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26년 05-06월 2026-05-06   43137

[활동가의 리뷰] 프로젝트 헤일메리

김봄빛나래 권력감시국 활동가

* 이 글은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주요 장면과 결말에 대한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음

‘헤일메리Hail Mary’는 미식축구에서 경기 종료 직전, 역전을 노리며 이판사판 심정으로 던지는 확률 낮은 긴 패스를 말한다.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우주 미생물 ‘아스트로파지’로 인해 태양이 식어가는 절체절명 위기에서, 지구와 인류를 살릴 마지막 희망을 품고 우주로 공(헤일메리 호)을 쏘아 올리며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나는 이 SF영화의 주제가 ‘연대’라고 말하고 싶다.
영화의 첫 번째 반전은 주인공 그레이스가 인류를 구하겠다 자원한 영웅이 아니란 것이다. 그는 살고 싶은 마음에 임무를 거절하고 도망쳤던 평범한 사람이다. “가족도, 키우는 개도 없지 않냐”라는 강압적 요구 끝에 마취제를 맞고 강제로 우주선에 태워진 희생자였다. 공공의 이익을 이유로 개인의 희생은 어디까지 감내하라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황량한 우주에서 조우한 외계 생명체 로키의 존재가 더 소중하게 다가왔다. 외모도, 언어도, 숨 쉴 수 있는 공기도 다르지만 죽어가는 각자의 행성을 살리기 위해 우주로 나오게 된 두 주인공은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문화를 존중하며 연결된다. 지구는 그레이스에게 희생을 강요했지만, 로키는 행성으로의 복귀를 6년이나 늦추며 그레이스가 지구로 돌아갈 연료를 기꺼이 나눠준다.

홀로 고립과 죽음의 공포를 삼켰던 그레이스는 ‘반드시 집에 보내주겠다’는 로키의 다짐에 ‘살고 싶었다’고 눈물로 고백한다. 물리적으로 닿을 수 없는 투명한 벽을 사이에 두고 포옹하는 둘의 모습을 보면서, 그 포옹이 공공의 이익이라는 이름으로 소외됐던 그레이스의 삶이 처음으로 온전히 존중받는 순간임을 알았다.

두 번째 반전은 그럼에도 그레이스가 지구에 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니, 안 갔다는 것이 더 맞겠다. 두 행성을 살릴 미생물 ‘타우메바’가 로키 우주선 소재까지 침투할 수 있게 진화한 사실을 알아차린 그레이스는, 타우메바와 연구 데이터를 무인 탐사선에 실어 지구로 보내고 로키를 구하러 간다. 강제로 태워진 그레이스가 스스로 동지를 지키기 위해 항로를 바꾼 순간, 자발적 연대가 강요된 희생과 선명하게 대비된다. 이후 로키의 행성에서 과학 선생님으로 살아가는 그레이스를 보며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했다. 스스로 선택한 연대를 통해 소중한 존재를 지켜낸 주체가 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헤일메리’의 뜻을 곱씹어본다. 그레이스와 로키, 둘 다 죽어가는 행성을 살리기 위해 무작정 던져진 공이었다. 두 공은 서로를 받아줬다. 던져진 존재들이 서로의 헤일메리가 되어준 것이다. 절망 속에 던져진 이들에게 결국 필요한 것은, 서로를 기꺼이 받아줄 연대가 아닐까.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