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6 2026-06-10   79651

[동향1] 한국의 비혼 동거 특성과 관련 제도의 필요성

변수정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한국 사회의 가족 구조 변화는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 혼인율 감소, 1인 가구의 증가, 비친족 가구의 증가 등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법과 제도는 여전히 혼인과 혈연 관계를 중심으로 보호하고 있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삶의 방식을 아우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에서 이 글은 한국의 비혼 동거 현상의 특성을 이해하고, 한국 사회에 이와 관련된 제도 도입이 필요한 이유를 짚어보고자 한다.


결혼과 비혼 동거에 대한 태도 변화

과거 한국 사회에서 결혼은 꼭 해야 하는 과업으로 여겨져 왔다. 반면, 동거는 일부의 집단에서 실천하는 삶의 방식으로 여겨지고, 이를 부정적인 인식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혼인율이 과거보다 감소하고 결혼에 대한 당위성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국가데이터처 사회조사에 따르면, ‘결혼은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라는 결혼에 대해 선택적인 태도는 1998년에는 23.8% 수준이 머물렀으나, 2018년에 46.6%까지 상승하였다(국가데이터처, 각 연도). 그 이후 증감을 반복하며 약간의 변동을 보이고 있지만, 그 비율이 4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결혼 및 비혼 동거에 대한 태도 변화


결혼에 대한 태도와 함께 비혼 동거에 대한 인식도 꾸준히 변하고 있다. ‘남녀가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에 동의한 비율은 2010년에는 40.5% 수준이었으나 2018년에는 56.4%로 과반이 된 후, 가장 최근에는 67.4%로 나타나(국가데이터처, 각 연도) 지속적으로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와 비교해 보면, 혼인율과 결혼에 대한 선택적 태도는 감소하였고 최근 증감을 반복하는 변화를 보이고 있지만, 동거에 대해 동의하는 비율은 감소 없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동거 수용성의 변화가 결혼에 대한 태도 또는 실제 결혼 실천의 변화와 일정 부분 연동되어 있을 가능성은 있으나, 단순한 결혼 감소의 부산물이라기보다 동거 자체에 대한 사회적 ·문화적 수용성이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비혼 동거에 대한 태도 변화를 연령별로 보면, 단순히 젊은 세대의 개방성 증가만이 아니라 중요한 패턴이 발견된다. 2010년부터 2024년 사이에 동의하는 비율의 상승폭을 보면, 20대는 21.7%p, 30대는 26.9%p, 증가한 반면, 40대는 39.2%p, 50대는 38.3%p, 60세 이상은 26.9%p 상승해(국가데이터처, 각 연도) 상승폭의 절대치는 40~50대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20~30대 연령층에서는 2010년에도 이미 과반으로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2024년을 기준으로 보면 20대와 30대의 동의 비율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높고, 80% 이상이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세대 내 규범으로 자리 잡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40대는 14년(2010~2024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하였고, 50대 이상은 20%대에 불과하던 동의 수준이 절반을 넘어섰다(국가데이터처, 각 연도). 60세 이상 역시 큰 폭으로 상승하여 세대 내 소수 의견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의견으로 전환되었다. 40대 이상 집단, 즉 현재 20~30대의 부모 세대에서 태도 변화가 더 역동적으로 일어났다는 점은 비혼 동거에 대한 사회적 저항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낮아질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마련되었다는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가구 변화로 보는 비혼 동거의 확산

결혼과 비혼 동거에 대한 태도의 변화는 확인하였지만, 실제로 한국 사회에 비혼 동거 방식의 삶을 실천하는 인구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혼인과 혈연으로 연결되지 않은 가구들의 증가를 통해 비혼 동거 관계의 증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연령별 비혼 동거에 대한 태도

비혼 동거 가구는 1인 가구 또는 비친족 가구로 집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 가구들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2024년의 1인 가구 비중은 한국 전체 가구 중 36.1%로 3분의 1 이상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친족 가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24년에는 580,413가구에 이르렀으며, 이 중 2인 가구는 526,278가구로 비친족 가구 전체의 90% 정도를 차지한다(국가데이터처, 2015~2024). 특히 비친족 가구의 증가가 2인 가구 형태로 집중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친족 2인 가구에는 룸메이트나 지인, 연인 등 다양한 관계가 있을 수 있지만, 함께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는 관계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비친족 2인 가구의 증가는 곧 우리 사회에 비혼 동거 형태의 생활 공동체의 증가를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1인 가구나 비친족 가구의 증가 이외에도, 미혼자 중 결혼하기 전에 동거할 의향이 있는 경우가 40% 이상으로 나타나거나(박종서 , 2024) 혼인신고 하기까지 동거를 경험한 경우, 그 기간이 증가하는 경향(변수정, 엄다원, 안문희, 2024)도 나타난다.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우리 사회의 비혼 동거는 더 이상 일부 집단의 예외적인 선택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와 목적으로 보다 폭넓게 실천되는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누군가와 함께 사는 선택을 하되, 과거와 달리 그 형태가 반드시 법적 혼인은 아닌 경우가 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연령별 비혼 동거에 대한 태도


