론 이 조항이 생계급여에 관한 조항이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당연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생계급여는 일반적인 목적의 소득보전급여이기 때문에 의료나 교육, 주거급여가 제외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출보전급여와 소득보전급여의 개념을 좀 더 엄밀히 구분해서 보면 기초보장제도의 생계급여는 소득보전급여라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나 생각한다. 의료급여·교육급여·주거급여는 지출보전급여로서의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7
급여수준 판단 관련
현행 기초보장제도는 이른바 맞춤형 급여로서 수급자의 자산수준에 따라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를 단계별로 지급한다. 이런 관계로 기초보장의 급여수준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와 관련하여 이를 생계급여에 중점을 두어 판단할 것인가 아니면 생계급여부터 교육급여에 이르는 모든 급여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것인가에 대해 이견이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도 우리는 하나의 원칙적 접근을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것은 생계급여와 그 외의 급여가 성격이 좀 다르다는 사실에 근거한 접근이다. 앞에서 본 것처럼 생계급여는 일반적인 소득을 보전하기 위한 소득보전급여이지만, 의료·주거·교육급여는 일반적인 소득을 지원하는 것이라기보다 지출을 지원하는 지출보전의 성격이 더 강하다. 그리고 이중 특히 의료급여와 교육급여는 그에 관한 욕구가 있을 때 실제로 급여가 지급된다. 또 주거급여와 교육급여는 그 목적에만 사용되게 하는 목적성 급여의 성격도 있다. 그래서 생계급여에 나머지 급여, 즉 의료·주거·교육급여를 일률적으로 더하여 급여수준을 판단하는 것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 점과 관련하여 우리는 맞춤형 급여 도입 이전에 활용되던 현금급여기준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금급여기준이란 최저생계비에서 의료급여·교육급여 및 타법 지원액의 합계액을 공제한 금액인데, 여기서 타법 지원액은 기초보장수급자에게 주어지던 주민세 감면, TV 수신료 감면, 전기요금 할인, 주민등록 등·초본 수수료 감면 등의 지원을 말한다. 당시 최저생계비는 전물량방식이었으므로 최저생계비로 계측된 각 지출항목당 금액에서 타법 지원액의 금액을 계산하고, 또 의료급여와 교육급여에 해당하는 금액을 계산한 다음, 이들을 합쳐 모든 기초보장 수급가구에 대해 일률적으로 이 금액을 공제했다.
이렇게 현금급여기준이라는 것을 사용한 것은 최저생계비로 책정된 금액에 정부가 의료급여나 교육급여, 그리고 타법에 의해 지원하는 금액이 포함되어 있는데, 보충성 원리를 적용하면서 최저생계비를 그 기준으로 정해놓고 생계급여나 주거급여 외에 의료급여·교육급여·타법 지원액까지 모두 더한 급여액에 보충성원리를 적용하는 것은 이중급여이므로, 이들 현물지원을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에 의한 것이었다.8 그런데 앞에서 본 것처럼 의료급여나 교육급여는 그에 해당하는 필요가 있어야 지급되는 것이고, 타법 지원액 중에도 그런 것들이 있는데(예컨대 주민등록 등·초본 수수료 감면은 상시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이를 모든 수급자에 대해 일률적으로 공제하는 것은 다소 무리한 점이 있었다. 즉, ‘받을 수도 있는 것’을 ‘받은 것’으로 일률적으로 가정하고 공제한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하여 정해진 현금급여기준은 소득인정액이 ‘0’인 경우 수급자가 받을 수 있는 최대현금급여액(생계급여+주거급여액)을 말하는 것이었다. 이는 아래와 같이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생계급여와 주거급여를 합한 현금급여는 이 현금급여기준에서 소득인정액을 제한 금액으로 정해졌다(①식). 그런데 이중 주거급여는 자가의 경우 집수선 등 현물급여로 지급되고, 임차의 경우 현금급여로 지급되지만, 이 현금은 목적성 현금이자 지출보전적 성격의 현금이므로 실질적인 급여를 생계급여라고 보아야 한다. 그래서 주거급여를 제외하면 생계급여는 현금급여기준에서 소득인정액을 제외한 금액으로 정해졌다(②식). 그래서 맞춤형 급여 도입 이전에도 기초보장의 급여수준은 주로 생계급여를 중심으로 인식되었고 그렇게 판단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생계급여와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 급여, 즉 의료·주거·교육급여가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자연스러운 것이며, 맞춤형 급여 도입 여부와는 크게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또 급여적정성과 관련한 논의에서 이야기되는 사안 중의 하나는 기초보장의 급여수준을 높이는 것이 우선인가 아니면 기초보장에 포괄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 우선인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초보장의 급여수준을 높이는 것과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은 서로 상충하는 사안이라기보다 서로 차원이 다른 사안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사각지대 해소는 선정기준의 문제, 전달체계의 문제 등과 연관된 것이며, 급여수준과는 원칙적으로 관련이 없는 것으로 둘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탈수급에 대하여
지금까지 기초보장제도의 한 목적인 최저생활보장과 관련하여 급여적정성에 대해 살펴보았으므로 이제 다른 하나의 목적인 자활과 관련된 탈수급에 대해 살펴보자.
