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ㅣ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1. 들어가며: 지역 격차를 어떻게 볼 것인가
격차 연구에서 ‘지역’ 변수는 독특한 위상을 지닌다. 지역은 격차의 원인이고, 동시에 격차의 결과이기도 하다. 모두가 직관적으로 이해하듯이, 어느 지역에 태어나고 자라느냐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교육의 질, 이용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의 수준, 접근 가능한 일자리의 종류가 달라진다. 그래서 지역마다 소득과 자산이 달라지고, 삶의 질이 달라진다. 그 격차가 지역 간 인구 이동을 불러일으키는 악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지역 격차가 격차 및 불평등 연구에서 결코 부차적이지 않은 이유다.
지역 간 격차를 논할 때 한 가지 개념적 주의가 필요하다. 지역에서 관찰되는 격차는 엄밀한 의미의 ‘불평등’이 아닐 수 있다. 불평등(inequality)은 흔히 개인들 사이의 분포 차이를 의미하지만, 지역 간 격차는 복수의 집계 단위 사이의 평균 차이다. 예를 들어 서울과 전남 사이의 소득 격차는 두 지역 ‘평균값’의 차이다. 실제로는 서울 내부에도 강남·강북 사이의 불평등이 존재하고, 전남 내에서도 여수·순천 같은 거점도시와 고흥·강진 같은 농촌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따라서 지역 불평등을 분석할 때는 수도권 대 비수도권, 권역별, 도·농 간, 그리고 동일 지역 안에서의 불평등을 종합해서 살펴봐야 한다.
지역 간 격차의 대상과 내용도 매우 다양하다. 소득과 자산이라는 경제적 차원만이 아니라, 의료 인프라, 교육 기회, 일자리의 질, 주거환경, 디지털 접근성, 사회적 네트워크에 이르기까지 삶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지역 간 격차가 나타난다. 이 점에서 지역 격차 연구는 본질적으로 다차원적 접근을 요구한다.
한국에서 지역 간 격차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단연 ‘수도권 집중’이다.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동시에, 양질의 일자리와 고등교육, 의료·문화 인프라 역시 집중되어 있다. 비수도권 지역은 상대적으로 취업 기회가 적고, 임금 수준이 낮으며, 공공서비스의 질도 열악하다. 이러한 격차는 청년 인구의 수도권 유출을 심화시키고, 비수도권의 고령화와 지역경제 침체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역 격차를 낳는 구조적 메커니즘도 간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지역 격차는 급속한 산업화·도시화 과정에서 형성된 역사적 산물이다. 1960~70년대 수출 주도 성장 전략 아래 서울과 수도권에 자원과 인프라가 집중되었고, 이러한 집적된 결과가 다시 자기강화 효과를 발휘하며 격차를 고착시켰다. 균형발전 정책이 반복적으로 시도되었지만, 수십 년간 형성된 집적의 관성을 깨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도시와 농촌 사이의 격차 역시 이 과정의 산물이다. 김태완(2023)의 분석에 따르면, 도·농간 소득 격차는 2000년대 초 농가소득이 도시근로자 소득의 약 75% 수준이었으나, 2011년 이후에는 65%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21년에는 62.0%까지 하락했다. 소득만이 아니다. 2021년 기준 농촌 지역의 빈집 비율은 12.6%로 도시(6.0%)의 두 배를 넘고, 전국 1,180개 면 지역 중 어린이집이 없는 곳이 498개에 달한다. 농촌의 산부인과 수는 도시의 절반 수준(가임 여성 10만 명당 도시 6.39개, 농어촌 3.22개)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생활 인프라 격차가 도시민과 농촌 주민 사이의 만족도 격차로 이어지고 있으며, 2022년 기준 4대 부문(보건·복지, 교육·문화, 정주기반, 경제·일자리)별 만족도에서 농어촌 주민이 도시 주민보다 0.5~1점(11점 척도) 낮게 나타났고, 그 가운데 보건·복지 부문의 격차가 가장
두드러졌다.
이렇게 도농 간 삶의 질 격차가 심화되면 농촌 인구 유출이 가속화되고, 인구 유출은 다시 지역 인프라와 경제의 침체를 심화시키는 악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그리고 이 악순환의 최종 귀결은 지역 공동체 자체의 소멸이다. 이 점에서 지역 격차 연구는 단순한 심도의 측정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과 맞닿아 있다.
