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재정개혁센터 조세정의 2026-01-22   26912

[논평] 코스피 5000, 이제는 금융과세 정상화 논의 시작해야

주식시장 호황 뒤에 숨은 금융과세 공백, 더이상 방치해선 안 돼
“지금은 아니다”는 지나, 금투세 등 금융과세 로드맵 제시해야

오늘(1/22)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 5000선을 돌파했다. 그동안 주식시장 상황을 이유로 금융과세 정상화를 미뤄왔던 정치권의 핑계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 2024년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폐지 당시 정치권의 논리는 분명했다. 금투세 도입의 타당성을 부정할 명분이 없으니 “지금은 아니다”라며 시장 침체 국면에서의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금융투자로 얻은 소득에 대한 과세를 유예한 것이었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당대표 시절 “원칙과 가치에 따르면 강행하는 것이 맞지만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고, 주식투자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 폐지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같은 논리가 반복되었다. 자본시장 밸류업에 집중하자며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을 민주당이 주도해 나가자”는 입장과 함께, 금투세에 대해서는 “충분한 여건을 갖추었을 때 제대로 보완해서 시행해야 한다”는 조건부 유예론이 제시되었다. 또한, “언젠가는 선진국 증시처럼 증시 체제를 양도세 체제로 가는 게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며 “코스피가 3000대 위로 안착하고 4000대를 가게 되면 시장 참여자들도 기꺼이 새로운 세금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공개적으로 나왔다.

즉, 금투세 폐지는 제도가 틀려서가 아니라 ‘시장 상황’과 ‘여건’을 이유로 한 정치적 선택이었다. 시장 여건이 개선되면 다시 도입 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는 조건이 전제되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주식시장은 당시와 분명히 다른 국면에 들어섰다. 지수는 빠르게 상승했고, 외국인 순매수와 시가총액 확대, 개인투자 참여 확대 등 주식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한 정책의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치권 스스로 제시했던 ‘여건’이 충족된 것이다.

이제 우리 주식시장은 활성화 국면을 넘어 제도적 정상화를 논의할 단계에 들어섰다. 참여연대는 코스피 5000을 돌파한 지금이야말로 공평과세의 원칙을 확립하고, 주식시장의 건강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금융과세 정상화 논의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금투세 폐지 이후 금융과세 체계는 오히려 더 복잡하고 불공정한 모습이 되었다. 금투세가 폐지된 이후에도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같은 감세만 논의되며, 금융과세 전반에 대한 종합적 검토는 사실상 실종되었다. 그 결과 종합과세를 원칙으로 하는 소득세 체계는 훼손됐고, 공정과세의 원칙은 후퇴했다.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도 윤석열 정부가 상향한 50억 원 기준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주식 양도차익에 세금을 내는 대상은 전체 투자자의 0.004%에 불과한 초고액 자산가로 국한되고 있다.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겠다며 배당소득은 분리과세로 우대하고 주식 양도차익 과세는 극히 소수에게만 적용되는 왜곡된 과세 구조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금투세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의 기본 원칙을 금융 투자 분야에 적용하여, 펀드·주식·채권 등 다양한 금융상품 간 불합리한 과세 체계를 정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였다. 이를 폐지한 명분이 시장 상황이었다면, 시장이 활기를 넘어 과열 신호를 보이는 지금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은 금투세 도입을 포함해 금융과세 체계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주식시장 급등을 ‘성장’으로만 해석하고 제도적 대응을 미룰 경우, 그 대가는 결국 사회 전체가 치르게 된다는 점을 대만 사례가 보여준다. 1980년대 후반 대만 증시는 과열 국면에 진입해 있었다. 투기적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시장은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자 대만 정부는 1988년 9월, 상장 주식에 대한 과세를 1989년부터 시행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하지만, 거품이 이미 임계점에 도달한 뒤의 지연된 대응에 불과했다.

1989년 대만은 주가지수가 2년 반 만에 10배 급등하고, 상장기업 수는 188개에 불과한데 증권사 수는 400개를 넘을 정도로 시장이 과열되었다. 모든 계층이 주식 투자에 몰두하며 사회 전체가 일종의 카지노로 변모했다. 대만은 시장 과열을 제어할 제도적 장치를 제때 마련하지 못했고, 결국 급격한 시장 붕괴를 겪었다. 대만의 실패 원인은 금투세 도입이 아니라, 거품이 터지기 직전까지 아무런 통제장치 없이 자산가격 급등을 방치한 ‘정치적 무능’에 있었다.

정부와 국회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코스피 5000을 감세의 성과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 금투세 재도입과 대주주 기준 정상화, 배당소득 과세 원칙 회복을 포함한 금융과세 정상화 로드맵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지금이 바로 “지금은 아니다”라고 미뤄왔던 금융시장 과세를 정상화 할 때다. 소득이 없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는 거래세 체계를 종식하고, 양도차익에 과세하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라야 한다. 더이상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핑계로 내세워서는 안된다. 언제까지 ‘과세하지 않음’을 시장 활성화의 수단으로 삼을 것인가.

논평 [원문보기/다운로드]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