탈수급과 관련해서도 이것이 현행 맞춤형 급여라는 제도로 인해 다소간의 쟁점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맞춤형 급여라는 것 자체가 과거의 기초보장제도에서 탈수급 유인이 제약된다는 문제제기에 의해 수급자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급여를 단계적으로 철회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그런 관계로 “생계급여의 입장에서 보면 의료나 주거급여로의 이동은 생계급여 탈수급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초보장 수급권을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이 있는 것이며, 따라서 이로 인해 “탈수급과 관련한 인식 혹은 판단에 혼란(이) 초래”된다는 주장이 있기도 하다(김태완, 2026: 28).
생계급여 단계에서 의료급여, 주거급여, 그리고 교육급여 단계로 이동하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을 것이다. 또 맞춤형 급여의 취지에서는 탈수급을 그렇게 계단식으로 볼 여지가 있기도 하다. 그런데 탈수급을 그렇게 계단식으로 보게 되면 탈수급이라는 개념에 혼란이 초래될 가능성도 감안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어쨌든 기초보장제도는 교육급여 수급자까지 포괄하는 것인데 계단식 탈수급은 사실 탈수급이라기보다 기초보장제도 내에서 급여 간의 이동이므로 이 둘은 구분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실 기초보장의 목적으로 탈수급 내지 자활이 정말로 적절한 것인지는 여러 측면에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자활성공률은 해가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데 이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기초보장수급자 중 노인이 증가하는 등 기초보장수급자의 인구 구성이 자활에 불리한 구성으로 점점 전환되고 있다는 점과 또 무엇보다 노동시장의 극심한 변화 등 노동시장의 여건이 점점 악화하고 있다는 점 등을 중요한 요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자활사업을 적극적 노동시장정책과 연계하여 개편할 필요가 있으며, 또한 “기초보장제도가 중심이 되는 사회안전망 대응책이 분산되고 공공부조로 떨어지기 전에 사전에 (빈곤자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제도가 구축되어야” 하며, 나아가 “생계급여의 전면 개편과 자활사업 및 국민취업지원제도 등 소득과 서비스가 연계되어 제공”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김태완, 2026: 28~29).
공공부조로 떨어지기 전에 사전에 빈곤자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제도는, 다르게 보면 기초보장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기초보장제도의 바깥에서 보호하고 지원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이런 제도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렇게 생각하면 현행의 맞춤형 급여로 개편되기 전에 기초보장제도를 둘러싸고 전개되었던, 이른바 ‘통합급여 대 개별급여’ 논쟁이 적절한 논쟁이었는가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도달하게 된다. 이 논쟁은 기초보장제도가 2000년 10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후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불거지기 시작했는데, 이 논쟁을 제기한 사람들은 기초보장제도가 선정기준에 부합한 사람에게는 모든 급여를 제공하는 통합급여 방식이지만, 선정기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아무것도 주지 않는 방식, 이른바 All or Nothing 방식이어서 탈수급을 저해하고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주장에는 중대한 문제가 있다.