이 글은 한국 사회에서 관찰되는 다양한 지역 불평등의 양상을 개관하는 총론으로 아래의 두 가지 분석에 집중했다. 첫째, 이번 기획의 개별 원고에서 다루지 않은 지역별 소득·자산 격차의 실태를 간략히 살펴본다. 둘째, OECD 지역 웰빙(Regional Well-Being)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여, 한국의 7개 광역 지역의 소득·일자리·주거·교육·건강·환경 등 11개 영역에서의 격차 양상을 살펴본다. 그리고 해당 자료를 활용해서 한국에서 지역 간 편차가 호주·프랑스·독일·일본·영국 등 국가들과 비교해 어떤 특징을 보이는지에 대해 분석한다.
2. 지역 간 소득 및 자산 격차
한국 사회에서 지역별 소득 격차는 단순한 지리적 차이가 아니라, 일자리의 질·산업 구조·교육 수준이 공간적으로 결합된 구조적 불평등이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비수도권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수도권 가구의 약 87~90% 수준에 그친다(김기태 외, 2025). 이 격차는 최근 더 심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2016~2017년 비수도권의 상대적 소득 수준은 90.5%에서 87.1%로 하락했으며, 이후에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소득 격차는 개인 차원을 넘어 가구 유형별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노인만으로 구성된
가구, 특히 노인 1인 가구는 근로연령대 가구와의 소득 격차가 가장 큰 집단이다. 2023년 기준 노인 1인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근로연령 2인 가구 대비 약 37% 수준에 불과하다(김기태 외, 2025). 이 노인 1인 가구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이 바로 비수도권 농촌 지역이라는 점에서, 지역 격차와 인구 구조 격차는 서로를 강화하는 관계에 있다.
지역 불평등이 소득에서만 나타난다면 그나마 정책적 개입이 용이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자산 불평등, 특히 부동산 자산의 지역 간 격차가 소득 격차보다 훨씬 더 심각하며, 이것이 세대를 넘어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핵심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채은동·이진수(2025)의 분석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 가계 자산의 77.3%가 부동산 자산이다. 다른 나라에서 가계 비금융자산의 비중을 보자. 미국(28.5%), 일본(37.0%), 영국(46.2%)과 비교하면, 한국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이다. 문제는 부동산 자산의 가치가 지역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는 점이다. 시도별 평균 순자산을 보면, 서울 가구가 6.5억 원으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세종(6.2억 원), 경기(5.4억 원) 순이다. 반면 비수도권 도 지역들은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가구의 순자산 격차 추이를 보면 더욱 심각한 실태가 드러난다. 이 격차는 2016년 8,500만 원 수준이었다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시기를 거치면서 2022년에는 2억 3,000만 원까지 벌어졌다. 2024년에는 소폭 감소하여 2억 600만 원의 격차를 보이고 있지만, 근본적인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채은동·이진수, 2025). 특히 2018~2022년 기간에는 자산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고, 서울과 일부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가격 급등이 이 격차를 극적으로 확대했다.
부동산 자산 격차의 지역 불평등 심화 효과는 여러 경로를 통해 나타난다. 먼저, 서울의 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자산 상승으로 부를 축적하는 반면, 지방 소도시 주택 보유자는 자산가치 정체나 하락으로 상대적 박탈을 경험한다. 둘째, 상속·증여를 통한 자산 불평등의 대물림 효과다. 서울·수도권의 고가 주택을 보유한 부모 세대가 자녀에게 주택을 증여하거나 상속하면, 지역 간 자산 불평등이 세대를 넘어 재생산된다.
3. OECD 지역 웰빙 데이터로 본 한국의 지역 격차
여기에서는 OECD 지역 웰빙(Regional Well-Being)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여 한국의 7개 권역에서 11개 지표의 격차의 양상을 살펴본다. 먼저 이 데이터의 특성과 점수 해석방법을 간략히 설명한다. OECD 지역 웰빙 프레임워크는 소득 등 물질적 여건(material conditions)과 교육·건강·환경 등 삶의 질(quality of life), 그리고 삶의 만족도라는 주관적 웰빙(subjective well-being)을 포함하는 11개 영역으로 삶의 질을 측정한다. 11개 영역은 소득(income), 일자리(jobs), 주거(housing), 교육(education), 건강(health), 환경(environment), 안전(safety), 시민참여(civic engagement), 서비스 접근성(access to services), 공동체(community), 삶의 만족도(life satisfaction)다(OECD, 2025).
