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6 2026-03-10   4323

[기획1] 이주민의 사회권 실태 : 사회권 없는 사회통합의 꿈

장주영ㅣ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문제 제기

한국은 초저출생과 급속한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적 인구위기 상황에 놓였다. OECD는 대부분의 회원국에서 노동가능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정규 이민자의 활성화가 경제 둔화를 상쇄하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권고하였다. 산업 현장의 인력 공백과 지역 소멸 위기에 직면한 한국 사회 또한 외국인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6년 1월 기준 장기체류 외국인은 약 216만 명으로, 충청남도 주민등록 인구와 유사한 규모이다. 2024년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에 따르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약 48%가 5년 이상 거주자로, 이들은 잠시 일하고 돌아가는 일시적 체류자가 아니라 지역사회에 정착한 구성원이다.

그럼에도 정책 담론에서 이주민은 여전히 ‘외국인력’으로 호명된다. 고숙련 인재 유치, 첨단산업·뿌리산업 분야 외국인력 확대, 유학생 확대와 정주 인력화,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 등 최근 확대·신설되는 정책들은 노동시장 공급 측면에 집중되어 있다. 노동력으로서의 외국인 활용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지만, 그들이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 거주하고 가족을 형성하며 생애 전 과정에 걸쳐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적 조건에 대한 논의는 매우 제한적이다.

그동안 외국인의 사회권 논의는 “시민권이 없는 자에게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가”라는 틀에서 주로 이루어져 왔다. 국적을 전제로 설계된 사회보장 체계 속에서 외국인은 예외적 존재로 취급되었고, 상호주의와 재정 부담 논리가 반복되면서 특례는 곧 특혜로 오해되었다. 그러나 이제 질문을 바꾸어야 할 상황에 직면하였다. 외국인력의 확대와 정주화 논의에서 필수 요소로 언급되는 것은 사회통합이다. 국내에 명시적인 정의는 존재하지 않지만, 한국 사회에 문제없이 적응하고 내국인과 원활히 소통하며 사회적으로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 상태, 즉 이민정책이 지향하는 목표로 상정된다. 그렇다면 외국인을 인구 감소 대응의 핵심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상황에서 사회권 보장에 대한 체계적 재설계 없이 사회통합은 가능한가. 외국인의 사회권은 시민권의 부속물이 아니라 사회통합의 조건이라는 관점에서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

사회통합과 정주 인프라로서의 사회권

유엔 경제사회국은 사회통합의 목표를 “모든 개인이 권리와 책임을 가지고 적극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보다 안정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으로 정의한다. OECD와 EU 역시 통합의 핵심 영역을 교육, 고용, 건강, 주거, 차별금지 등으로 설정한다. 뉴질랜드의 이주민 정착 전략 역시 건강, 교육, 고용, 참여를 중심으로 성공적 정착을 평가한다. 이는 사회통합의 실질적 기반이 사회권 영역과 중첩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각국의 이주민 통합 정책을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되는 MIPEX11 또한 노동시장 접근, 교육, 건강, 가족결합, 정치참여, 반차별을 주요 평가 요소로 삼는다. 한국의 언론은 주요 이민국가의 반이민 성향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으나, 실제 정책 기조와 제도를 살펴보면 권리와 의무의 균형을 통한 사회통합이라는 방향성은 유지되거나 확대되는 흐름을 보인다.

이들 국제적 기준이 공통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사회통합은 언어 적응이나 문화 적응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참여와 권리 보장의 문제이며, 그 실질적 내용은 사회권 보장의 수준과 맞닿아 있다. 교육권, 건강권, 주거권, 소득보장, 차별금지는 통합의 결과에 따라 부여되는 요소가 아니라 통합의 전제 조건이다. 사회권을 제한적으로 적용하면서 통합을 목표로 하는 정책은 구조적으로 긴장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

OECD는 ‘Talent Attractiveness Indicators’를 통해 숙련 인재 유치의 핵심 요소로 소득 수준이나 세제, 비자 요건뿐 아니라 사회적 포용성과 정주 환경, 가족의 미래 전망 등 정주 환경의 총체적 조건을 제시하였다. 즉, 이주민이 ‘살기 좋은 국가’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지표에서 한국은 38개국 중 25위를 기록하였으며, 특히 포용성과 가족 환경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주요 송출국의 출산율 저하와 생산가능 인구 감소를 고려하면, 한국이 언제든지 필요한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가정은 더 이상 낙관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이주민이 정주를 선택하는 사회적 조건, 즉 사회권 인프라는 점차 국제적 경쟁 요소로 전환되고 있다. 사회권은 비용이 아니라 정주 인프라이며, 국가 매력의 중요한 구성 요소가 되었다. 그럼에도 한국의 정책은 외국인력 확대와 사회권 보장 간의 간극을 충분히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외국인 사회권 현황

