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석ㅣ전국장애인건강권연대 정책위원장
1. 들어가며: 88%의 만족 뒤에 놓인 질문1
2025년 12월 재가의료급여 대상자 만족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88.0%가 서비스에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입원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95.3%에 달했다. 이 수치는 사업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만족은 서비스를 받은 사람들의 만족이다.
본사업 전환 이후인 2024년 9월부터 11월까지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했던 중증장애인이 자 의료급여 수급자인 양영희 활동가는 재가의료급여에 대해 “그런 사업이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증언했다. 양 활동가는 병원 내 사회사업실을 통해 여러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재가의료급여라는 이름은 듣지 못했다.
재가의료급여 사업은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해있던 의료급여 수급자가 집으로 돌아가 의료·돌봄·식사·이동 등의 지원을 받으며 지역사회에 정착하도록 돕는 사업이다. 보건복지부는 2019년부터 시범사업으로 운영해온 이 사업을
2024년 7월부터 본사업으로 전환하고 전국 229개 지역으로 확대했다. 2025년 12월까지의 누적 지원 대상자는 6
,440명이다. 2026년 2월 기준 의료급여 수급자가 163.9만 명에 달한다는 사실과 나란히 놓고보면, 이 사업이 아직 의료급여 수급자 전체 중 극히 일부에만 닿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업의 배경에는 “사회적 입원”이라는 오래된 문제—질병 치료가 아니라 생활·요양 등을 위해 병원에 머물러 있는 상태—가 놓여 있다. 집에서 지낼 수 있는 돌봄 자원이 부족하고, 갈 곳이 없으며, 가족에게 부담이 온전히 떠넘겨지는 상황이 겹치면서 환자가 병원에 “머물게 되는” 구조다. 재가의료급여 사업은 이 지점을 풀어내려는 제도적 시도다.
그러나 본사업 전환 1년 반이 지난 지금, 제도는 이미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사람만을 안착시키고, 돌아갈 집이 없거나 정보조차 닿지 못한 사람을 반복적으로 바깥에 남겨두고 있다. 그리고 이 배제는 “재정 절감”이라는 하나의 언
어로 성과를 평가하는 구조 안에서 좀처럼 문제로 인식되지 않는다.
2026년 4월, 보건복지부는 제4차 의료급여 기본계획(2027~2029) 수립 방향을 발표하며 “지출관리 위주에서 건강보장 중심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 선언은 이 글의 문제의식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다만 언어의 전환
이 실제 의료급여 구조의 전환으로 이어질 것인가는 별도의 질문이다. 이 글은 수급자 당사자의 자리에서 재가의료급여 사업을 다시 읽고, 정부가 내놓은 전환 선언이 실질화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제시한다.
2. 재가의료급여 사업, 어디까지 왔나
재가의료급여 사업은 2019년 1차 13개 지역으로 시작해, 2020년 2차 13개 지역, 2021년 3차 38개 지역, 2023년 4차 73개 지역으로 확대되었고, 2024년 7월 본사업 전환으로 전국 229개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다. 지원 대상은 “동일 상병으로 1회당 31일 이상 장기입원자 중 입원 필요가 낮아 퇴원이 가능한 의료급여 수급자”이며, 의료·돌봄·식사·이동 지원 외에 주거개선, 냉난방비 등을 함께 제공한다. 연계 가능한 기존 서비스를 우선 활용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방식이 원칙이다. 지원 기간은 최대 2년이다. 사업의 실행 주체는 간호사 면허를 가진 전문 인력인 의료급여관리사다. 2003년부터 전국 지자체에서 649명 수준이 근무하며, 수급자 가정과 의료기관을 방문하고, 주기적인 전화 상담·집합 교육을 통해 장기입원 환자의 퇴원 지원, 다빈도 외래이용자의 질병·생활습관 관리, 신규 수급자의 건강관리 교육 등을 수행한다.