한국 비혼 동거의 특성과 한계

한국 사회에서 비혼 동거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비혼 동거를 선택한다. 결혼 전에 상대방을 확인하기 위해서, 결혼 전 경제적 준비의 기간으로, 또는 결혼제도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서 등이 포함된다(변수정, 엄다원, 안문희, 2023). 즉, 한국의 비혼 동거는 결혼으로 가는 과정이거나 결혼 대신 선택한 삶, 두 가지 성격이 혼재되어 있다. 전자의 경우는 이제 흔한 현상이 되었고, 후자의 경우는 한국에서 아직 동거가 결혼의 완전한 대안이 되고 있지는 못한 현실이다. 거기에는 제도적 한계가 명확하다. 법적 보호가 부재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동거 관계를 유지하며 출산과 양육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여전히 소수에 그친다. 세계 여러 국가에서 동거 관계에서의 출산이 보편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분명 한국 비혼 동거의 특성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결혼 이전, 결혼 대안의 동거를 넘어, 주거비를 분담하며 함께 사는 친구 관계, 외로움과 돌봄의 필요를 공유하는 노년층, 1인 가구 대신 생활을 함께 나누는 생활동반자 등 다양한 형태의 동거 관계도 확산되고 있다. 즉, 동거는 더 이상 연인 사이만의 선택이 아니라, 생애 전반에 걸쳐 다양한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삶의 방식이 되고 있다.

이러한 대중성과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비혼 동거 관계는 법·제도적 보호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도 한국 사회의 특성이다. 혼인을 기반으로 한 가족제도 등으로 인해 기존의 전통적 가족 유형이 아닌 경우인 비혼 동거 관계는 주거, 의료, 돌봄, 법적 지위 등 삶의 여러 영역에 걸쳐 제약이 따른다.

결국 한국의 비혼 동거는 현실과 제도적 괴리에 놓여있다. 비혼 동거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은 높아졌고, 실천도 확산되고 있으며, 그 안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보호하는 법과 제도는 부재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사람들은 혼인신고에 따라 제도적으로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을 따져가며 신고를 결정한다. 그러나 결혼제도를 선택하지 않으면 비혼 동거 관계는 아무런 법적 지위도 부여받지 못한 채 제도의 틈새에서 보호받지 못하게 된다. 가족과 같은 정서적 교류나 경제적 공동체로 생활하더라도 혼인신고 절차를 밟지 않으면 상대를 아무리 돌봐도, 위급한 순간이 와도 보호자 역할을 마음 놓고 할 수 없는 현실이다. 또한 함께 살아야 하는 공간 마련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공동으로 받기도 어려운, 무관한 관계로 남게 된다(박수지, 2024.12.16.).


제도가 삶을 따라가야 할 때

한국 사회의 가족 개념이나 삶의 방식이 크게 변했다. 가족을 형성하는 방법도, 관계 맺는 방식도, 삶을 선택하는 기준도 다양해지고 달라졌다. 그러나 법과 제도는 이러한 변화를 담고 있지 못하다. 혼인과 혈연 중심의 ‘정상가족’ 모델은 더 이상 변화한 이 현실을 설명하지 못한다.

국제 사회의 여러 국가는 이미 오래전부터 결혼하지 않고 동거 방식을 택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들은 혼인 제도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하고 개인의 선택 폭을 넓혀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제도가 없다고 해서 사람들이 비혼 동거 방식의 삶을 선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법으로 보호받지 않는다고 해서 그 관계가 덜 소중한 관계도 아니다. 혈연이나 혼인 관계로 묶여있지 않다고 해서 함께 사는 서로를 덜 돌보고 무책임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비혼 동거 관계를 보호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은 새로운 관계, 새로운 삶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삶을, 이미 존재하는 관계를, 이미 존재하는 돌봄을 보호하는 것이다.

나아가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생애경로는 과거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과거에는 한 개인이 태어나면 부모 가정에서 성장하여 결혼을 통해 가족을 형성하고 자녀를 낳아 가족을 확장하는 단선적인 경로가 대다수였다. 그러나 현재는 개인이 생애 동안 경험할 수 있는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졌으며, 특히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그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이는 비혼 동거나 가족 다양성에 대한 논의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비혼 동거 방식의 삶은 특정 집단의 일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삶의 선택지이며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일로 논의되어야 한다.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가 맞물리는 사회에서 누군가와 함께 살며 서로를 돌볼 수 있는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개인의 존엄과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필수적이다.

사람들의 삶은 이미 변했다.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가족을 이루고, 관계를 맺고, 서로를 돌보며 살아가고 있다. 이제 제도가 이에 응답할 때이다. 한국 사회의 모든 개인은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선택할 자유가 있고, 그 안에서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참고문헌|


월간<복지동향> 2026년 6월호(제3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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