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우근ㅣ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기본법안의 등장 배경
「일하는 사람 기본법」(안)은 현재 여러 개가 발의되어 있다. 그중 정부안이라고 할 수 있는 김태선 의원 대표발의안에 서술된 법안 제안 배경은 다음과 같다. “종래의 전통적 근로계약에 입각한 ‘근로자’와 ‘사용자’의 개념으로는 정의하기 어려운 계약관계와 노무제공형태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 반면, 노동관계법과 관련 제도의 혁신은 더디게 일어나고 있어 일하는 사람임에도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기본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소위 ‘노동법 밖 노동자’는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기존 노동관계법은 이들을 포괄하지 못하기 때문에 “계약의 형태나 노무 제공 방식과 관계없이 노동은 존중되고 보호”되도록 하기 위해서 기본법을 발의했다는 것이다.
기본법이 제정될 경우 노사관계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여기서 ‘노사관계’의 개념을 확인하고 넘어가야 한다. 한국의 노동법 체계는 개별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권리·의무 관계를 규정한 ‘개별적 근로관계법’과,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토대로 노동조합과 사용자 간의 노사 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집단적 노사관계법’으로 구분된다. 개별적 근로관계법은 「근로기준법」을 필두로 최저임금법, 산업안전보건법, 남녀고용평등법 등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의무를 부과하는 법률들이 있고, 집단적 노사관계법은 노동조합법, 근로자참여법(노사협의회법) 등 노사 간에 ‘힘겨루기 규칙’을 규정한 법률들이 있다. 이 글에서는 집단적 노사관계 차원에서 기본법 제정으로 인해 일하는 사람들의 ‘노조할 권리’가 어떻게 바뀔 것인가를 살펴보도록 한다.
‘일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기본법의 노사관계 영향을 살펴보기 이전에 기본법의 적용을 받는 ‘일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이는 노사관계를 형성하는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기본법안에서는 제2조에서 “‘일하는 사람’이란 고용상의 지위나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 자신이 직접 일하고 이를 통해 보수 등을 받는 사람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정의는 산재보험법이나 고용보험법상의 ‘노무제공자’ 정의와 내용상 유사하다. 또한 「일하는 사람 기본법」(안)과 동시에 발의된 「근로기준법」 개정안(근로자 추정제)에서의 노무제공자 정의와도 유사하다. 결론적으로 기본법에서의 ‘일하는 사람’은 기존의 노동법 체계에서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노무제공자를 의미하며, 산재보험법이나 고용보험법처럼 시행령을 통해서 직종을 제한하지는 않는다고 할 수 있다.1

‘일하는 사람’의 정의만으로는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구체적으로 누구를 포함하는지 파악하기 힘들다. 입법과정에서 정의된 ‘일하는 사람’과 유사한 의미로 언론 등에서는 통상‘노동법 밖 노동자’, ‘권리 밖 노동자’, ‘비임금 노동자’ 등으로 표현하기도 하며, 규모를 추산할 때는 국세청 자료를 활용해서 ‘인적용역 사업소득자’로 구분하기도 한다. ‘인적용역 사업소득자’는 프리랜서 등 노무제공에 대한 소득에 대해 사업소득세 3.3%를 납부하는 사람을 의미한다.2
‘인적용역 사업소득자’ 중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를 제외하면 고용보험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노무제공자’인 특수고용과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가 ‘일하는 사람’에 포함된다. 그리고 기업 일반직원이나 아르바이트, 식당 서빙 노동자 등 애초에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하지만, 대신 3.3% 사업소득세를 납부하는 개인사업자 형태로 일하는 소위 ‘가짜 3.3 노동자’도 기타자영업 코드로 분류되어 인적용역 사업소득자에 포함된다. 최근 인적용역 사업소득자의 빠른 증가는 주로 특고·플랫폼노동자와 기타자영업자의 증가로 인한 것이다. 결국 기본법의 적용을 받는 ‘일하는 사람’은 대부분 산재보험법 시행령 상 18개로 특정된 직종인 전통적인 특수고용 직종과 플랫폼노동자, 그리고 이에 더해서 종속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프리랜서까지 포함된다.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 글쎄요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 “글쎄요,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까요?” 등의 반응이다. 이렇듯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직관적으로 잘 떠오르지 않는다. “헌법이 보장하는 모든 일하는 사람의 노동 기본권을 명확히 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기본법의 입법취지로 되어 있는데, 법안의 조문들을 살펴보면 ‘노동기본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한 의무규정(강행규정)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이 “~할 수 있다.”,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식의 노력규정(훈시규정)으로 되어 있다. 일부 의무규정 역시 위반 시 처벌조항이 없다.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 이전에 일하는 사람의 권리 보장에 대해 선언적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기본법의 특성상 노사관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 기본법의 영향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기본법안에 포함되어 있는 집단적 노사관계와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일하는 사람은 노무제공 조건의 개선을 위해 단체를 결성하거나 이에 가입할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이다.「헌법」 제21조에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되어 있다. 소위 결사의 자유는 기본권에 해당한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에서의 “단체를 결성하거나 이에 가입할 권리”는 문언상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결사의 자유에 해당하고, 노동조합법을 준용할 경우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라는 단결권을 확인한 것에 해당한다.

