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참여연대 청년의 목소리 2025-12-22   130593

[범청년행동] 내란 1년 토론회, 청년 정치 이탈 구조를 분석하다

내란 이후 탄핵 집회 1회 이하 참여한 청년 100인의 목소리,

정치 양극화와 미디어에 지친 청년들에게 안전한 공론장이 필요하다

20251222_범청년행동 내란 1년 청년 정치 이탈 분석 토론회
2025.12.22. 12.3 내란 1년, 범청년행동 연구 토론회 – “청년세대 정치 이탈과 광장 담론의 이면” 현장 사진 <출처=불평등 물어가는 범청년행동>

윤석열 정권의 종식과 새로운 민주주의를 위해 16개 청년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불평등 물어가는 범청년행동>(이하 범청년행동)은 지난 12월 22일(월) 오후 7시, 계절의목소리에서 <12.3 내란 1년, 범청년행동 연구 토론회 – “청년세대 정치 이탈과 광장 담론의 이면”>을 진행했습니다.

지난 3월 28일, 범청년행동은 집회에 1번 참여하거나 1번도 참여하지 않은 2030 청년 100인을 성별, 지역별, 연령별로 섭외해 인터뷰를 진행한 ‘언급되지 않은 청년 100인의 목소리 프로젝트‘의 후속 연구를 위해 연구팀을 구성했고, 연구에는 김선기 국립부경대학교 HK연구교수, 김지선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집행위원, 권하늬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사수료생이 참여했습니다.

내란 이후 광장 참여를 둘러싼 청년 세대 담론, 즉 참여한 이들에 대한 규범적 기대와 참여하지 않은 이들에 대한 낙인화라는 양면적 지형을 문제 삼고, 개인의 정치 행동에 주로 초점을 맞추기보다 청년들이 공통적으로 놓여 있는 정치적 환경과 구조적 조건 속에서 그들의 고민과 목소리를 드러내고자 한 것입니다.

현상 : 청년들이 계엄 이후 어떤 참여 양상과 인식 및 태도를 보였는가?

인터뷰에 참여한 광장 밖 청년들이 가졌던 계엄 이후의 인식과 태도는 다음과 같은 6가지 현상으로 분류할 수 있었습니다. ① 비상 계엄 선포와 같은 정치가 자신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느껴 무관심하고, ②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정치를 잘 모른다고 생각해 입장을 유보하고 검열하며, ③ 정치를 주제로 대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거나 갈등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을 느끼고, ④ 집회에 직접 참여하는 적극적 참여보다 투표 또는 온라인 중심의 소극적 참여를 선호하고, ⑤ 정치 및 정치인‧제도를 신뢰하지 않고 정치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며, ⑥ 정치에 시간을 투자하기 싫어했다는 것입니다.

배경 :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제도적·사회적 구조와 담론적 맥락, 정치적 환경의 조건과 작동은 무엇인가?

이같은 현상을 추동하는 4가지 배경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첫 번째로 정치 양극화로 인한 무력감과 두려움입니다. 참여자들은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 간 상호 이해와 합의를 도출하며 공존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회적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고 생각하며, 이러한 상황이 쉽게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 속에서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점거 폭동과 같은 사건을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의 참극” 으로 인식하며, 사회적 갈등이 “폭력까지 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이념적 양극화’보다 ‘정서적 양극화’로서의 특징을 가지는 한국의 정치적 양극화는 청년의 정치적 이탈을 촉발하는 핵심적 토양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편파적이고 자극적인 미디어 환경입니다. 청년들은 정보 전달의 주체로서 미디어가 본질적으로 편파적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12.3 비상 계엄 선포 당시 관련 정보를 확인할 때 기성 언론과 SNS를 교차적으로 활용했는데, 이후 주요 미디어가 사건을 과도하게 자극적으로 보도하며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켰다고 보았고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정보에 대한 신뢰를 상실해 정치적 사안과 관련된 정보 탐색 행위를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따라 정치적 사안에 대해 관심이 약화되고, 정치 참여가 제약되었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 미래에 대한 부정적 전망과 기성 정치의 무능력입니다. 기후위기, 저출생·고령화, 저성장 등 구조적이고 거시적인 문제들이 중첩된 상황에서 사회적 차원의 정치 대응보다는 개인의 생존과 삶의 안정에 우선으로 관심을 두는 청년들의 답변도 눈에 띄었습니다. 부정적 미래가 충분히 예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성 정치가 이를 적절히 예측하거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 전반에 대한 냉소적 태도가 강화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폐쇄적 정치 구조와 소외감입니다. 청년들의 답변 속에서는 ‘공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시민들의 의견이 닿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폐쇄적 정치 구조 속에서 정치적 행동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효능감이 낮게 나타났습니다. 정치가 청년 이슈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정치적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고, 선거철마다 청년이 반복적으로 호명되지만, 실제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정책적 변화는 체감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사회적 관심과 자원이 수도권에 집중된 구조 역시 청년들의 정치적 소외감을 심화시키고 있었습니다.