기초보장제도는 빈곤한 사람들에게 최저생활을 보장해 주기 위해 필요한 모든 급여를 제공하라고 우리 사회가 합의해서 만든 제도이다. 다시 말해서 기초보장제도는 통합급여를 하라고 해서 만든 제도인 것이고 통합급여는 기초보장제도의 본래적 책무이다. 기초보장 선정기준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아무런 급여를 받지 못한 것은 기초보장제도의 잘못이 아니라 그런 사람들에게 급여를 주는 제도를 하나도 만들지 않은 우리 사회의 잘못이다. 그런데 당시에는 우리 사회의 잘못을 손쉽게 기초보장제도에 전가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주장을 했던 사람들이 든 예가 자활수급자들이 탈수급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탈수급하면 기초보장에서 제공받던 모든 급여를 잃어버리므로 그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실은 기초보장이 통합급여를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기초보장에서 탈수급한 사람들에게 기초보장제도의 바깥에서 생계급여에 준하는 소득보장과 노동시장서비스를 연계하여 제공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결론에 대신하여: 기초보장제도의 본질에 대하여
서론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 사회는 최후의 안전망인 공공부조에 대해 최저생활보장과 자활조성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목적은 조화롭기가 어렵다. 두 목적 중 자활조성이라는 목적을 앞세운 제도 개편의 결과가 현행 맞춤형 급여이다. 맞춤형 급여로 개편된 현재 통합급여 방식이 없어졌는가? 여전히 존재한다. 생계급여 수급자들에 대해서는 현재도 통합급여 방식이 유지되고 있다. 왜냐하면 최저생활을 보장하려면 그에 필요한 모든 급여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맞춤형 급여로의 개편은 통합급여의 수준만 낮춘 결과를 초래했고, 여전히 우리 사회는 기초보장에서 벗어난 사람들에게 급여를 제공할 제도를 부실하게 가지고 있다. 기초보장의 원칙으로 여러 가지가 거론되지만 그 원칙들은 크게 최저생활보장에 관련되는 원칙과 자활조성에 관련되는 원칙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당연히 최저생활보장의 원칙이라 통칭할 수 있을 것이고 후자는 보충성 원칙이라 통칭할 수 있다. 결국 기초보장제도는 최저생활 원칙과 보충성 원칙이라는 서로 모순되는 두 원칙의 타협물인 것이며, 기초보장제도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의 제도적 차원에는 이 두 서로 모순되는 원칙 간의 길항이 놓여 있다.
이들 두 모순되는 원칙 중 어느 것이 우선되는가가 한 사회의 공공부조의 성격을 결정짓는다. 현행 맞춤형 급여는 보충성 원칙이 우세하게 작용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최저생활보장 원칙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기초보장의 두 원칙 중 어느 것이 우선해야 하는가와 관련하여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여기서 우리 사회에 매우 널리 퍼져 있고, 또 사람들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기는 한 가지 접근에 대해서는 꼭 짚을 필요가 있다. 그것은 바로 빈곤에 사후적으로 개입하기보다 사전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훨씬 낫고 또 물고기를 주기보다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훨씬 낫다는 접근이다. 그런데 이 접근은 듣기에는 매우 그럴듯하지만 실제로는 반드시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사전적 개입과 물고기 잡는 방법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빈곤에 대한 사전적 개입’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사람들이 빈곤에 떨어지기 전에 그들로 하여금 빈곤에 떨어지지 않게끔 하는 개입을 의미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방법에는 개인주의적 방법도 있지만 좀 더 구조적인 방법도 있다. 즉, 사람들을 빈곤에 빠지게 하는 근본 원인을 없애는 것이다. 그러면 빈곤은 왜 발생하는가? 빈곤은 결국 불평등의 극단적 표현이다. 따라서 빈곤을 근본적으로 없애려면 불평등을 없애면 되고 불평등을 없애려면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없애면 된다. 그런데 모든 불평등을 없앨 수는 없으므로 적어도 불로소득에 의한 불평등이라도 없애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한 가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상속제도를 없애거나 그렇게까지는 못하더라도 상속세를 많이 부과하여 상속으로 인한 격차를 최대한 줄이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상속되는 재산은 선대가 이룩한 것이지 피상속자는 그에 기여한 바가 없으므로 본인이 기여한 바가 없는 것을 단지 혈연이라는 이유만으로 취하는 것은 능력이나 기여에 대한 대가라는 자본주의의 원칙에 비추어 공평하지 못한 것이다. 또 부동산 가격 차이로 인한 이득을 얻지 못하게 하거나 그런 자본이득에 세금을 많이 매겨 능력이나 기여에 대한 대가라는 자본주의의 원칙을 실현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사전적 개입과 물고기 잡는 방법을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 상속제도 폐지 내지 상속세 중과, 부동산 불로소득 금지 등을 찬성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이런 구조적 개혁 조치들에 반대한다면 이번에는 그런 구조적 원인은 잠시 놓아두더라도 사람들을 빈곤에 빠뜨리는 가장 큰 위험 중의 하나인 가구원의 질병에 대처하기 위해 무상의료를 실시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많은 교과서들에서 의료는 여느 상품과 달라 정보의 비대칭성이 커서 시장이 형성되기 어려우므로 공급 자체를 통제해야 하고, 그런 공급 통제 중 가장 강력한 것이 무상의료이므로, 이렇게 무상의료를 실시하게 되면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인 고혈압이나 암, 당뇨 등이 발병해도 치료비가 거의 들지 않으므로 그 가구 전체가 한 번에 빈곤으로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방지할 수 있다. 