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사태로 생각하는 노동과 복지
박래군 |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서울 시청 건너편 대한문 앞에는 세상에서 가장 초라한 분향소가 서 있는데 이제는 유명인사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야당 국회의원만이 아니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경기도지사까지 방문했다. 심지어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으로 널리 알려진 미국의 마이클 센델조차 한국을 들른 길에 이곳을 방문했다. 국제사회의 진보적인 인사들이 쌍용자동차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문제로 김진숙 씨가 85호 크레인에 올라간 것에 연대하던 그런 분위기가 대한문을 중심으로 번져가고 있다. 대한문 앞 분향소를 처음 세웠던 4월초에는 천에 22명의 얼굴 없는 영정을 그려 넣은 것조차 담벼락에 설치도 못하게 막았던 경찰이다. 분향소를 세워내기까지 매일 경찰에 노동자들과 연대하러 온 시민들이 연행되고는 했으며, 이후에도 몇 번이나 뜯겨나갔던 분향소이기도 하다. 그곳에 사람들이 매일 찾아와 분향을 하고 자신들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바로 쌍용자동차에서 해고된 뒤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22명이나 죽은 뒤에 세워진 분향소다. 우리 사회 가장 끔찍한 죽음을 고발하는 현장이기도 하다. 그 분향소가 세워진 지 벌써 두 달이 지나고 있다. 대한문 앞에서 두 달 넘게 분향소가 세워져 있다는 것은 예전에는 생각조차 할 수 없던 일이다.
그러나 그뿐 이명박 정부가 책임지라는 요구에 사태 해결의 책임을 져야 할 정부나 여당은 일언반구도 없다. 3년 동안 해고된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22명이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또는 스트레스성 돌연사를 한 상황인데도 아무런 대꾸도 없다. 이게 침묵해야 할 일인가.
2009년 이후 22번째 죽음
우리에게 2009년은 끔찍한 기억을 남긴 해였다. 그해 1월 20일, 서울 용산 남일당에 망루를 짓고 올라가 자신들의 생존권을 주장하던 철거민들을 정부는 경찰을 동원해 잔인한게 진압하는 과정에서 5명의 철거민과 1명의 경찰을 죽게 만들었다. “여기 사람이 있다”며 외치던 철거민들에게 가해진 것은 공권력의 잔인한 탄압이었다.
그리고 그해 5월 대규모의 정리해고에 맞서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은 공장점거 파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공장점거 옥쇄파업은 경찰의 특공대를 투입한 강경진압과 회사의 구사대와 용역을 앞세운 탄압 끝에 77일 만에 막을 내렸다. 경찰은 용산 때처럼 대형 컨테이너 박스에 경찰 특공대를 실어서 공장 옥상에 투입하였고, 옥상에 올라간 경찰들은 노동자들을 개 패듯이 두들겨 팼다. 회사는 단전단수로 노동자들의 목을 죄었다. 음식물과 의약품의 반입조차 막았고, 용역들은 쇠 볼트를 발사하는 방법으로 노동자 파업대오를 공격했다. 경찰은 헬기로 최루액을 무차별로 퍼부어댔다.
그해 8월 6일 노동조합은 회사 측과 노사합의를 하고 공장을 나왔고, 그런 뒤 그들은 해고되었다. 희망퇴직자 2020명, 정리해고자 158명, 무급휴직자 468명, 총 2,646명이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나앉았다. 한상균 지부장을 비롯한 노동조합 간부들은 구속되어 실형을 선고받았고 파업에 대한 수백억 원의 민사손해배상도 해야 할 처지다.
파업을 하던 과정에서부터 사람들이 유서도 없이 소리도 한 번 지르지 못하고 죽어갔다.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이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공장 점거 옥쇄파업이 들어간 지 닷새가 지난 2009년 5월, 40대 초반의 엄씨는 정리해고 명단에는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해고되어야 한다는 점에 많이 힘들어하다 스트레스로 인한 뇌출혈로 죽었다. 조합 간부의 아내였던 30대 초반의 박씨는 전화로 “보고 싶으니까 잠깐이라도 왔다가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경찰과 용역이 막고 있어 회사 밖으로 나갈 수 없었던 남편은 끝내 아내가 죽은 뒤에야 장례식장으로 갈 수 있었다. 77일의 파업 기간 중에만 벌써 5명이 죽어갔다.