주된 성과로는 앞에서 언급한 만족도 조사와 함께 우수 사례들이 언급된다. 서울 강북구에서는 갑작스러운 마비로 장기 입원했다 퇴원한 수급자를 위해 마이홈센터·아파트 관리사무소·동주민센터를 연계하여 주택 청소와 정리
를 지원하고 냉난방기와 밑반찬을 제공한 사례가 보고되었다.2
다른 한편으로 흔히 부각되는 것은 “진료비 절감”이다. 부산시는 재가의료급여 사업 확대와 약사 자문(“약지솔”) 등 특화사업의 결과 2024년 다빈도 외래이용자 사례관리 재정절감액이 190억 원에 달했다고 밝혔고3, 전북특별자치도도 수급권자 9,418명에 대한 맞춤형 사례관리로 2024년 10월 말 기준 진료비가 전년 대비 70억 원 감소했다고 보고했다.4
문제는 이 수치들이 제도의 “성과”로 제시되는 방식 그 자체다. 보건복지부의 지자체 평가는 “의료급여 진료비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수급자, 급여기관 측면에서 재정 절감 및 지출 효율화를 위해 노력한 지방자치단체”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부산시의 전국 1위 평가 근거도 “재정절감 전담반(TF)”과 “재정절감 목표액 달성”이었다. 재정절감이 사업의 목적이 되는 순간, 수급자의 건강권은 평가의 중심에서 밀려난다. 재정절감이 아니라 “적정 의료이용의 보장”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제도 운영의 실제 인센티브 구조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3. 누가 배제되는가: 당사자의 자리에서 본 다섯 가지 문제
1) 가장 필요한 사람이 먼저 탈락한다
재가의료급여 사업에 대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누가 이 사업에 들어올 수 있는가”다. 사업의 지원 대상은 “의료급여 수급자 중 장기입원 중인 대상자 등 의료적 필요도가 낮으면서 퇴원하더라도 안정적인 주거가 있거나 주거 연계 가능한 사람”이다. 이 한 문장이 의료급여 수급자 중에서 가장 취약한 집단을 체계적으로 사업 바깥에 남겨둔다.
의료급여 수급자 중에는 쪽방 거주자, 임시 거처 거주자, 노숙 경험자 등 주거가 불안정한 이들이 상당수 포함된다. 이들이야말로 퇴원 이후 가정에서 의료·돌봄·생활 지원을 통합적으로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지만, “돌아갈 집이 있어야” 사업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설계는 이들을 출발선에서부터 탈락시킨다. 주거 연계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주거 연계는 재가의료급여 사업 자체가 수행할 수 없고, 지자체 차원에서도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
국 재가의료급여가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 재가의료급여에 가장 닿기 어려운 역설이 제도의 입구에 새겨져 있다.
의료급여 수급자 중 건강 취약성이 큰 집단의 비중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만성질환자 비중은 2014년 63.1%에서 2024년 84.4%로, 정신질환자 비중은 같은 기간 22.3%에서 35.2%로 늘었다. 특히 의료급여 장기입원자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집단은 정신장애인이다. 2020년 자료를 보면 정신의료기관 전체 입원환자 6만 2,702명 중 1년 이상 입원자가 3만 4,692명으로 절반 이상(55.3%)을 차지했고, 10년 이상 입원자는 1,753명(2.8%)에 달했다.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정신장애인 응답자 375명 가운데 24.1%는 퇴원하지 않는 이유로 “퇴원 후 살 곳이 없어서”, 22.0%는 “혼자서는 일상생활 유지가 어려워서”, 16.2%는 “가족 갈등이 심해 가족이 퇴원을 원치 않아서”, 8.1%는 “지역사회에 회복·재활 지원 서비스가 없어서”라고 답했다.5 이 응답 하나하나가 재가의료급여 사업이 정면으로 대응해야 할 지점이다. 그러나 지속적 투약 관리, 정신재활 연계, 위기 개입, 동료 지원 등 정신장애인의 특수한 필요는 현재 사업 설계에 거의 담겨 있지 않다.
그리고 사업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한 채 입·퇴원을 거치는 수급자들이 있다. 양영희 활동가가 서울의 대학병원에서 3개월간 입원해 있으면서도 재가의료급여라는 이름조차 듣지 못했다는 사실은, 제도가 대형 병원의 퇴원 연계 체
계 안에 충분히 들어와 있지 않다는 것을 드러낸다. 정보 접근조차 불평등하게 배분되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사업을 확대해도 가장 먼저 배제된 사람이 가장 나중에 연결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세 집단—주거 불안정자, 정신장애인, 사업정보에 닿지 못한 장기입원자—은 각기 다른 경로로 재가의료급여 바깥에 놓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모두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가장 많은 지원이 필요한 사람이 가장 먼저 탈락하는 제도는, 보장성 제도라고 부를 수 있는가? 2025년 12월까지 누적 6,440명이라는 지원 규모가 의료급여 수급자 163.9만 명 전체에서 차지하는 위치도 이 질문 위에 놓인다.
2) 사회적 입원의 뿌리는 그대로 둔 채, 퇴원만 유도된다
재가의료급여 사업이 대응하고자 하는 장기입원의 핵심 원인은 사회적 입원이다. 그런데 사회적 입원의 뿌리—빈약한 지역사회 돌봄 자원, 주거 불안, 사회적 고립, 가족에게 전가된 돌봄 부담—은 개별 수급자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조건이다. 이 조건을 그대로 둔 채 “퇴원이 가능한 수급자”에게만 초점을 맞추면, 사업은 병원에서 나온 사람을 잠시 안착시키는 데 그칠 뿐, 사회적 입원이 재생산되는 구조는 그대로 남는다.