또 사람들을 빈곤에 빠뜨리는 큰 위험 중 하나인 실직이나 사업실패에 대해 완벽한 소득보장과 완벽한 재기의 기회 보장을 해주어 그런 일로 빈곤에 떨어지지 않게 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사전적 개입과 물고기 잡는 방법을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 실직이나 사업실패에 대한 완벽한 소득보장과 재기의 기회 보장, 무상의료 실시를 주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가난한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해보면 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어려서부터 안 해본 일이 없이 살아왔다는 말이다. 어려서부터 안 해본 일이 없이 살아온 사람들이 해온 그 일은 물고기를 잡는 일이 아니었던가? 가난한 사람들이 어려서부터 잡아 온 물고기는 애초에 잡아서는 안되는 물고기였을까? 어려서부터 물고기를 잡아왔는데 도대체 그 물고기 잡는 방법에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사전적 개입과 물고기 잡는 방법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물고기 잡는 방법이란 어떤 방법을 말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물고기란 어떤 물고기를 말하는 것일까? 또 그들이 말하는 물고기는 어디에 있는 물고기일까? 어려서부터 안 잡아본 물고기가 없이 온갖 물고기를 잡으며 살아왔는데 거기에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주식이라는 물고기를 잡았어야 했을까? 부동산이라는 물고기를 잡았어야 했을까? 애초에 물고기가 널려있는 부잣집에 태어났어야 했을까?
사전적 개입과 물고기 잡는 방법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전부 그렇지는 않겠지만, 많은 경우 그들은 가난은 가난한 사람 본인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즉, 현재 가난에 처한 본인이 사전에 뭔가를 잘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 가난해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그것이 설사 옳다고 해도 적어도 아동에게는 적용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아동은 아직 돈을 벌 나이가 아니어서 사전에 뭔가를 잘못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 아동이 가난하다면 그것은 가난한 부모를 만난 탓인데 우리는 누구도 부모를 선택할 수 없다. 자신의 선택이 아닌 것으로 빈곤에 놓인 것에 대해 개인의 책임을 묻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 하지만 사전적 개입과 물고기 잡는 방법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의 책임은 가난한 사람 본인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들은 이런 생각을 노골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그들은 항상 근로동기 저하, 탈수급 유인 저하, 빈곤의 덫, 일하면서도 최저임금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형평성, 대기업은 모르겠지만 중소기업에 대한 세금부담 등의 말로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한다. 그러다가 안되면 지나친 복지는 국가경쟁력에 부담이 된다고 하거나 그래도 안되면 무상의료는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면서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다.
빈곤에 대한 사후적 개입은 정말로 비효과적이고 비효율적인 것인가? 빈곤에 대한 사후적 개입을 하는 제도가 공공부조이고 한국에서는 기초보장제도인데, 이 제도는 사후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라는 바로 그 사실로 인해 빈곤에 가장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빈곤과 가장 전면적으로 대면하게 된다. 물론 공공부조 담당자는 사회복지공무원이므로 공무원으로서 제도적으로 개입하는 것인데다 한국의 공공부조가 일선공무원들에게 재량을 허용하거나 하는 방식이 아니어서 민간의 활동가들처럼 빈곤에 그야말로 직접적이고 전면적으로 대면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민간의 빈곤활동가들이 보면 답답할 수 있지만, 적어도 정부의 제도적 개입이라는 점에서 보면 그나마 빈곤에 가장 직접적이고 전면적으로 대면하는 제도이다. 그래서 기초보장이라는 공공부조는 정부가 빈곤문제에 대응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정책정보의 통로이자 정책시행의 수단이 된다.
그리고 비록 제도적 차원에서이긴 하지만 빈곤에 직접적이고 전면적으로 대면한다는 공공부조의 특성은 공공부조의 성격 중 탈수급보다는 최저생활보장에 더 가깝다. 빈곤의 구조적 원인인 불평등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그렇다고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그런 노력을 한다고 해서 빈곤한 사람들에게 그런 노력에 동참할 것을 요구할 필요는 없고, 또 그것을 위해 빈곤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다하라고 요구할 필요는 없다. 그런 요구는 부자들에게 해야 한다.