각 영역의 점수는 0~10 사이의 값으로 표현된다(OECD, 2025). 이 점수는 OECD 회원국 468개 지역 전체를 분모로 하는 상대적 순위를 반영한다. 점수가 0이면 해당 지역이 OECD 전체 지역 중 최하위 수준임을 의미하고, 10이면 최상위 수준임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각 지표의 최솟값과 최댓값 사이에서 해당 지역의 값을 정규화(min-max normalization)하는 방식으로 산출된다(OECD, 2025). 예를 들어 소득 지표의 경우 1인당 가구 처분가능소득(USD PPP 기준)을, 일자리는 고용률과 실업률을, 건강은 기대수명과 사망률을 사용한다. 환경 영역은 위성 영상 기반의 초미세먼지(PM2.5) 노출량을, 안전은 살인율을, 서비스 접근성은 광대역 인터넷 보급률과 다운로드 속도를 지표로 삼는다.
[그림 1]을 보면, 소득은 7개 지역 모두 2점대에 머물러서 OECD 지역 가운데 하위권이다. 최고인 충청(2.94점)과 최저인 제주(2.42점)의 격차는 0.52점으로 11개 영역 중 가장 균등하다. 흔히 소득 기준으로는 서울이나 울산에서 가장 높은 수치가 나왔던 점과는 다른 결과다. 앞서 김기태 외(2025)의 분석과도 차이가 난다. 권역별 일자리도 8점 전후로 전국이 대체로 고르다. 제주(8.46점)와 경남(7.79점) 사이 0.67점 차이가 난다. 교육은 평균 9.09점으로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강점이 두드러진다. 수도권(9.38점)~강원(8.83점) 사이의 격차가 0.55점이다. 서비스 접근성(평균 7.93점, 분산 0.06)도 광대역 인터넷 인프라가 전국에 고르게 보급되어 있음을 반영한다.
주거 영역에서 흥미로운 점은 수도권(4.99점)이 7개 지역 중 최저이고 전라(5.89점)가 최고라는 사실이다. 주거 지표가 1인당 방 수와 주거비 부담 만족도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고밀도·고가격의 수도권 주거 환경이 점수를 끌어내린다. 비수도권이 수도권보다 주거수준이 양호하다는 OECD 지표 설정 방식 결과의 역설이 지표에서 나타난다.
건강 영역은 평균 8.16점으로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수도권(8.89점)과 경남(7.87점) 간 격차가 1.02점에 달한다. 수도권의 풍부한 의료 인프라와 경남의 제조업·고령화 구조가 만들어내는 차이가 반영된다. 안전 영역은 평균 4.13점으로 낮지만 강원(4.44점)과 수도권(3.67점)의 차이가 0.77점이다. 전반적으로 낮은 점수는 한국의 절대적 치안 문제가 아니라, 살인율이 극히 낮은 호주·프랑스·북유럽과의 상대적 비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환경 영역에서 한국 지역 격차가 가장 크다. 전국 평균 3.70점인데, 수도권이 1.27점, 제주가 5.63점으로 두 지역 간 격차가 4.36점에 달한다. 초미세먼지(PM2.5) 오염 수준이 수도권에서 극심하고, 충청(2.34점)도 중공업 단지 집적으로 낮은 점수를 보인다. 경제적 중심지인 수도권이 환경에서는 전국 최하위라는 역설이 양적 성장의 이면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시민참여(투표율 기준)는 평균 7.46점, 전라(8.12점)~제주(6.85점) 사이 격차가 1.27점이다. 공동체 영역은 평균 4.79점으로 전반적으로 낮고, 지역 간 격차(최대 1.97점)도 크다. 제주(5.79점)와 수도권(5.46점)이 비교적 높고 경남(3.82점)이 가장 낮다. 삶의 만족도는 평균 5.78점으로 제주(6.74점)가 가장 높고, 경남·경북·충청이 공동 최저(5.43점)다.

4. OECD 지역 웰빙 데이터로 본 6개국의 지역 격차
그렇다면, 한국에서 관찰되는 지역 간 편차를 외국과 비교하면 어떨까. 분석에 앞서 한 가지 확인할 점이 있다. OECD 지역 단위는 국가별로 차이가 있다. 한국의 경우 OECD 기준 7개 광역 지역으로 분류된다(수도권, 경남, 경북, 전라, 충청, 강원, 제주). 이는 한국의 행정 구역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으므로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11개 지표 중 일부는 지역별 데이터 가용성에 따라 누락될 수 있다.