단체교섭권을 강조하는 외국 사례
단결권만으로는 온전히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기 어렵다.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3권은 노동조건 향상을 위해 상호 유기적으로 결합된 하나의 기본권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교섭할 수 있는 권리(사용자의 교섭에 응할 의무)가 보장되어야 노사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된다. 일하는 사람이 스스로 단체를 결성한다고 해도 집단적 이해를 스스로 대변하기 위해서는 노무수령자(사용자)와의 교섭이 이뤄져야 가능하다. 단체행동은 민법(신의성실원칙)이나 형법(업무방해) 등 실정법의 틀 내에서 적절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는 체계가 다르지만 ‘노동법 밖 노동자’ 보호라는 맥락을 같이 하는 유럽연합(EU)의 ‘플랫폼노동 지침’(2024년)과 국제노동기구(ILO)의 ‘플랫폼 경제에서 양질의 일자리 협약 초안’(2025년)에서는 플랫폼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와 함께 단체교섭권의 실질적 향유를 강조하고 있음을 참조할 수 있다.

노조법 제2조 개정의 의미
기본법이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노조법 제2조 개정과 함께 살펴봐야 한다. 올해 3월부터 시행된 개정 노조법 제2조는 사용자 정의에서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라고 추가로 규정함으로써 사용자 범위를 근로계약 체결 여부에 구애받지 않고 근로조건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로 확대했다. 이러한 사용자 정의 확대는 1차적으로는 간접고용 노동자에게 적용될 것이고, 특수고용 노동자 역시 확대된 사용자와의 단체교섭 등 노사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것이다. 참고로 노조법 제2조 개정발의안 중 최종 개정 내용에는 반영되지 않은 근로자 개념 확대, 즉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노동조합에 가입한 자는 근로자로 추정한다.”라는 규정은 모든 일하는 사람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이었다. 만약 이러한 근로자 개념 확대가 이뤄졌다면 「일하는 사람 기본법」에서의 단체 결성권은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 어디까지 와있나?
또 하나 살펴봐야 할 점이 기존의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가 어디까지 보장되는지이다. 노동조합법상 노조할 권리(노동3권)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노조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플랫폼노동자인 대리운전기사로 구성된 대리운전노조는 2020년 7월에 노조설립 필증을 고용노동부로부터 발급받았는데, 노조설립 신고 후 421일 만이다.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행정관청은 노조설립 신고일로부터 3일 이내에 설립신고증을 교부해야 하는데, 1년이 넘어 어렵게 신고필증을 교부받은 셈이다. 다른 특수고용 직종도 유사하다. 시간이 상당기간 소요되었지만 대부분 신고필증을 받거나, 산별노조 산하 조직으로가입해서 노동조합을 인정받고 있다.