어려서부터 안 해본 일이 없이 하며 살아왔지만 지금 빈곤한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최소한의 안정적인 삶을 누리도록 해주는 것이다. 기초보장제도의 본질은 탈수급에 있다기보다 최저생활보장의 확대와 강화에 있다. 최저생활보장의 원칙이 보다 잘 실현되고 기초보장제도 밖 사람들에게 제공될 적절한 급여가 마련될 때 그때 가서 부수적으로 탈수급이 따라올 수 있을 것이다.
| 미주 |
- 흔히 최저생계비는 외환위기 이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 도입된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는 외환위기 직전에 개정된 생활보호법에서 도입되었다. 다만 이때 도입된 최저생계비의 시행이 1998년 7월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그 전에 외환위기가 발발하였고, 그에 따라 시행이 미뤄져 1999년에 최저생계비 계측이 실시되었다. 그리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1999년 9월에 국회를 통과하고 2000년 10월부터 시행되었으므로, 최저생계비의 최초 계측은 생활보호법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
- 생활보호법(법률 제913호, 1961.12.30. 제정)의 목적조항 원문은 다음과 같다: 제1조 (목적) 본법은 노령, 질병 기타 근로능력의 상실로 인하여 생활유지의 능력이 없는 자 등에 대한 보호와 그 방법을 규정하여 사회복지의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
- 생활보호법(법률 제3623호, 1982.12.31. 전부개정)의 목적조항 원문은 다음과 같다: 제1조 (목적) 이 법은 생활유지의 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자에게 필요한 보호를 행하여 이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조성함으로써 사회복지의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
- 기초보장법(법률 제6024호, 1999.9.7. 제정)의 목적조항 원문은 다음과 같다: 제1조 (목적) 이 법은 생활이 어려운 자에게 필요한 급여를 행하여 이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 후 2012년에 “생활이 어려운 자”가 “생활이 어려운 사람”으로 변경된 것 외에 다른 문구는 지금까지 동일하다. ↩︎
- 최저생계비 산정에 있어서의 자의성과 관련해서는 공식적 빈곤선 책정 방법의 자의성만 따지면 최저생계비가 반드시 자의성이 많다고 하기는 어렵다. 빈곤선 결정 방법의 쟁점에 대해서는 문진영(2015) 참조. ↩︎
- 소득보전급여와 비용보전급여의 구분과 관련해서는 남찬섭·허선 (2018); 피에터스 (2015); Beveridge (1942); ILO (1984, 1998) 참조. ↩︎
- 주거급여는 일반적인 목적의 소득보전급여와 지출보전급여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 독특한 급여인 것 같다. 주거는 인간의 삶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재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이런 점에서 주거급여는 일반적인 목적의 소득보전급여의 성격을 갖는다. 하지만 다른 한편 주거는 그 형태(단독주택인가 아파트인가 등), 방식(자가인가 전세인가 등), 지역(도시 혹은 농어촌 등)에 따라 비용이 매우 다르다. 임차의 경우 사용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며 자가의 경우에는 소모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고 지역에 따라서도 비용이 매우 다르다. 이런 점에서 주거는 추가적 지출을 발생시키는 속성도 있어서 주거급여는 지출보전의 성격도 있다. 또 정부가 집행하는 주거급여는 반드시 그 목적에만 사용하게끔 강제한다는 점에서 본문에서 본 것처럼 목적성 급여의 성격도 있다. 따라서 주거급여가 현금급여라 해도 그것을 일반적인 생계급여에 곧바로 합산하여 급여수준을 산정하는 것에는 여러 고려할 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
- 당시 현금급여기준을 찬성한 논자들은 이를 ‘순(純)최저생계비’라 하기도 했다. ↩︎
| 참고문헌 |
· 김태완, 2026, “맞춤형 급여 체계의 쟁점과 대안,” 복지동향, 제327호, 1월.
· 남찬섭·허선, 2018, “공공부조와 기초연금 등 각종 현금급여 간의 관계설정의 원칙: 공적급여 간에 보충성 원리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비판사회정책 제59호, 193~230쪽.
· 문진영, 2015, “빈곤선 측정방식에 대한 비교연구.” 비판사회정책 제46호, 202~236쪽.
· 피에터스 (Danny Pieters), 2015[2006], 『사회보장론 입문』김지혜 옮김. 서울: 사회평론.
· 홍정훈, 2025, “기준중위소득 평가와 개선과제.” 「기초생활보장제도 맞춤형 개별급여 도입 10년 평가」 국회 토론회 발표논문.
· Beveridge, W. H, 1942, Social insurance and allied services. Cmd. 6404. London: HMSO.
ILO, 1984, Introduction to social security. Geneva: International Labour Office.
· ILO, 1998, Social security principles. Geneva: International Labour Office.
월간<복지동향>2026년 3월호(제3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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