이면 : 현상과 배경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심층적 의미를 발견했나?

반면, 현상과 배경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3가지 이면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로 정치를 주제로 한 대화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계엄은 청년들이 정치 중요성을 인지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으며, 정치 및 시사와 관련한 미디어 소비도 크게 늘어나게 했습니다. 스스로 정치 무관심을 언급하는 것과 달리, 인터뷰의 답변을 보면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정치에 대한 지식을 얻고 활용하는 역량이 생각보다 적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광장 밖 청년들에겐 광장과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광장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동료 시민들에게 부채감이나 죄책감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계엄에도 불구하고 평화롭게 상황을 바꾸어 낸 시민력과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해 생각보다 긍정적으로 응답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정당 정치에 담기지 않는 문화정치적 실천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도 정치 및 정당 정치와 밀접히 연결된 시민적 실천으로부터는 이탈되어 있으나, 그 바깥에서 정책이나 시민사회 경로로 개인적 실천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후원, 기부, 청원, 서명, 정책 참여, 유튜브 댓글에 ‘좋아요’ 누르기 등 일반적으로 정치적 의사 표현이라 볼 수 있는 행위 뿐 아니라 다른 관점을 공부하기, 생활 속 관심 주제에 대화를 나누는 소모임 만들기,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아마추어 공연 활동 하기, 직업 활동 안에서 사회적 가치 찾기 등 여러 방식으로 실천을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한계 : 정치적 이탈이라는 공통점을 넘어, 청년 세대 내 이질성과 맥락 분석도 필요

연구팀은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청년들이 ‘탈정치화’되어 있느냐는 별개로 보아야 하고, ‘정치적 무관심’과도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지금 한국 청년 세대는 ‘정치적 이탈’로서 설명할 수 있고, 나아가 단순히 특정 세대의 특징이나 정치적 무관심으로 설명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니라 현 한국 사회의 구조와 현실 그리고 이에 대한 청년들의 평가와 판단, 대응이 반영된 결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과로서 청년 세대의 ‘정치적 이탈’이라는 외피는 공유하지만, 동일한 질적 양상을 보이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짚으며, 공통점이 있음에도 분화하는 청년세대 내의 이질성과 그 맥락이 깊이 분석되어야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20251222_범청년행동 내란 1년 청년 정치 이탈 분석 토론회
2025.12.22. 12.3 내란 1년, 범청년행동 연구 토론회 – “청년세대 정치 이탈과 광장 담론의 이면” 현장 사진 <출처=불평등 물어가는 범청년행동>

정치 양극화와 미디어에 지친 청년들에게 안전한 공론장이 필요하다

이같은 발표를 들은 세 명의 토론자들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각자 만나거나 겪었던 광장 밖 청년들을 떠올리며 입을 모아 공론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첫 번째 토론에 나선 이재정 불평등 물어가는 범청년행동 공동대표는 “인터뷰에 참여한 청년들은 계엄과 정치가 자신의 일상과는 무관하다 했는데, 그렇다면 청년들이 말하는 ‘일상’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했습니다. “그 일상이 각자 도생의 삶이고, 스스로가 온전히 책임져야만 하는 삶이라면 돌아가자고 하는게 맞을까”하는 의문이었습니다.

