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는 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이하 “기초보장제도”)는 그 이전의 생활보호제도를 전면 개정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보장법”)에 의한 제도로 우리나라 공공부조의 근간을 이룬다. 헌법 제34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사회권적 기본권의 보장을 천명하고 있는데, 과거의 생활보호제도를 전면 수정하고 권리개념을 강화한 기초보장제도는 그런 점에서 헌법에 규정된 사회권적 기본권의 실현에 한발 더 다가간 진일보한 제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제도가 그러하듯이 기초보장제도 역시 완벽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며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남아 있는 제도로서 말하자면 형성과정에 있다고 하겠다.
법 제정 5주년을 맞이한 기초보장제도는 크게 저소득층의 빈곤완화에 중점을 두는 경제적 보장과 근로능력이 있는 빈곤자들의 자립을 도모하는 자활조성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글에서는 먼저 기초보장법의 제정과정을 간략히 개관한 후 경제적 보장에 초점을 맞추어 기초보장제도의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본다.
2.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제정과정
기초보장제도는 지금으로부터 만 5년 전인 1999년 9월 7일 법률로 제정되었으며 이듬해인 2000년 10월에 첫 시행을 보았다. 기초보장제도가 시행되기 전에는 1961년에 제정된 생활보호법이 시행되고 있었는데, 이 생활보호제도는 기본적으로 일제시대의 조선구호령(1944년)을 기본골격으로 하여 보호대상자 선정에 있어서 인구학적 기준과 부양의무자 기준, 그리고 경제적 기준의 세 가지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근대적 공공부조와는 거리가 먼 구빈법적 성격을 가진 전근대적인 제도였으며, 급여방식 또한 보충급여방식이 아니라 생활보호예산을 보호대상자의 수로 나눈 수치에 기초하여 결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었고 근로능력이 있는 보호대상자에게는 생계비의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는 불완전한 제도였다. 생활보호제도에 대해서는 이 제도가 시행되던 지난 30여년 동안 끊임없이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고 개선책도 수없이 제시되었으나 과거 발전국가시대의 성장위주 정책이 통용되던 시절에 그러한 문제점은 소홀히 취급되기 일쑤였다.
한국경제가 질적인 전환을 겪던 1990년대 중반부터 생활보호제도의 급여방식을 차등급여방식으로 전환하고 부양의무자 기준을 다소 조정하는 등 약간의 개선조짐이 있었으나 이 개선책이 시행되기 전에 경제위기를 맞이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대량실업이 발생하고 빈곤이 심화하면서 기존의 생활보호제도로는 사회적 위기에 대처할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한시적 생활보호 등 과거의 생활보호제도의 틀을 유지한 상태에서 임시방편적인 대책만을 내놓은 채 근본적인 대책마련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1994년 12월부터 국민복지기본선 확보운동을 펼쳤고 그 일환으로 생활보호법 개정운동에 나섰던 참여연대는 경제위기 직후인 1998년 초부터 고실업시대 사회안전망은 곧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라는 기치 하에 생활보호법의 전면개정작업에 돌입하였다. 이러한 작업 끝에 1998년 7월 23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청원안을 국회에 제출하였으나 이 해에는 법안 통과가 무산되었고 이후 1999년 3월 64개 단체와 연대하여 입법운동을 지속한 결과 1999년 8월 12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제206회 임시국회를 통과하였고 곧이어 9월 7일 공포되었다(참여연대, 2004).
기초보장법의 통과과정에서 다소간의 타협이 있었지만 기초보장제도는 과거 30년에 걸쳐 이어져오던 생활보호 시대를 마감하고 공공부조의 새로운 장을 연 획기적인 성과였다. 과거 생활보호제도가 가지고 있던 시혜적인 성격이 상당부분 제거되어 대상자가 수급권을 가진 수급권자로 그리고 정부에 의한 보호가 기초생활의 보장으로 명칭의 변경이 이루어졌고, 또한 과거 생활보호제도가 가지고 있던 대상자 선정기준의 세 가지 기준 중 인구학적 기준이 전면 폐지되었으며, 급여방식이 보충급여방식을 원칙으로 하도록 개선되었고, 주거급여와 긴급급여가 신설되는 등 상당한 변화를 이루었다.