수급자의 자리에서 보면 이 문제는 더 분명하다. 퇴원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돌봄 자원이 없고, 주거가 불안정하며, 지역사회에 연결될 끈이 없다면, 수급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입원을 고민해야 한다.
3) 어디에 사는지에 따라 권리가 달라진다
재가의료급여 사업이 2024년 전국 229개 지역으로 확대되었다고는 하지만, 수급자 입장에서 실제로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의 내용과 질은 어디에 사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협력 기관을 적극 발굴하고 자원을 연계한 사례는 인프
라와 행정력이 받쳐주는 일부 지자체에서 나온다. 반면 돌봄 서비스 기관 자체가 부족하고 협력 의료기관도 찾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같은 이름의 사업에 들어와 있더라도 받을 수 있는 지원의 실질이 크게 달라진다.
사업이 “지자체 역량”에 의존하는 구조로 설계된 이상, 지역 간 격차는 사업 확대와 함께 오히려 더 가시화된다. 이는 행정의 문제이기 전에 수급자의 권리가 거주지에 따라 불평등하게 배분되는 문제다.
4) 의료급여관리사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사업의 질과 직결된다.
이 제도의 주된 실행 주체는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의료급여관리사다. 그런데 현재의 관리사 노동 조건은 수급자가 제대로 된 관리를 받을 수 있는지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국정감사에서는 “의료급여관리사 1명이 300명이 넘는 수
급자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의료급여 수급자의 의료이용 문제와 직결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6 1인당 300명이라는 수치는 수급자 한 사람이 관리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시간과 주의가 구조적으로 얇아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관리사는 매년 1년 단위로 재계약해야 하는 불안정한 신분이며, 처우가 열악하고, 업무 지시는 복지부가, 인력관리 책임은 지자체가 맡는 이중 구조 속에서 지시와 책임의 경계가 모호하다. 낮은 임금, 고용 불안정, 지시 체계의 이중성이 맞물려 숙련 인력의 이직이 반복된다.7 숙련 된 관리사가 떠난 자리는 결국 수급자가 감당한다. 담당자가 바뀌면 병력과 생활 조건을 다시 설명해야 하거나 관계가 끊겨 단절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5) 수급자의 삶이 아니라 재정이 평가된다
현재 재가의료급여 사업을 포함한 의료급여 관련 사업의 성과 측정 체계는 앞서 본 것처럼 재정 절감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평가 틀이 무엇을 성과로 셈하느냐는 그저 행정의 문제가 아니다. 평가 틀은 지자체와 관리사의 행동을, 그리고 결국 수급자에게 도달하는 서비스의 성격을 규정한다.
수급자의 자리에서 물어야 할 것은 이렇다. 내가 필요한 의료에 제때 닿았는가? 퇴원 후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했는가? 미충족 의료가 줄었는가? 삶의 질이 좋아졌는가? 이 질문들이 평가의 중심에 놓일 때, 비로소 재가의료
급여 사업은 보장성 제도로서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다. 지금의 평가 체계는 이 질문들을 묻지 않는다. 묻지 않는 것은 측정되지 않고, 측정되지 않는 것은 개선되지 않는다.
4. “지출관리 위주에서 건강보장 중심으로” – 선언은 어디까지 실질화되는가
2026년 4월 17일, 보건복지부는 제1차 중앙의료급여심의위원회를 열어 제4차 의료급여 기본계획(2027~2029) 수립 방향을 보고했다. 기본계획의 핵심 방향은 “지출관리 위주에서 건강보장 중심으로” 제도를 전환하고, “단편적 의
료비 지원에서 벗어나, 질병 예방·관리, 치료, 재활과 돌봄까지 아우르는 전주기 지원 제도”로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이 언어 자체는 이 글의 문제의식과 정확히 맞닿는다. 재정 절감이 아닌 건강권 보장으로 평가의 언어를 바꾸자는 요구가, 정부 공식 문서에 선언된 셈이다.
