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감시紙 2000-10-01   1586

[15호] 대법관 인사청문회에 대한 단상-송영길

대법관 인사청문회의 의의

말많던 인사청문회가 개최되었다. 그동안 '사법부 독립'이란 이름하에 베일에 가려져 있던 대법관후보들이 국민들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그동안 사법부는 민주적 정당성에 대해 끊임없는 문제제기가 있어왔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라는 사법부의 권한과 결정의 민주적 정당성은 어디에서 오는가하는 문제이다. 즉 국민주권이 실현되는 나라에서 도대체 무슨 근거로 판사들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박탈할 수 있는 결정권한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이다.

주지하듯이 사법부의 민주적 정당성은 헌법에 의거, 국민의 직접선거에 의해 뽑힌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임명하고 그 대법원장이 판사들을 임명한 것에 의해 간접적으로 부여되고 있다. 헌법기관이나 법률기관이 행사하는 정책결정권의 크기는 그 민주적 정당성의 크기와 비례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사법부가 행사하는 권한의 크기에 비해 민주적 정당성은 간접적이고 현저하게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사법에 있어서 국민의 참여문제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는 것이다.

최근 보수적인 일본법조계에서도 배심제와 참심제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시기에 그나마 대법관 인사청문회라도 개최하게 된 것은 너무나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권위주의적인 독재사회에서 민주사회로 이행할수록 다양한 이해집단의 자기 목소리가 높아지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들어와서 봇물 쏟아진 것처럼 각계각층의 크고 작은 시위와 집회로 날이 새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사회전체는 안정되어 있다. 이는 법에 의한 지배가 조금씩 정착되어가고 있는 것의 반영일 수도 있다.

다양한 사회적 갈등이 법률적인 다툼을 통한 법원의 판결로 조정될 때 사회적 갈등이나 개인간의 갈등은 해소되어진다. 따라서 분쟁 해결자, 사회적 가치의 선도자로서 판사들의 역할은 과거 어느때 보다도 중요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대법원판례의 하급심판례에 대한 기속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최고상급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다.

이는 미국에서도 대법관 인사청문회가 사회적인 커다란 이슈가 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스터 저스티스(mr. justice)라고 불리는 대법관은 미국사회를 선도해 가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대법관 한사람의 사회정치적인 성장배경 및 구체적인 판결의 내용과 성향,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견해, 정치적인 태도 등이 상세하게 파악되고 공개되어 그 적부(適否)를 국민적으로 검토하게 되는 것이다.

대법관청문회의 문제점

현행 인사청문회 법은 청문회 준비기간과 청문회 기간이 매우 부족하고 촉박하다. 처음 실시되는 인사청문회라는 점에서 시행착오를 피할 수는 없다고 생각되지만 청문회법이 여야의 정치적 타협에 의해 졸속으로 제정된 것이 그 이유 중하나라는 비난을 면할 수는 없다. 이틀동안 무려 6명의 대법관의 자질 및 판결성향, 세계관 등을 검증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대통령의 국회 임명동의전에 법원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법원조직법 제17조 대법관의결사항 제6호에 의하면 대법원장이 대법관후보를 추천하기 전에 대법관회의에서 의견을 청취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따라서 판사와 법조인들로 구성된 대법관 추천회의를 통한 추천절차가 필요하다. 이는 구성원의 대표라는 점과 민주적 정당성의 획득이라는 점에서도 바람직한 방향이며 별도의 법률개정 없이도 가능한 현실적인 대안이라 할 수 있다.

대법관청문회를 치르면서 느끼는 단상

한가지 아쉬운 점은 대다수 대법관 후보들이 소신있게 자신의 견해를 밝히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대법관후보들 모두 일생을 판사로서 복무한 훌륭한 능력을 가진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것이 어떠한 능력인가 하는 것이다. 사실 법률을 적용하는 문제는 별개로 하고 그 이전단계로서 사실을 확정하는 문제는 단순한 법률의 문제가 아니다. 철학의 문제이다. 어떠한 관점에서 사실관계를 구성해내는가. 구성요건사실과 법률요건사실을 어떻게 정리하여 내는가가 중요하다.

이에는 각 판사들의 철학과 가치관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정치적(보수인지 진보인지 의미의)견해가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삼성 신주인수권부사채관련 판결을 비롯한 노동관계, 사형제도, 낙태, 마약, 국가보안법 등 각 사안 사안마다 보수·진보의 정치사상적 성향이 내재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연공서열에 의해 소신있는 판사들이 지방법원 부장판사까지 무난히 승진하지만 고등법원부장부터는 경쟁이 심해지고 살아남은 자와 탈락하는 자가 발생하게 된다. 더구나 고등부장에서 법원장, 대법관후보에 이르기까지는 수많은 여과과정이 필요하게된다. 이 과정에서 살아남으려면 소신있게 자신의 철학을 발표하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또한 인사청문회 위원들 역시 준비가 부족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 각 대법관후보들에 대하여 정리해놓은 판결관련정보가 매우 유용하게 참작되었다. 이를 보더라도 시민단체의 사법감시활동의 얼마나 중요한지 이를 입증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대법관인사청문회의 내실화를 위한 준비의 필요

우선 인사청문회법을 개정하여 충분한 준비기간과 청문시간을 확보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전단계로 대법관추천회의가 필요하다. 대법관후보도 검사출신 1명을 제외하고 판사들에게만 한정되는 것은 재고하여 보아야 한다. 교수, 전직장관 등 그 대상을 확대하여 대법원이 단순히 사법의 최고기관이 아니라 우리 법공동체를 통솔하는 최고가치판단기관에 걸맞는 인적구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대법관후보들에 대한 판결문 분석 및 제반 사회정치적 견해와 철학, 가치관에 대한 치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논쟁도 필요하다고 본다. 각 검사, 판사들에 대한 개인정보를 쌓아 나가야한다. 부족하기는 하지만 이제 첫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이번 계기를 통하여 앞으로 대법관후보가 될 판사, 검사들은 어떠한 관점에서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는가를 돌이켜 보는 기회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송영길 | 국회의원(새천년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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