3. 기초보장제도의 현황과 문제점
저소득층의 빈곤완화에 초점을 두는 제도로서의 현행 기초보장제도는, ① 수급자를 선정하기 위한 자격요건으로서 부양의무자 기준과 최저생계비 기준, ② 생활이 어려운 자가 실제로 법이 정한 자격요건에 부합하는가를 판단하기 위한 절차 및 기준, 그리고 ③ 자격요건에 부합한다고 인정된 수급자에 대해 지급할 급여의 종류 및 수준과 방법의 세 가지를 핵심요소로 하고 있다. 기초보장제도는 생활보호제도에 비해서는 분명히 진일보한 제도이지만 이 세 가지 요소와 관련하여 몇 가지 문제점을 아직도 안고 있다.
(1) 기본현황
기초보장법의 수급자를 책정하기 위한 자격요건의 하나인 최저생계비는 2004년 현재 4인 가구 기준 월 105만 5천원이며, 부양의무자는 ‘수급권자의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와 생계를 같이 하는 2촌 이내의 혈족’으로 되어 있다. 이들 부양의무자에 대해서는 그 유무에 더하여 부양의무자가 있는 경우 당해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을 판정하게 되는데 부양능력이 있다고 판정되는 경우는 수급자가 될 수 없다(부양능력 미약자로 판정된 경우는 부양비 산정을 전제로 부양능력이 없다고 판정된다). 기초보장의 수급자가 되기 위해서는 개별가구의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이고(경제적 기준의 충족)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다고 판정되어야 한다(부양의무자 기준의 충족). 경제적 기준과 부양의무자 기준을 동시에 충족시켜 수급자가 된 경우에는 생계급여, 주거급여 등 7종의 급여를 받을 수 있다.
<표 1> 4인 가구 최저생계비와 수급권자의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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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보장제도의 수급자는 제도 시행 첫 해인 2000년 10월 약 148만 9천명이었다가 그 후 2002년까지 감소하다가 2003년부터 다시 소폭 증가하기 시작하여 2004년 전반기 현재는 약 138만 8천명에 이르고 있다.
(2) 기초보장제도의 문제점
① 최저생계비의 문제점
최저생계비는 국민의 소득?지출수준과 수급권자의 가구유형 등 생활실태,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여 보건복지부 장관이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 결정, 매년 9월 1일 공표하며(법 제6조 제1항 및 제2항), 그 결정을 위한 계측조사를 3년마다 실시하도록(제3항) 규정되어 있다.
<표 2> 최저생계비와 평균가계지출?소비지출?근로자가구소득과의 비교 (단위: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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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저생계비를 결정하기 위해 국민의 소득 지출수준, 생활실태, 물가상승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계측조사 때만으로 한정되며 계측조사 결과 산출된 최저생계비를 직후연도에 적용하거나 비계측연도의 최저생계비를 결정할 때에는 단지 물가상승률만을 고려해 왔다. 특히 비계측연도의 최저생계비를 물가상승률만 고려하여 조정한 결과 현행 최저생계비는 법에 규정된 국민의 소득?지출수준과 그 격차가 점차 벌어져 1999년도 계측된 최저생계비는 동년도 일반가구 가계지출의 48.7%에 해당하였으나 2004년도 최저생계비는 일반가구 가계지출의 38.1% 수준으로까지 하락하게 되었다.
연구자와 연구기관에 따라 다소간의 편차는 있으나 2000년 이후 빈곤율은 7.4%부터 10%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는 빈곤이 점차 심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러한 빈곤율 심화와 달리 기초보장법의 수급자는 2000년 10월에 148만 9천명에서 2004년에는 138만 8천명으로 약 10만명 가량이 감소한 상태이며(<표 1> 참조), 이는 제도시행 후 지금까지 연평균 1.56%씩 수급자가 감소하였음을 의미한다.
