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3가 76-5. 전국의 법원청사 중 가장 주변환경이 열악하기로 유명한 남부지원.
1971년 12월 30일 신축, 1992년에 증축하였다지만 여전히 비좁고 북적댄다. 남부지원은 문래동의 공장지대로 둘러쌓여 있다. 뒷문은 아파트 단지와 맞닿아 있고 법원 사이를 가로지르는 각종 배달원들의 모습도 자주 눈에 뜨인다. 그러나 이런 조건만이 '열악한 법원 환경'을 구성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눈.비 걱정을 하게 하는 법정
남부지원에는 6개의 법정이 있다. 5호법정은 신관의 뒷편에 붙어있고 나머지 1-4, 6호법정은 본관에 붙어 있다. 전체적으로 청사가 낡았을뿐더러 5개의 법정 앞에는 13개의 낡은 나무벤치의자만 있을 뿐이다. 방청을 하러 오거나 재판관계자를 만나러 오는 사람들로서는 눈.비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비가 오면 가릴만한 지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의자를 들여놓을 공간마저 남부지원에는 어디를 보아도 마땅하게 없다. 처음부터 민원인에 대한 고려 없이 지어진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기자는 재판공지판에 6월 4일 2호법정에서 있는 오전재판의 건수가 143건이나 되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소액전담재판부였다(민사33단독). 잠시 법정에 들어가 보니 자그마치 16명의 사람이 재판장 앞에 죽 서 있었다. 도대체 어떤 사건이기에 원고, 피고가 그만치 되는지 지켜보니 피고에게 소장이 송달되지 않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불러 재판장이 주소보정 방법 등에 관하여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재판장이 한 번 얘기한 원고에게 재차 질문을 하여 확인을 하기도 하는 광경은 법원청사의 열악한 외부적 환경에 대한 언급을 무색케 했다. 경제적이기는 하였지만 불려나갔던 사람들이 우루루 밖으로 몰려나와 정리에게 재차 질문을 하기도 하고 서로 우왕좌왕 하는 사람도 꽤 있었다. 사건처리의 경이로운 숫자가 소액전담 재판부만의 특징은 아니었다.
6월 4일과 12일 남부지원에서 다루어진 사건의 수를 세어보았다.
6월 4일
2호법정 소액전담 민사33단독 1호법정 형사1단독 3호법정 민사11단독
9:30 62건 오전 41건(이 중 선고24) 오전 52건 (이 중 선고4)
10:00 59건 오후 31건 오후 12건
11:00 20건 총 72건 총 64건
2:00 17건
3:00 16건 4호법정 민사2단독
총176건 오전 63건(이 중 선고14)
총 63건
6월 12일
1호법정 형사3단독 3호법정 민사합의5부 2호법정 민사12단독
오전 85건 (이 중 선고48) 오전 33건(이 중 선고10) 오전 39건(이 중 선고3)
오후 40건 오후 17건 오후 10건
총 125건 총 50건 총49건
오전재판 수가 100건을 넘었다
기자가 남부지원을 찾은 이틀이 공교롭게도 다른 날에 비해 재판이 많은 것인지, 아니면 일상적인 일로서 다른 지원에서도 공통적으로 있는 현상인지 이틀만의 평가로 알 수는 없다. 재판과 소환의 시간대가 나누어져 있기는 하였지만 오전 재판만 143건에 이르고 사건당 원고와 피고가 1인씩만 법원을 찾았다고 해도 200명이 넘는 숫자에 이른다. 재판정의 방청석이 2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법정 밖의 의자 수는 턱없이 모자라 자기 사건을 기다리는 당사자들이나 방청객들이 앉아 술 자리는 없었다.
법관의 격무. 가히 놀랄 만한 것이다. 법관의 과로가 걱정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격무 속에서 당사자들에게 성실한 판결로서 답할 수 있을는지 그것이 더욱 큰 문제로 돌아오는 기자의 머리를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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