2010년에 들어와서도 죽음은 끊이지 않았다. 해고 칼바람을 비켜가지 못했던 중증장애인이었던 40세의 황씨는 집 화장실에서 목을 맸고, 36세의 김씨는 차에 연탄불을 피웠다. 조합원의 아내 최씨는 남편에게 보고 싶으니 빨리 들어오라고 독촉을 한 뒤 집에 들어온 남편이 옷을 갈아입는 사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떨어졌다.
2011년 1월, 서씨는 거제도에서 용접일로 근근이 버티고 살다 자가용 안에 연탄불을 피우고 세상을 하직했다. 이혼했던 그의 뒤로 두 아이가 남았다. 무급휴직자 임씨는 잠자다 돌연사했고, 열다섯 번째 희생자인 강씨는 급성심근경색으로 죽었다. 5월 11일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 올라가 있던 김진숙 씨는 “질병으로 15명이 죽어갔다면 원인도 찾고 처방도 찾아내려고 난리가 났을 것이다. 누군가가 15명을 연쇄 살인했다면 온 국민이 나서서 범인을 잡아 법정에 세웠을 것이다. 원인도 알고 범인도 아는 살인에 대한 거대한 묵계.”라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은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가수 박혜경과 방송인 김제동도 나서서 노동자와 그 가족들과 함께 했다. 사람들은 돈도 모으고, 마음도 모았다. 한 동안 죽음의 행렬은 끊어졌다.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은 한진중공업 희망의 버스 투쟁에 연대했고, 재능과 유성기업 노동조합의 투쟁에도 힘을 보탰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한 연대에 그들은 늘 앞장섰다.
2011년 10월부터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았던 이들마저 죽음의 길을 택했다. 희망퇴직 후 대인기피증을 보이던 김씨가 집에서 목을 맸다. 그의 핸드폰에는 자신의 사진 2장과 친구 한 명의 전화번호만 있었다. 19번째 죽음은 정리해고자 아내의 죽음이었다. 그 뒤 ‘희망의 텐트’가, ‘희망 뚜벅이’가 이어졌다.
2012년이 되었다. 1월 20일, 회사의 요청으로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강씨는 재해고된 뒤 심적인 고통을 겪다 심장마비로 죽었다. 그리고 지난 3월 30일 77일의 파업 투쟁을 같이 했던 올해 만 36세의 정리해고자 이 씨는 쌍용자동차 출신이라는 낙인 끝에 일자리를 얻지 못하자 자신이 살던 김포의 임대아파트 23층에서 투신했다.
이렇게 조용히 그들은 죽어갔다. 누구보다 살고 싶었을 그들이었고, 그들의 가족이었을 것이다. 해고 1년 뒤부터 순차적으로 복직시키겠다던 회사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복직의 약속은커녕 블랙리스트를 돌려 해고자들의 전업조차 가로막는 잔인함과 빨갱이라는 손가락질과 냉대가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아갔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억울하다
무엇이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을까? 억울함이었고, 배신감이었고, 절망감이었다. 노동자들은 누구도 자신들이 해고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노동자들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 자신들의 권리와 복지를 상당부분 포기하고, 수당도 포기하고, 자신들의 차를 쌍용자동차 신차로 바꾸어가면서까지 노력했다. 그렇지만 회사 경영이 잘못된 모든 책임을 노동자가 다 뒤집어써야 했다.
이미 법정관리 상태에서 있던 쌍용자동차를 노무현 정부가 상하이기차에 매각할 때부터 예정되었던 일이기도 했다. 노조와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는 쌍용자동차를 기어이 상하이기차에 매각했지만 상하이기차는 전형적인 먹튀자본으로 자본투자는 없이 기술만 곶감 빼먹듯이 빼갔다. 상시적인 구조조정으로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노동자들에게 지급되던 복지혜택을 전면 중단하고, 휴업까지 하더니 상하이기차는 모든 약속을 어기고 2009년 1월 자본을 철수했고, 다시 쌍용자동차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대규모 정리해고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회사의 회계조작 의혹이 최근에 다시 불거지고 있다. 2007년의 회계자료에 의하면 회사의 손상차손이 69억 원에 불과했음에도 2008년 회계자료에는 손상차손이 불과 1년 사이에 5,177억 원으로 폭증된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로서 부채 비율 561%라는 기록적인 부채비율을 보여주고 있지만, 2007년의 기준을 적용하면 부채비율은 불과 187%일 뿐이었다. 의도적인 회계조작의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손상차손의 산정 근거가 되는 건물이나 기계 등이 갑자기 무가치한 것들도 평가되었기 때문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분명 회사는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에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우수한 인력을 인정하고 이들을 안고 가야 한다는 입장을 제출했는데, 갑자기 대규모 정리해고로 입장이 선회하였다는 점이다.