<표 3> 수급자 탈락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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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2003년)에 의하면 수급자에서 탈락한 가구 중 소득인정액 기준으로 인해 탈락한 가구가 전체의 44.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으며(<표 3> 참조) 이에는 비현실적인 최저생계비 수준도 한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 현행 최저생계비는 지역별 물가수준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또 가구균등화 지수의 불합리함으로 인해 1인 가구와 2인 가구 등 가구규모가 작은 가구에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적용되는 등의 문제점도 안고 있다(허선, 2004). 특히 빈곤층에서는 가구규모가 작은 가구의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가구균등화 지수의 불합리함은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들은 현행 기초보장제도가 빈곤심화의 흐름에 대응하고 공공부조의 사각지대를 해소함으로써 수행할 수 있는 빈곤완화라는 최후의 안전망 기능을 적절히 수행하고 있지 못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② 부양의무자기준의 문제점
현재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비수급 빈곤층이라는 기초보장제도의 사각지대는 비현실적인 부양의무자 기준에 기인한 바 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기초보장 수급자에서 탈락한 가구 중 약 1/4이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탈락한 것으로 나타났다(<표 3> 참조). 또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기획단의 2000년도 조사에 의하면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탈락한 가구 중 실제로 부양을 받고 있는 가구는 39.2%에 불과하며, 나머지 60.8%는 실제로 부양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03).
2004년 3월 개정된 기초보장법에서는 부양의무자 범위를 다소 축소하였으나(수급권자의 1촌의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여전히 ‘생계를 같이 하는 2촌 이내의 혈족’을 존속시키고 또한 개정된 부양의무자 범위의 시행시기를 2005년 7월로 규정하여 여전히 한계를 안고 있다. 또한, 현행 부양의무자 범위는 부양의무관계에 있는 가족성원 간의 부양의무의 중요도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데에 더 큰 문제가 있다. 부모가 미성년자녀에 대해 갖는 부양의무와 배우자가 서로에 대해 갖는 부양의무는 절대적인 부양의무이면서 동시에 생활유지적 부양의무(피부양자에게 본인과 동일한 생활수준을 유지시켜야 하는 부양의무)이며, 성인자녀가 부모에 대해 갖는 부양의무는 절대적인 부양의무이기는 하나 생활부조적 부양의무(부양의무자의 생활수준을 희생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생활필요비만 지급하는 부양의무)이고,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원 간의 부양의무는 상대적이면서 생활부조적 부양의무이다. 현행 기초보장법은 부양의무자 범위에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에 더해 2촌 이내의 동거혈족까지 포함시키고 이 기준에 따라 수급자의 탈락여부를 판단토록 함으로써 부양의무관계의 중요도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물론, 부양능력판정에서 부양능력미약 구간을 설정하고 이에서 부양의무자와 수급권자 간의 혈연적 거리에 따라 부양비 차등부과를 하도록 함으로써 부양의무의 중요도를 다소 고려하고는 있으나 충분치는 않다.
현행 기초보장법에서 부양능력판정은 부양의무자의 실제소득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고려하여 이루어지도록 되어 있는데, 부양의무자 가구의 실제 소득이 수급자 가구의 최저생계비(A)와 부양의무자 가구의 최저생계비(B)의 합의 120%를 넘고, 부양의무자 가구의 재산의 소득환산액이 (A+B)의 42%를 넘으면 부양능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그림 1> 부양능력 판정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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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수급자 가구가 1인 가구이고 이 수급자의 부양의무자가 1인 가구인 경우 당해 부양의무자의 실제 소득이 88만 4천원을 넘으면 이 부양의무자는 부양능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 수급자 가구는 탈락하게 된다. 