이와 같은 간극은 법체계의 기본 설계에서부터 드러난다. 「사회보장기본법」은 사회보장수급권의 기본 주체를 국민으로 규정하고 있으며(제1조), 외국인에 대해서는 상호주의와 개별 법령에 따른 예외 적용을 전제로 한다(제8조). 보험료 납부에 대한 대가로 급여를 받는 사회보험의 영역에서는 외국인에 대한 적용 범위가 비교적 넓게 설정되어 있지만, 공공부조와 사회서비스 영역은 매우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외국인 규모의 증가와 함께 한국에서 출생하고 성장하는 외국 국적 아동·청소년의 규모 또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25년 12월 말 기준 국내에 거주하는 0~17세 외국인은 약 13만 명이다. 0세일 때 한국 정부에 거주를 등록(신고)한 0~5세 영유아는 연령별로 5천 명 내외22로 집계되지만, 1년에 한국에서 태어나는 외국인이 몇 명인지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출생신고는 국민을 적용 대상으로 하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고 있으며, 출생통보제 또한 이 법의 틀 안에서 운영된다. 아동권리협약은 모든 아동이 출생 후 즉시 등록될 권리, 이름과 국적을 가질 권리를 보장하도록 하고 있지만, 한국은 영내에서 출생하는 외국·무국적 아동에게 이를 보장하는 절차를 두지 않고 있다.

「영유아보육법」과 「아동복지법」은 아동이 본인이나 부모의 출생지역, 인종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받지 않고 성장해야 한다는 것을 기본 이념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보육료와 아동복지시설 생계비는 국민인 아동에게만 지급된다. 「교육기본법」 또한 교육의 권리와 의무 주체를 국민에 한정하고 있어, 교육 이념(제2조)에서도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의 자질 함양만을 강조한다. 외국 국적 아동·청소년도 공교육에 진입할 수는 있으나, 「교육기본법」상의 의무교육 대상으로 명시되지 않기 때문에 취학통지서를 받지 못한다. 아동의 사회권 보장에 대해서는 한국인들이 보다 관대하게 수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종종 제기되지만, 한국인 아동·청소년과 대비한 외국인 아동·청소년의 체류자격별 사회권 보장 수준은 [그림 1]에서 보듯 대부분 공백 상태에 가깝다.

체류자격별 아동, 청소년 사회권 보장의 차이를 보여주는 그림

「보건의료기본법」 역시 그 대상을 국민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이 외국인의 응급의료를 받을 권리를 보장하도록 개정되었기 때문에 응급의료서비스에만 외국인의 권리가 추가되었다. 「국민건강보험법」의 외국인에 대한 특례는 과거 「의료보험법」 시절부터 존재하였으나, 모든 외국인이 가입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며, 요건 또한 점점 강화되는 추세이다. 미등록 외국인 아동도 국가 필수예방접종 대상이 되지만, 결핵 예방접종률은 26.2%에33 그친다. 「장애인복지법」은 영주권자, 결혼이민자, 난민인정자, 재외동포자격자에 대해서만 장애인 등록을 허용하고, 정작 장애인복지사업의 대상에서는 이들을 제외한다.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주거 상황으로 인한 사망사례가 발생한 이후 감독과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지자체로부터 가설건축물 축조신고필증을 받은 경우에는 여전히 고용이 허가된다.44 「임금채권보장법」에서 보장하는 임금체불 근로자의 대지급금 제도는 이주노동자 다수가 근무하는 5인 미만 영세 농림어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2024년 상반기에만 이주노동자 임금체불액은 1,013억 원에 달했으나, 임금체불 피해 미등록 외국인에 대한 공무원의 출입국 통보 의무는 2025년 11월에 이르러서야 면제55되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이 거주하는 경기도는 2025년에 「경기도 이주배경 도민 인종차별금지 및 인권보장 조례」, 「출생 미등록 외국인 아동 발굴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하여 지자체 차원에서 외국인의 사회권 보장을 선언하였다. 그러나 조례 관련 사업 추진 과정에서 공무원의 통보의무는 여전히 면제되지 않고 있다. 공공부조는 결혼이민자, 난민인정자만을 대상으로 하며, 「긴급복지지원법」의 7가지 기본 위기상황 중 화재·범죄·천재지변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 중 본인의 귀책사유가 없어야만 외국인에 대한 특례가 적용된다. 이는 생존권 보호의 최후 안전망에서도 외국인이 배제됨을 보여준다.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은 그 목적을 사회통합에 두고 있지만, 외국인의 사회권 보장에 대해서는 아프간 특별기여자의 난민법 준용 규정에 그치고 있다.

