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기 검사와 검찰·법무부는 김준배씨 사망 사건의 진상규명에 적극 협조해야
1.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의문의 죽임을 당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 과거를 청산하자는 목소리가 공허해지고 있다. 97년 김준배씨 사망사건의 수사지휘를 맡았던 정윤기 (현)영월지청장이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발부한 동행명령을 거부한 것이다.
김준배씨의 사망이 공권력의 구타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당시 사망사건 수사를 하루만에 종결한 검사의 조치에는 축소, 은폐의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정 검사의 동행명령 불응은 사실을 규명해야 할 역사적 책무를 망각한 것으로 국민의 한사람으로, 더구나 실체적 진실 규명을 통한 정의의 실현이라는 의무를 지고 있는 검사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더더욱 아니라고 판단한다.
2. 의문사진상규명특별법은 단지 범인을 형사적으로 처벌하는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역사를 정리해 국민의 기본권이 유린되는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제도적 한계와 관련자들의 반발 때문에 당초의 취지를 달성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미 우리 국민은 오랜 세월 지속되어온 인적, 제도적 장벽으로 말미암아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체험한 바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법률적으로는 정 검사의 동행요구 불응을 강제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취할 수 있는 법적조치는 고작해야 과태료 부과 정도이다. 설령 정 검사가 조사에 응한다 할지라도 반드시 진실만을 밝히리라는 보장도 없다. 따라서 우리는 정 검사에게 법률적 책임 이전에 과거청산과 진실규명이라는 역사적 책임을 먼저 물을 수밖에 없다.
3.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사건을 은폐·조작했던 당사자들이 몸담고 있는 조직이 이들을 비호, 방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박두식씨 사건에서도 관련 현직공무원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에 불응한 바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법무부와 검찰이 의문사진상규명위의 협조요청에 ‘절대 협조할 수 없다’며 완강하게 버티다 국민의 비난 여론을 의식해 ‘검사 개인의 판단에 맡긴다’는 식의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태도를 납득할 국민은 없다. 따라서 법무부와 검찰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역사를 청산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자진 출석해 조사에 응하도록 촉구하고 나아가 스스로 진상을 밝혀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인 것이다.
4.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정 검사가 밝힌 동행명령 불응 사유이다. 정 검사는 ‘검찰업무의 본질을 훼손할 우려’가 있으며 동행명령장 발부에는 ‘다른 의도’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정 검사가 밝힌 검찰업무의 본질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진상을 은폐·회피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수사권과 공소권을 올바르게 떳떳이 행사했다면 오히려 당당하게 출석해 조사에 응해야 한다. 그리고 그가 우려하고 있는 동행명령장 발부의 ‘다른 의도’가 위원회의 위상강화인지 아닌지는 이 사건을 둘러싼 진실이 규명되면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동행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검사의 납득할 수 없는 행위를 규탄하면서 시민들의 여론을 모아 이에 대한 사법적, 도덕적 책임을 물을 때까지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갈 것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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