결국 현행 부양능력판정기준은 상당히 낮은 편인데, 실제로 한 조사(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03)에 의하면 현재의 부양의무자 부양능력판정기준을 적용할 때 부양의무자가 부양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정될 수 있는 가구는 전체 조사대상가구의 절반을 조금 넘는 5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처럼 부양능력판정기준이 지나치게 낮음으로 인해 중하위계층 정도의 소득을 가진 부양의무자의 경우 부양의무이행으로 인해 차상위계층 내지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으며, 따라서 빈곤완화를 위한 기초보장제도가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오히려 빈곤층이 양산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현행 기초보장법에서의 부양의무자 개념은 모순되는 면도 가지고 있다. 현재 기초보장법은 ‘이 법에 의한 급여는 세대를 단위로 행하’도록 규정하고(법 제4조 제3항) 수급자를 선정하는데 필요한 소득인정액도 개별가구를 단위로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어(법 제2조 제7호), 수급단위와 조사단위가 가구(세대)임을 전제하고 있다. 반면에 실제로 급여를 받을 권리와 급여를 받는 자는 개인으로 설정되어 있으며(수급권자, 수급자), 이에 따라 부양의무자 범위도 수급단위이자 조사단위인 개별가구에 속하면서 수급권을 가진 개개인에 대해 설정되도록 규정하고 있다(법 제2조 제5호)(김수정, 2003). 권리의 주체는 개인이어야 하므로 수급권리를 갖는 주체가 기초보장법에서도 개인인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수급권을 갖는 개인과 이 개인이 속한 개별가구, 그리고 개별가구에 속한 개개인에 대해 설정되는 부양의무자 간의 관계는 현행 법에서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다. 현행 법에 의하면 부양의무자가 개별가구에 속하는 개개인에 대해 설정되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보면 부양의무자의 범위는 개별가구에 속한 개개인의 성격에 따라 상당정도로 넓게 확장될 가능성을 언제나 내포하고 있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에 대한 조사에서 현행 부양의무자 범위가 넓다는 응답이 79.3%(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03)로 나오고 있는데 이에는 부양의무자가 수급자 개개인에 대해 설정되는 현행 법 구조도 큰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부양의무자 범위의 확산가능성을 내포한 반면 부양의무자 설정에서는 모순되는 규정을 가지고 있다. 현행 법의 부양의무자 개념에 따르면 엄밀히 말해 수급권자의 배우자는 부양의무자에 포함되지 않으며(법 제2조 제5호에 수급권자의 배우자는 명시되어 있지 않음) 또한 {2004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안내}(이하 {안내})에 규정된 부양의무자 기준에 의하면 혈족의 배우자는 부양의무자에 포함되지만 배우자의 혈족은 부양의무자에 포함되지 않는다(김수정, 2003). 하지만, {안내}의 여러 부분과 현행 법 집행에서는 배우자의 혈족도 부양의무자에 포함되는 것으로 전제되고 있다. 이는 부양의무자가 개별가구에 속한 개개인에 대해 설정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배우자가 수급권자이므로 수급권자를 기준으로 볼 때 배우자의 혈족은 배우자의 부양의무자에 포함된다)(김수정, 2003). 이처럼 부양의무자가 가족원 개개인에 대해 설정됨으로 인해 생활유지적 부양의무와 생활부조적 부양의무의 구분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 부양능력판정에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또한, 현행 기초보장법에는 수급단위와 조사단위가 세대 혹은 개별가구라고 해당 조항에서 밝히고 있을 뿐 부양의무관계에 있는 가족원들이 서로 어떤 관계로 생활을 하고 있어야 동일한 수급단위로 간주될 수 있는지에 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며 다만, {안내}에 이에 관련된 규정이 보장가구를 정의하면서 제시되어 있을 뿐이다(그러나 보장가구라는 용어는 {안내}에만 나오는 용어이며 법령에는 나오지 않고 법에는 개별가구라는 용어만 있는데(법 제2조 제7호 제9호) 이는 보장가구와 동일한 개념인 것으로 보인다).
③ 간주부양비의 문제점
현재 기초보장제도는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을 부양능력 있음과 부양능력 미약, 부양능력 없음의 3단계로 판정하고 있는데, 부양능력 미약으로 판정된 경우에는 부양비의 산정을 전제로 부양능력 없음으로 판정한다. 이 경우 산정된 부양비(간주부양비)는 수급권자 가구의 소득인정액으로 산정된다.