같은 위원회에서 발표된 재가의료급여-통합돌봄 연계 방안도 주목할 만하다. 정부는 그동안 재가의료급여가 “퇴원 수급자 위주로 운영되어 사회적 입원 우려가 큰 지역사회 노쇠 수급자까지 사업의 대상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었
고, 지원 기간(최대 2년) 종료 후 정착 지원 중단에 대한 우려”가 있었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정부는 재가의료급여와 통합돌봄 시범사업을 함께 추진해 온 13개 시·군·구를 중심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연내 연계 모델을 마련하고, 연말 시범 적용을 거쳐 전국으로 확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6년 의료급여 본 예산은 9조 8,4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조 177억 원(11.5%) 증액되었고, 수급자 증가에 대응해 2,828억 원의 추경이 편성되었다. 이러한 전환 방향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수급자 당사자의 자리에서 몇 가지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첫째, “노쇠 수급자까지 대상 확대”는 여전히 주거 불안정자와 정신장애인을 포괄하지 못한다. 노쇠 수급자 확대는 사회적 입원 예방이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지만, 가장 먼저 배제된 집단에 대한 포괄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으면 “누구에게 도달하는가”의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둘째, 13개 시·군·구 시범 후 전국 확산이라는 로드맵은 다시 “지자체 역량” 의존의 경로를 재현할 위험이 있다. 시범 지역은 이미 통합돌봄과 재가의료급여를 함께 추진해 온, 상대적으로 역량이 축적된 지자체다. 이런 지역에서 만들어진 모델이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으로 그대로 이전될 수 있는지, 이전 과정에서 국가가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한 설계가 빠져 있다. 지역 간 격차 문제가 사업 확대와 함께 더 가시화되는 패턴이 반복될 수 있다.
셋째, “건강보장 중심” 전환 선언이 실제 평가지표의 전환으로 이어질 것인가. 기본계획의 방향성이 바뀌더라도, 지자체 평가가 여전히 “재정 절감 및 지출 효율화”를 중심에 둔다면, 현장의 평가 구조는 바뀌지 않는다. 언어의 전
환이 평가의 전환으로, 평가의 전환이 예산 배분의 전환으로 이어지는 구체적 경로가 기본계획에 명시되어야 한다.
요컨대 정부의 전환 선언은 방향으로서는 올바르지만, 선언이 수급자의 삶에 도달하기까지의 경로가 아직 설계되지 않은 단계다.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열릴 예정인 토론회·공청회가 이 경로를 구체화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특히 지금까지 사업에 닿지 못했던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이 자리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전환의 실질성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5. 재정절감이 아닌 언어로, 보장성을 다시 쓰기
영국에서 1980년대 이후 “지역사회 돌봄(community care)”이 권리와 자립의 언어로 제시되었지만, 실제로는 국가의 직접 공급을 줄이고 책임을 지방정부와 가족에게 이전하면서 돌봄인력의 저임금·불안정 노동을 심화시키는 경로를 밟았다. 2014년 돌봄법(Care Act)은 개인의 권리를 선언했지만 그에 상응하는 재원을 보장하지 못해, 지방정부의 재정 여력에 따라 서비스 질이 크게 갈리는 결과를 낳았다. 한국의 재가의료급여 사업도 “권리·통합·지역사회”의 언어를 유지하면서 재정 위험을 지자체로 분산하고 인력 투자를 회피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에서 비슷한 구조적 위험을 안고 있다. 방향 전환의 선언이 재원과 책임의 재설계로 이어지지 않으면, 선언 자체가 오히려 위험을 가리는 언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병원에 있던 사람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제도의 목표일 수 있지만, 그 자체로 제도의 성공은 아니다. 재가의료급여에 대한 이 글의 논의는 의료급여 제도 전반의 보장성 강화, 더 나아가 “무엇을 의료복지의 성과로 셈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된다. 제4차 기본계획이 수립되는 2027년은 의료급여 제도의 전신인 의료보호 제도가 시행된 지 50년이 되는 해다. 재정절감 이외의 언어로 의료급여를 말하는 일은, 결국 수급자를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로 되돌려놓는 일이다. 정률제 개악 저지 이후의 과제가 현상 유지가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주
-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지출관리 위주에서 건강보장 중심으로 의료급여 제도 개선 모색— ’26년 제1차 중앙의료급여심의위, 4차 의료급여 기본계획(’27~’29) 수립 방향 등 논의」(2026.4.17.). ↩︎
- 강북구청 보도자료, 「강북구, 재가의료급여 사업으로 장기입원 수급자 지역사회 복귀 지원」, 코리아타임뉴스 (2025.7.20) ↩︎
- 더퍼블릭, 「의료급여 성과 빛났다…부산시, 복지부 평가 전국 1위」 (2026.1.21) ↩︎
- 무진장뉴스, 「전북의 의료급여 사례관리, 자립 지원과 재정 효휼화 기여…」 (2025.11.24) ↩︎
- 국가인권위원회,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거주·치료 실태조사(2018). ↩︎
- 김선민 의원실 국감 보도, 「의료급여관리사 1인당 300명 담당…처우는 열악」, 『병원신문』 (2024.10.23), www.khanews.com. ↩︎
- 김순아(보건의료노조 의료급여관리지부장), 「의료와 돌봄을 잇는 숨은 그림자 노동, 의료급여관리사」, 『매일노동뉴스』 (2025.11.17), www.labortoday.co.kr. ↩︎
월간<복지동향> 2026년 5월호(제331호)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