비교 대상 국가는 한국(7개 지역)과 지역 단위 규모가 유사한 5개 국가를 선정했다. 호주(8개 지역), 프랑스(14개 지역), 독일(16개 지역), 일본(10개 지역), 영국(12개 지역)이다. 한국을 포함한 6개국의 지역 내 분산(variance)을 11개 영역에서 비교했다. 분석을 위해서 국가별 영역별 지역 지표값의 분산을 산출했다. 이 값이 클수록 해당 국가 안에서 지역 간 격차가 크다는 의미다.
소득 영역을 보면, 분산 순위는 호주(1.44), 영국(0.53), 독일(0.09), 프랑스(0.06), 일본(0.03), 한국(0.03) 순이다. 호주의 분산이 압도적으로 크다. 풍요로운 서호주·퀸즐랜드와 소득이 낮은 태즈메이니아·노던테리토리 사이의 극단적 격차가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영국도 런던을 중심으로 한 남동부 잉글랜드와 북잉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 간의 소득 격차가 크다(0.53). 반면 한국(0.03)과 일본(0.03)은 6개국 중 소득 분산이 가장 작다. 지역 간 소득 격차 자체는 상대적으로 균등한 구조다. 물론, 광역 단위의 평균값 분산을 비교했다는 점도 확인해둔다. 개별 지역 단위의 소득 격차는 확인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일자리 분산에서는 프랑스(0.56)가 압도적으로 크고, 나머지 국가들(일본 0.10, 독일 0.09, 영국 0.07, 한국 0.04, 호주 0.03)은 모두 0.1 안팎이거나 그 이하다. 한국(0.04)과 호주(0.03)는 분산이 가장 작아 고용 상황의 지역 간 편차가 작은 나라에 속한다.
주거 분산은 프랑스(0.49), 독일(0.43), 호주(0.38), 영국(0.24), 일본(0.18), 한국(0.08) 순이다. 한국은 6개국 중 가장 작다. 1인당 방 수와 주거비 부담 만족도로 측정되는 이 지표에서 프랑스와 독일의 분산이 큰 것은, 대도시와 농촌 지역 간 주거 여건의 격차가 한국보다 훨씬 크게 나타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교육 분산은 프랑스(0.67), 독일(0.48), 호주(0.24), 영국(0.22), 한국(0.03), 일본(0.01) 순이다. 일본과 한국이 압도적으로 작다. 한국과 일본에서 교육이 지역 불평등의 축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 수치로 확인된다. 광역 단위에서는 그렇다는 뜻이다. 물론 OECD 지표가 포착하는 것은 학력 보유 비율이며, 교육의 질이나 사교육 기회의 지역 격차는 이 분산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건강 분산은 호주(0.92), 영국(0.48), 독일(0.33), 프랑스(0.32), 한국(0.13), 일본(0.01) 순이다. 호주의 분산이 압도적으로 크다. 일본(0.01)은 6개국 중 건강 분산이 가장 작아, 국토 어디서나 기대수명과 사망률 수준이 매우 균등하다. 한국(0.13)도 상대적으로 낮다.
환경 분산은 한국(1.87), 일본(0.63), 호주(0.21), 프랑스(0.08), 영국(0.08), 독일(0.03) 순이다. 한국이 압도적 1위이며, 2위 일본(0.63)과도 세 배 가까운 격차가 있다. 나머지 네 나라는 0.03~0.22 수준으로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다. 이 수치는 한국 지역 불평등 전체를 통틀어 가장 두드러지는 발견이다. 초미세먼지(PM2.5) 오염이 심각한 수도권과 대기가 상대적으로 청정한 제주·강원 사이의 격차가 만들어낸 결과다. 환경 영역은 한국이 지역 간 격차에서 가장 취약한 영역이며, 이것이 거주지에 의해 결정되는 불평등이라는 점에서 정책적 대응이 시급하다.
안전 분산은 영국(0.25), 독일(0.22), 일본(0.13), 한국(0.05), 프랑스(0.04), 호주(0.02) 순이다. 영국과 독일에서 분산이 상대적으로 크다. 한국(0.05)은 하위권으로, 지역에 따른 안전 수준의 차이가 작은 편이다.

시민참여 분산에서는 프랑스(1.04)가 가장 크고, 호주(0.80), 영국(0.21), 한국(0.13), 일본(0.10), 독일(0.08) 순이다. 프랑스의 높은 분산은 해외 영토를 포함한 지역별 투표 참여율의 극단적 차이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0.13)과 독일(0.09)은 시민참여의 지역 간 편차가 작은 편이다.
서비스 접근성에서 한국의 분산(0.06)은 낮은 쪽에 속한다. 한국은 ICT 인프라의 전국적 균등화가 상대적으로 잘 이루어진 나라에 속한다. 일본이 6개국 중 압도적으로 크다.
