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하급심 판결문 공개, 2년 유예 말고 조속히 시행돼야

국민의 알권리 보장·사법신뢰 회복 위한 최소한의 조치

법원은 판결문 무상제공 조속히 시행해야

어제(12/10)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형사재판 하급심 판결문 공개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하급심 판결문 공개는 사법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고 사법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기본적 조치 중 하나이다. 그런 측면에서 2년 시행유예는 미흡한 조치이다. 본회의에서는 하급심 판결문 공개가 보다 조속히 시행되도록 수정되어 처리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시민은 확정되지 않은 사건의 판결서를 볼 수 없어 재판 과정을 검증하기 어려웠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기 힘든 당사자 시민들은 최신 하급심 판례에 접근하지 못해 효율적인 변론과 방어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왔다. 이번 개정안은 헌법이 재판의 심리와 판결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판결이 확정된 사건에 한해서만 판결서를 공개하고 있던 기형적 구조를 개선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또한 시민사회가 요구해온 확정되지 않은 형사사건 판결서도 열람·복사할뿐만 아니라, 공개된 판결서의 문자열·숫자열 검색으로 기계 판독 가능성을 보장함으로써 판결문에 대한 국민의 접근성을 높인 것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시민의 접근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판결문 열람 및 복사의 ‘무상 제공 원칙’까지 확정하지 못한 것은 미흡한 조치이다. 현재 유상 공개로 인해 국민의 알권리는 제약받는 한편 리걸테크업체들이 유료로 판결문을 공개해 이윤을 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원은 국회에서 일반 국민 대상 무상 공개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즉각 대법원 규칙을 수정해 판결문 원칙적 무상제공을 확립해야 한다. 아울러 2015년 이전 확정된 민사판결 등 민사재판 판결서 또한 전면 무상공개되도록 후속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한편 입법 과정에서 드러난 법무부와 일부 정치권의 인식이 우려스럽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법무부는 사생활 침해와 낙인 효과 등을 이유로 국회 법사위원들을 일일이 찾아 부정적 입장을 전달하고, 일부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유리한 재판부를 찾는 소위 ‘포럼(재판부) 쇼핑’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판결문 공개는 비실명화를 전제로 하기에 개인정보 침해 소지는 기술적으로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 오히려 과도한 비실명화 조치로 판결문을 봐도 맥락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인 사례도 적지 않다. 재판부의 판단 논리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얻는 국민의 알권리라는 공익적 가치를 외면한 채 부작용만 부각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과 다름 아니다. 또한 ‘포럼 쇼핑’이란 주장은 시민이 최신 판례를 참고해 방어권을 행사하려는 정당한 노력을 폄훼하는 주장이다. 오히려 판결문이 충실히 공개돼야 재판부 간 판단의 편차를 줄이고 사법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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