“나에게 적용되는 원칙과 너에게 적용되는 원칙이 다르면 어떻게 통합이 되겠는가”라는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의 발언66은 이주민의 사회권 논의에도 적용될 수 있다. 국민에게 적용되는 사회권 보장의 원칙과 외국인에게 적용되는 원칙이 다른 구조 속에서 사회통합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통합을 목표로 한다면, 권리의 최소 기준에 대한 일관적 원칙이 필요하다.

국민 태도와 정책의 간극

이주민 사회권 논의에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라는 주장이 반복되지만, 국민 태도 조사 결과는 복합적인 양상을 보여준다. 먼저 외국의 사회권 보장에 대한 정책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국민통합위원회의 조사77에 따르면 외국인이 생계보조금, 학자금 지원, 보육료 지원을 한국인과 동일하게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비율은 30%에 미치지 못하였다. 정책에 대한 정보 자체가 충분히 공유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동 조사에서 외국인에게 한국인과 동일한 사회복지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데에는 약 69%가 동의하였다([그림 2]8).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4년 사회통합 실태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약 63%가 입국 직후, 1년 후, 또는 1년 이상 근무하고 세금을 낸 경우 등 일정 시점에는 한국인과 동일한 사회복지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응답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25년 인권의식실태조사」에서도 세금을 납부하는 외국인에게 공공부조 등 보편적 사회보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약 75%가 동의하였다.

외국인에게 한국인과 동일한 사회복지 혜택을 주어야 하는 시기를 그래프로 도표화한 그림

물론 이러한 결과들이 구체적 정책 항목이나 증세 등 재정 부담이 될 경우 동의율이 하락하는 표면적 동의일 뿐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이러한 조사 결과는, 적어도 외국인의 사회권 보장에 동의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규범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사회적 합의가 아니라고 볼 수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결론: 인구위기 시대의 모두를 위한 사회권 보장

「2024년 국민 다문화수용성 조사」에 따르면, 이주민 증가가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응답은 65.6%, 인력난 해결에 도움을 준다는 응답은 78.3%, 인구 감소 완화에 도움을 준다는 응답은 67.3%로 나타났다. 이주민 통합을 적극적으로 증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필요한 투자라는 응답은 73.5%에 달했으나, 정부가 이를 충분히 추진하고 있다는 응답은 52.6%에 그쳤다.

이민국가에서 반이민 태도로 돌아선 대표적인 사례로 여겨지던 미국에서도 지역 이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ICE Out” 저항 운동이 2026년 초반부터 미네소타주를 필두로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어 트럼프 2기 정부에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이 저항운동은 미국사회가 이주민의 사회권을 위협하는 중앙정부의 움직임을 지역공동체의 기능과 안정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이에 지역 주민들이 연대하여 이주민을 포함한 공동체 전체를 보호하고자 하는 흐름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정 집단의 사회권이 불안정해질 때, 그 영향은 공동체 전반의 사회권 보장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 사회권은 경쟁적 자원이 아니라 공동체 안정의 기반이다.

이주민의 사회권은 특혜가 아니라 인구위기 시대,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통합 인프라이다. 외국인력 정책을 넘어, ‘노동력’이 아니라 ‘인구’로서의 이주민을 전제로 한 사회권 기반 인구정책으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미주 |

  1. Migrant Integration Policy Index(MIPEX). https://mipex.eu ↩︎
  2. 장주영 외(2024). 이주배경 아동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체계 구축. 이민정책연구원. ↩︎
  3. 이태준(2025.10.16.). ‘출생 미등록 외국인 아동’ 결핵 예방접종률 26.2%… 손 놓은 복지부. 시사저널. ↩︎
  4. 고용노동부(2023.3.2.). 외국인근로자 근로주거환경 개선 등에 지속 노력.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5. 법무부(2025.11.6.). 임금체불 피해 외국인, 6일부터 불법체류 통보의무 면제.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6. 장현은(2025.4.19.). 문형배 “비상계엄은 관용과 자제 넘은 것, 통합 메시지 담으려 시간 걸려”. 한겨레. ↩︎
  7. 장주영 외(2023). 국내 이주배경주민 정책 현황 및 개선방안. 국민통합위원회, 이민정책연구원. ↩︎
  8. 위 보고서의 결과를 도표화하였음 ↩︎

월간<복지동향>2026년 3월호(제3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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