경영상의 이유가 아닌 다른 이유로 쌍용자동차 문제를 대하고 있는 정황을 볼 수 있는 대목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그것은 민간인사찰 건에서도 나타나고 있고, 조현오 전 경찰청장(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경기경찰청장으로 강경진압을 주도했던)이 청와대에 보고하고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다고 한 인터튜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쌍용자동차에서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한 것은 단지 경영상의 이유만이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가 결합되었고, 그것은 강성노조였던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을 깨기 위해서 무리수를 두었던 점이 의심받는 대목이다. 물론 이 대목은 아직은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회계조작 부정과 함께 이후 진상조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해야 할 과제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 진실을 규명해야 할 사안들은 너무도 많다. 그러나 2009년에 있었던 잔인한 공권력의 행사에 의한 학살로까지 표현되는 용산참사와 쌍용자동차 강경진압은 반드시 규명해야 할 과제를 남기고 있다.
쌍용자동차 문제의 보편성과 해결방향
우리 사회에서 쌍용자동차 해고자들만 죽어가는 게 아니다. 1년 동안 산업현장에서 산재로 죽어가는 노동자가 2천5백 명이다. 그리고 생계 문제 등으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1년이면 평균 1만5천 명이나 된다. 그리고 상시적인 정리해고제가 도입된 뒤 매년 10만 명이 정리해고자가 된다. 정규직이 해고되면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락한다. 이미 정부 통계만으로도 비정규직은 6백만 명이나 되고 있다. 정부는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약속을 양질의 일자리를 줄여서 비정규직과 같은 불안정한 일자리로 바꾸거나 일자리 자체를 없애고 있다.
그런 가운데 대선이 가까워오고 있다. 지금은 ‘종북좌파’ 마녀사냥으로 대선의 양상이 바뀌고 있지만, 승자독식의 야만적인 자본주의 체제를 강화해온 한국 사회의 상황에서는 복지국가 논쟁은 비켜갈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사회적 양극화는 심각한 사회불안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표를 얻기 위해서라도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하고, 복지 공약을 내놓아야만 하는 상황을 맞는다. 대선 주자라면 이에 대한 정책들을 제시하지 않고는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에 핵처럼 쌍용자동차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해고는 살인이다.” “함께 살자!”는 그들의 외침을 외면한 가운데 말하는 복지국가는 허구로 공격받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서구의 복지국가는 노동조합의 강력한 지지 속에서 가능했다. 서구에서 노동조합의 조직률은 30~90%까지였다. 하지만 한국의 노동조합률은 10%대를 간신히 유지하다가 2010년에는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아예 노동조합을 만들 꿈조차 꿀 수 없다. 노동배제, 나아가 노동혐오의 사회에서 진정한 사회복지국가가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쌍용자동차 문제는 보편성을 띤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쟁의행위를 하는 것에 대한 가혹한 응징을 가하는 사회에서 국민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들의 지지와 협력을 받지 못하고 복지국가가 성립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래서 시민사회가 나서서 쌍용자동차 문제를 정부가 책임지라고 하는 것이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왜 거리로 내쫓겨야 했는지를 밝히고, 정리해고의 부당성을 드러내는 일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정리해고, 비정규직의 문제를 드러내는 일이고, 그럴 때에야 노동 문제를 제대로 짚고 해결해갈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은 곧 우리 사회가 복지국가로 가는 한 매듭을 풀고 가는 것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분향소는 이 시대의 아픔과 모순을 집약해서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다. 정부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시민사회가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다행히 지난해 홍익대 청소노동자 투쟁,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투쟁 등으로 인해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이제 대한문에서 또 다른 희망의 불씨를 지펴야 한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더 이상 죽지 않도록 당신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자본과 권력이 잘못한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해주자. 더 이상 억울함 때문에 자살을 결심하지 않도록, 그리고 쌍용자동차 정리해고가 해결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을 절망에 빠진 노동자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한문에서부터 연대의 힘을 모을 때다.
* 이 글은 <경향신문>과 <창비주간논평>에 발표한 글을 합쳐서 재구성한 것임을 밝힙니다.
월간 <복지동향> 2012년 6월호(제1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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