단체교섭권은 어떠한가? 앞서 대리운전노조가 카카오모빌리티를 상대로 단체교섭 요구를 했을 때 회사는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했지만, 2020년 12월 중앙노동위원회는 사측에 “대리기사는 노조법상 노동자에 해당하므로 사용자는 노조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고 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다”라고 판정했다. 어려운 과정을 거쳤지만, 단체교섭권을 인정받은 것이다. 학습지 노조, 배달라이더 노조 등 대부분의 특수고용, 플랫폼노동자들은 어려운 과정을 거쳤지만, 법원이나 노동위원회로부터 노조법상의 근로자성을 인정받아 단결권, 단체교섭권을 활용하여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다. 노조법상 근로자성 인정은 노조법 제2조 개정을 통해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본법이 노사관계에서 갖는 의미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갖는 노사관계상의 함의는 무엇일까? 교섭권에 대한 보장이 없다는 한계가 있고, 이에 따라 기본법이 새로운 권리관계를 창설하는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첫째, 기존 특수고용, 플랫폼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 확대, 노조법 제2조 개정 등 단결권, 단체교섭권의 확대 추세에서 이러한 흐름을 보다 강화하는 의미를 가질 것이다. 이는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종속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프리랜서의 경우도 노동조합 또는 노조 이외의 단체를 결성해서 집단적 목소리를 내기가 더욱 쉬워질 것이다. 행정기관으로부터 노조설립 필증을 발부받는 것도 이전보다 쉬워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종속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프리랜서의 경우도 “우리도 노조(단체)를 만들어볼까?”라는 상상력과 의욕을 갖게 할 것이다. 지난 2월 말에 창립한 작가노조가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둘째, 개인사업자로 간주되는 특수고용, 프리랜서의 노조활동을 공정거래법상의 ‘부당한 공동행위’에서 제외하는 흐름을 강화할 것이다.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건설노조의 레미콘 운송 등 건설기계 운행 중단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로 간주하여 과징금을 부과한 적이 있다. 화물연대의 파업에 대해서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고발하기도 했다. 현재는 노조활동과 공정거래법 간의 충돌을 제거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논의되고 있다. 공정거래법을 개정해서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활동을 공정거래법상 규제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이러한 흐름을 보다 강화할 것이다.
셋째, 노동조합의 교섭 의제를 확대할 것이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교섭을 진행하더라도 사용자들의 소극적 대응으로 인해 교섭 의제도 매우 협소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처벌 조항 부재로 강제력은 없지만, 기본법에서 사업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성희롱 또는 괴롭힘 예방 노력’, ‘안전과 건강 보호 의무’, ‘공정한 계약 체결 의무’, ‘합리적 이유 없는 계약 변경 또는 해지 제한 의무’, ‘모성 보호 및 일 · 가정 양립 준수 의무’ 등은 자연스럽게 교섭 의제로 포함될 것이다. 보다 더 다양한 노동조건이 단체교섭 테이블 위에 올라올 것이다.
일하는 사람의 노사관계에 대한 새로운 접근 필요성
일하는 사람의 노사관계는 기존 임금노동자들의 노사관계의 연장선에 있기도 하지만 새로운 차원의 접근이 필요한 영역이기도 하다. 통상적으로 노사관계는 동전의 양면성을 지닌다. 개별 기업 내에서 노와 사의 관계는 근본적으로 기업의 명운, 기업 이익의 분배를 둘러싸고 갈등과 협력이라는 길항관계에 있다. 노사관계 형성의 확대된 범주인 일하는 사람의 노사관계는 해당 업종 내의 공정한 경쟁, 업종 발전을 위한 기본 질서 형성, 업종 전망의 지속가능성 확보 등 개별 기업을 넘어선 확장된 버전의 사회경제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하는 사람의 노사관계 형성은 다분히 ‘사회적 대화’와 유사한 차원에서 이뤄질 공산이 크다. 사업자들의 불공정계약, 불공정행위, 일방통행식 규제, 이익의 부당한 분배 등이 일차적으로 개선되어야겠지만 더 나아가 일하는 사람을 아울러서 업종의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는 공동운명체로서의 속성도 작용할 것이다. 현재의 기본법안으로는 여러 한계가 있지만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새로운 노사관계적 접근, 프리랜서 노동자의 다양한 조직 형식을 촉진하는 논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 미주 |
- 산재보험법은 노무제공자 정의 규정과 함께 시행령에서 18개 직종을 특정하고 있고, 고용보험법도 시행령에서 17개 직종을 특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하는사람기본법안에서는 직종 제한을 시행령에 유보하고 있지 않다. ↩︎
- 경향신문, 2026. 1. 20., ‘‘특고’ 등 870만 명…법으로 권리 보호’
아시아경제, 2026. 1. 26., ‘“권리 밖 노동자 800만명 보호”…정부 노동법 판 바꾼다’ ↩︎
월간<복지동향>2026년 4월호(제3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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