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특검제 도입의 계기가 되었던 ‘장관부인 옷 로비 사건’에 대한 최근 법원의 1심 판결은 검찰의 위신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과 동방금고사건에 대한 검찰수사는 여전히 편파적이고 불철저한 수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소추 추진이 야당의 정략적 이해에 기초하여 움직여지고 있음은 사실이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지금의 검찰의 수모는 자업자득이며 업보일 따름이다.
우리 현대사에서 검찰은 정권의 이해와 독립하여 정의를 구현하기는커녕, 정권과의 긴밀한 유착관계 속에서 정의실현을 왜곡해왔다. 권위주의 체제하에의 상황은 논외로 하더라도, 김영삼 정부 시절 ‘12.12 군사반란’과 ‘5.18 내란’ 수사에서 검찰은 대통령의 뜻에 따라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으며, ‘한보 대출비리 사건’에서도 “몸통”에 대한 수사는 실종되었었다.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에도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과 ‘옷 로비 사건’ 외에 3.30 재보선(再補選)시 여당의 50억원 살포의혹 사건, 경기은행 퇴출 무마 로비사건 등에 대한 검찰수사는 여전히 편향성 시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였다.
이제 국민은 검찰의 중립성과 엄정성을 믿지 않게 되었다. 이제 검찰은 국민의 최대의 우환거리로 전락하였다. 지금까지 정치권과 검찰이 검찰개혁 요구에 대하여 근본적인 개혁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철두철미한 단결력으로 조직을 보전해왔고, 현재의 정치권은 여와 야를 불문하고 검찰개혁에 앞장서기보다는 검찰을 이용하기에 급급하였다. 그리고 이는 단기적으로는 검찰조직을 응집시키고 검찰권의 정략적 이용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검찰을 죽이는 독약에 불과했다. 검찰총수들의 잇따른 불명예에서 보듯이 개혁없는 검찰은 구성원들에게 회한과 고통을 심어줄 따름이다. 따라서 국민전체의 요구인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이 반드시 관철되어야 한다.
첫째, 검찰개혁의 최우선 목표는 정치적 독립과 중립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도입하고, 현재의 검찰인사위원회를 검찰산하에 두고 자문기구에서 의결기구로 격상하여 시민단체 대표 등 외부 인사 참여를 확대해 검찰인사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무엇보다 검찰의 중립성 시비를 일으키고 있는 정치인, 고위공직자 및 사정기관의 비리 등에 대한 조사나 수사를 전담하도록 하는 상설적 특별검사제도를 도입해 극소수의 정치사건으로 검찰전체가 매도당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
둘째, 검찰조직은 위계적, 관료적 조직 형태를 민주적, 자율적 조직으로 변화시켜 국민을 위한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검찰청법상의 상명하복 규정을 폐지하고, 검사동일체 원칙을 수정해야 하며 내부결재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이를 통해 검사가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대로 단독관청으로서의 위상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각급 검찰청의 장의 법무부 장관 직보 규정을 삭제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 지휘권과 법무부장관의 구속승인제를 폐지함으로써 사건처리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법원에 의한 통제와 검찰활동에 대한 시민참여를 보장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재정신청 제도를 모든 사건으로 확대하고 검찰의 기소권 행사의 적정성을 감시, 감독할 수 있는 검찰심사회 제도를 도입해 검찰의 기소독점에 의한 검찰권의 자의적 행사를 제한해야 한다.
우리는 오만하고 독선적인 검찰이 검찰개혁을 자발적으로 추진하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정치권이 철저한 검찰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검찰개혁이라는 국민적 요구는 다시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우리는 이같은 개혁사항들의 관철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과 압력을 기울여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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