이는 “청년들의 광장과 민주주의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어떻게 지속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를 위해 “향후 양당 중심의 제도 정치, 기성세대가 포섭하지 못하는 목소리에 주목하고 누락된 목소리를 복원하는 역할이 범청년행동을 비롯한 시민사회의 역할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더해 “온·오프라인에서 이어져 온 참여의 경험이 적극적 참여로 이어지는 동력이 되었음을 떠올려볼 때, 일상의 공간에서 작은 실천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거대한 위기 앞에서 힘을 모을 수 있겠다. 이를 위해 청년과 사회가 상호간에 미치는 영향과 운동적 대안을 후속 논의했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토론을 맡은 정서원 부산청년들 대표는 비상 계엄 이후 “지역으로 갈수록 수도권보다 중앙 정치와 물리적 거리 뿐만 아니라 심리적 거리 또한 멀어지고, 감각하기 쉽지 않아 현장 속 청년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려워 지역 격차를 실감했다”고 회상했습니다. 이어 “우리 세대 내에서도 정치적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 ‘넌 보수야’, ‘넌 진보야’, 또는 ‘넌 이재명이야’ 등 손쉽게 라벨링되어 자연스럽게 밝히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토론을 통해 의견이 달라질 수 있다는 현상조차 외면받고 대화를 주저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나 가능성도 보았습니다.“청년 참여의 장은 열렸지만, 교육과 시간 등 충분히 과정은 보장되지 않고 있다. 청년들에게 너무나 빠른 해답을 요구하고, 판단하다보니 참여를 주저하게 되는 것도 현실” 이라며, 이번 100인 인터뷰에 인터뷰어로 직접 참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인터뷰를 하며 우리가 이런 대화를 시도한다는 것이 유의미함을 확인했다. 이 유의미함을 증명할 수 있는 자리를 계속해서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태환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공동운영위원장은 광장 국면에 들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청년 남성들이 도대체 어디로 갔는가?’였다며, 여성 청년과 남성 청년 각각 일상의 문제를 정치적 문제로 연결짓는 과정에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성 청년들은 강남 여성 혐오 살인 사건, N번방 딥페이크 교제 폭력, 나아가 일상적 공간이었던 길거리와 화장실, 온라인 커뮤니티 속에서의 불안을 연대와 운동으로 대응해왔다. 반면, 남성들은 생존과 같은 실존적 위협을 덜 느끼기도 하지만 군대, 취업, 결혼과 같은 ‘K-타임라인’을 겪으면서도 해결 방법을 정치적으로 인식하지 못해왔다”는 것입니다.

“일상의 문제를 정치와 연결시키지 못하게 되면서 기성 정치에 대한 실망감과 무기력이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언론에 대한 피로감이 주요 원인으로 작동해 여성 혐오팔이 또는 갈라치기하는 정치인들이 등장했다. 이같은 배경으로 정치적 이탈이라고 하는 시대적 또는 세대적 흐름으로 나타난 듯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정치 이슈를 대단히 냉소적으로, 빠르게 소비하는 문화가 매우 문제적인데 이 문화가 지속되는 이상 청년 세대의 정치적 이탈은 훨씬 더 가속화될거라 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청년 남성을 불러내어 공론장에서 만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이후 플로어에서는 광장 안팎의 경험과 청년 세대에 대한 단상 등 다양한 경험 나눔과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연구를 진행한 김선기 연구교수는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일상과 미래의 의미에 대한 고민을 이어 최종 연구자료로 만나뵙길 기대하겠다”며 토론회를 마무리했습니다. 향후 연구팀의 최종 연구자료는 논문으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불평등 물어가는 범청년행동 또한 청년 세대의 목소리를 듣고, 대변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을 이어가고자 하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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