그런데 이 간주부양비는 매우 자의적인 개념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수급자에서 탈락한 가구의 60.8%는 실제로 부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03). 게다가 간주부양비의 산정대상에는 현행 법령과 {안내}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배우자의 혈족까지도 포함되어 있다. 부양의무를 가진 가족원들이 서로 부양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겠으나 가족간의 유대관계 약화가 빈곤의 원인이자 결과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제 부양의무를 이행하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실사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양의무자의 소득수준만을 보고 부양비를 전제하는 것은 빈곤자에 대한 국가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하는 부당한 처사이다. 간주부양비보다는 실제 부양여부와 부양정도에 따라 그 부양비를 사적이전소득으로 간주하는 방식을 채택해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실제부양정도에 관한 기준이 법에 제시되지 않는 경우 실제부양정도를 보아 부양비를 사적이전소득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펴는 사람들은 부양의무가 전혀 없는 타인의 이전소득을 산정하는 경우에도 그 구체적 기준은 현행 법령 어디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수용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부양의무가 전혀 없는 타인의 도움도 이전소득으로 산정하는 마당에 부양의무관계에 있는 가족원이 실제 행하는 부양의무의 산정을 구체적 기준이 제시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④ 소득평가액의 문제점
현재 기초보장제도에서는 경제적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소득인정액이 사용되며 소득인정액은 소득평가액과 재산의 소득환산액 두 가지로 구성된다. 이 중 소득평가액을 산정할 때에는 가구특성에 따른 지출요인과 근로를 유인하기 위한 요소 등을 반영토록 규정하고(법 제2조 제8호) 이에 근거하여 장애인의 직업재활사업 참여소득, 공공근로 및 자활공동체 참여 소득, 학생의 근로소득의 30%를 일률적으로 공제하도록 하고 있다(시행규칙 제2조 제6호 제9호). 그런데, 근로소득공제는 근로유인의 목적을 가진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는 근로로 인한 소득을 획득하는 데 드는 기본경비를 감안한 조치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장애인의 근로소득과 비장애인의 근로소득을 동일한 비율로 고려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한, 근로소득공제의 본래 목적인 근로유인의 제공을 위해서는 일반노동시장에 참여하여 획득한 근로소득에도 공제가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⑤ 재산의 소득환산액의 문제점
소득인정액 제도에서 가장 논란이 큰 부분이 바로 재산의 소득환산액이다. 재산의 소득환산액은 기본공제액과 환산율의 두 가지 개념을 핵심으로 하는데, 이 두 가지 개념의 수치는 최저생활보장이라는 원칙과 보충성 원칙의 절충이라는 기준에 의해 정해진 것이기는 하지만 설정된 절충점이 타당한 근거를 가진 것인가는 언제나 의문의 대상이다. 특히, 기초보장법에는 재산의 소득환산액과 관련된 기본공제액의 결정에 관련된 어떠한 기준도 제시되어 있지 않으며 재산의 소득환산에 관한 구체적 지침의 설정을 위임받은 보건복지부령에도 기본공제액과 관련해서는 ‘기초생활의 유지에 필요하다고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기본재산액'(시행규칙 제4조 제1호 ‘가’목)과 ‘임대보증금 및 금융기관 융자금 그 밖에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부채'(시행규칙 제4조 제1호 ‘나’목)라는 규정이 있을 뿐 기본공제액 결정에 관한 명확한 기준은 제시되어 있지 않고, 환산율과 관련해서는 ‘이자율, 물가상승율, 부동산 및 전세가격상승률 등을 고려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한다’고 규정되어(시행규칙 제4조 제2항) 몇 가지 고려요소가 제시되어 있기는 하지만 재산의 소득환산제가 놓여 있는 최저생활보장의 원칙과 보충성 원칙 간의 상충을 해결할 원칙에 관련된 기준은 제시되어 있지 않다. 기본공제액과 환산율의 산정방식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 위임되어 있는데 그간 이 위원회의 결정과 관련하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현재의 소득환산율은 지나치게 높게 설정되어 있다. 현재 일반재산의 환산율은 월 4.17%인데 이는 기본공제액을 제외한 재산을 2년 동안 균등 처분한다는 것을 가정한 것이며, 금융재산 환산율 월 6.26%(일반재산 환산율의 1.5배)는 금융재산 공제항목 공제 후 잔여금융재산을 1년 4개월 동안 균등 처분한다는 것을 전제한 것이다. 환산제도를 유지하는 한 환산제도는 보충성의 원리에 비추어 볼 때 그 타당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으나 현재와 같이 환산율이 지나치게 높게 설정된 것은 문제이다. 현실적으로 재산을 24개월 혹은 16개월 동안 균등 처분하는 저소득층은 발견하기 어려우며, 재산의 처분을 전제로 매월 균등한 소득이 발생한다고 가정하여 이를 소득인정액에 포함시키는 것은 수급자의 자활을 조성한다는 입법목적에 비추어서도 불합리한 점이 있다. 