공동체 분산은 한국(0.41)은 중위권으로, 일본·프랑스·영국보다는 크고 독일·호주보다는 작다. 한국의 공동체 분산이 중위권에 위치한다는 것은,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사회적 연결망 수준이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인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삶의 만족도 분산을 보면, 한국(0.20)은 중위권이다. 제주의 높은 만족도와 경남·경북·충청의 낮은 만족도가 이러한 분산을 만들어낸다. 나라별로 보면, 독일(0.31), 프랑스(0.21), 한국(0.20), 호주(0.12), 일본(0.08), 영국(0.06) 순이다. 독일의 분산이 가장 크다.
종합하면, 한국은 환경(1.87) 분산만 6개국 중 압도적 1위이고, 나머지 대부분의 영역—소득(0.03), 일자리(0.04), 주거(0.08), 교육(0.03), 안전(0.05), 서비스 접근성(0.06)—에서는 최소이거나 하위권이다. 이것이 한국 지역 불평등 구조의 핵심 특성이다. 환경 단 하나의 영역에서 다른 모든 나라를 압도하는 지역 간 격차를 보이고, 나머지 영역에서는 오히려 지역 간 불평등이 작은 편이다.
5. 나가며: 격차의 대상자가 사라지는 사회, 지역소멸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하면, 한국의 지역 불평등은 경제적 격차(소득·자산)와 삶의 질 격차(환경·공동체·건강·삶의 만족도)가 중첩된 다차원적 문제다. OECD 지역 웰빙 데이터가 보여주듯, 한국은 교육과 일자리처럼 ‘기회의 평등’에 관련된 영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환경 영역의 극심한 격차가 확인된다. 국내 자료를 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자산 격차, 농촌 지역의 생활 인프라 부족 등도 여전히 확인된다.
한국에서 지역 문제를 단순히 격차의 렌즈로만 봐서도 안 된다. 한국의 격차 수준이 다른 국가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위안을 받을 문제도 아니다. 오히려 더 근본적인 위기는 격차의 피해를 입는 집단, 즉 비수도권 농촌·소도시의 인구 자체가 빠르게 소멸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오늘날 한국 사회가 직면한 ‘지방소멸(regional extinction)’의 문제다. 관련해서, 이상호(2025)의 분석은 현실을 수치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2016년 ‘지방소멸위험지수’가 처음 발표된 이후 10년간 상황은 급격히 악화되었다. 개정된 지수 체계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 전국의 소멸위험지수 값은 56.6으로, 2000년(258.6)의 5분의1 수준으로 추락했다. 전국 229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 단계에 진입한 지역은 62곳(27.1%)이며, 이 중 심각단계(지수10 미만)에 속하는 곳도 7곳에 달한다. 가장 위험한 대구 군위군의 경우 고령인구가 전체의 48.3%를 차지하고, 20~39세 여성인구 비중은 3.8%에 불과하다.
지역 격차와 지방 소멸의 문제는 서로 꼬리를 문다. 격차의 문제가 인구 유출을 초래하고, 사람이 부족한 공간에서 인프라는 사라진다. 궁극적으로 지역 격차와 지방소멸은 단순히 지역 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어떤 공간적 구조 위에서 어떤 미래를 그릴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과 연결되어 있다. 수도권 일극 집중이라는 구조를 그대로 두고 개별 지역 지원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저출생의 흐름 속에서 국가 발전의 장기 비전 속에서, 그리고 지역 주민이 자신의 삶터에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적 권리의 보장이 함께 이루어질 때, 지역 격차와 소멸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 참고문헌 |
· 김기태, 강신욱, 정세정, 오성재, 하은솔, 김재연, 2025, 한국의 다차원적 불평등 현황 분석 및 관련 지수 개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 김태완, 임완섭, 김기태, 이원진, 김영미, 김진욱, 노법래, 주병기, 최준영, 한수진, 김수진, 이윤상, 지민웅, 박양신, 박진, 이소영, 조덕상, 한정민, 금종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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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호, 2025, 지방소멸2025: 신분류체계와 유형별 정책과제. 지역산업과 고용(가을호), 108-121. 한국고용정보원.
· 채은동, 이진수, 2025, 2025 민주연구원 불평등 보고서, 민주연구원.
· OECD, 2025, OECD Regional Well-Being: A user’s guide (October 2025 version). OECD Publishing. https://www.oecdregionalwellbeing.org
· OECD, 2026, OECD Regional Well-Being Database
월간<복지동향> 2026년 5월호(제3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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