환산율은 이자율과는 다르지만 금융재산의 경우 원금을 그대로 균등 처분하라는 것은 수급자의 입장에서는 일정액 이상은 저축을 하지 말라는 금지와 동일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고(실제로 수급자들은 금융소득 공제수준 이상의 저축에 대해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다) 또 금융재산은 일정기간의 축적이 경과해야만 효력을 발생하는 것인데도 이를 무시하고 원금의 균등처분을 가정하는 것은 금융재산의 축적을 통한 자활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면도 있다. 게다가 금융재산은 공제항목에 관계없이 그 이자소득을 이미 소득평가액으로 산정함에도 불구하고 그 원금을 다시 환산율을 기초로 소득인정액에 포함시키는 것은 이중계산의 소지도 있다(이중계산의 문제는 일반재산의 경우 농지에도 적용될 수 있다). 현재 소득환산율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근거는 누구라도 자신있게 제시할 수 없으나 현행 환산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인정되고 있는 바이다(일반재산 환산율 4.17%는 이자율로 따질 경우 1년에 50%에 해당하는 수준임). 또한, 현재 승용차에 대해서는 월 100%의 환산율을 정하고 있는데 이는 국민의 정서를 감안한 것이나 국민의 정서를 고려한다 하더라도 승용차 중고시가를 그대로 월소득으로 환산하는 것은 지나치게 부당한 처사이다. 승용차의 경우는 당해 승용차를 유지 운행하는 데 드는 최소비용을 산출하여 이 금액만 소득인정액으로 산정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재산의 소득환산제와 관련해서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 뿐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합의된 기준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는 그 기준을 객관적으로 마련하려는 노력에도 소극적이다. 재산의 소득환산제의 합리적 시행을 위해서는 저소득층 전반의 재산분포상황 등에 관한 공신력있는 자료의 확보에 노력해야 할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재산의 소득환산제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까지 병행해야 할 것이다.
⑥ 급여의 문제점
현재 기초보장제도의 급여는 수급자격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모든 급여가 주어지고 수급자격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모든 급여가 일시에 중단되는 일몰적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일몰적 급여방식이 가는 문제점에 대해 특례제도를 통해 임시방편적인 해결책을 내놓고 있는데, 이러한 해결책은 다양한 특례제도로 인해 제도를 복잡하게 만들며 그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일몰적 급여방식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초보장제도의 급여를 현금급여 중심으로 가져갈 것이 아니라 현물급여 중심으로 가져가는 개선책을 꾸준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의료와 교육, 주거의 사회적 보장수준을 점차적으로 확대하여 차상위계층으로까지 그 혜택을 넓히고 점차 저소득층 전체에 대해 사회적 의료와 교육, 주거 혜택이 주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차상위계층에 대해 교육비나 주거비, 의료비 등을 경감할 수 있도록 이 부문에서의 현물급여를 확대하는 것은 빈곤예방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기초보장법 자체의 부담을 줄이고 나아가 빈곤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경감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4. 나가는 말
기초보장제도는 우리나라 공공부조의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중요한 진전이지만 본문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은 제도이다. 기초보장제도 자체의 개선과 관련해서는 최저생계비와 급여기준의 관계, 부양의무자 기준, 소득인정액 제도와 그에 포함된 재산의 소득환산제의 문제, 보충급여방식의 보완문제, 현물급여의 확대문제 등이 중요한 문제이며, 앞으로도 많은 논란이 있을 것이며 따라서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하는 쟁점들이다. 이 쟁점들은 결국 최저생활보장과 보충성 원칙 간의 조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 가족을 어떻게 볼 것인가, 노동을 어떻게 볼 것인가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와 연결된다. 그리고 이런 점에서 기초보장제도 개선의 문제는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사회양극화와 그로 인한 신빈곤의 문제와 연결된다. 사회양극화와 신빈곤의 문제는 기초보장제도 하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우리 사회에 구축되어 있는 사회안전망 전체의 문제이며 동시에 우리 사회 전반의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 사회보험을 비롯하여 사회복지서비스와 보건?고용?주택 등 관련제도를 포함하여 기초보장을 중심으로 한 공공부조의 전반적인 역할에 관련된 사회적 합의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히 필요하며 이러한 사회적 합의의 토대 위에서 공공부조가 자리매김될 때 기초보장제도의 위상도 제대로 정립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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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4년 10월호(제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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