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24일 신규핵발전소저지전국비상행동은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체르노빌 핵사고 40년을 맞아 역사 속 대형 핵사고의 참상을 되짚고, 전쟁과 에너지 위기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는 현 국제 정세에도 핵발전소 확대 정책을 강행하는 정부를 비판했다.
1986년 발생한 체르노빌 핵사고는 단순한 실험으로 야기되었으나, 설계 결함과 기술적 통제에 대한 과신이 겹쳐져 발생한 초대형 폭발 및 방사능 유출 사건이다. 체르노빌 핵사고는 9000명의 사망의 직접 원인이 되었으며, 100만 명 이상의 조기 사망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끼치며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방사능 유출사고 중 하나이다. 체르노빌 핵사고의 여파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장기화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군사적 위협에 상시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2022년 러시아군이 체르노빌 일원을 점령했고, 가장 최근에는 사고 원자로와 잔해를 차폐하는 격납구조물을 드론이 공격해 방사능을 가두는 핵심보호기능이 훼손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심각한 핵 위협은 비단 체르노빌 일원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전쟁과 지정학적 분쟁, 복합적인 안보·에너지 위기가 겹치면서 국제 정세는 깊은 혼란에 빠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핵발전소는 초대형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그럼에도 이재명 정부는 AI 및 데이터센터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를 이유로 윤석열 정부와 사실상 동일한 핵진흥 기조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31일 대형 핵발전소 2기와 소형 모듈 원자로(SMR) 1기에 대한 부지 유치 신청이 4개 지자체(기장, 경주, 영덕, 울주)의 신청과 함께 마감되었으며, 40년이라는 설계수명을 초과한 고리 2호기는 이번달 4일 재가동을 시작하는 등 노후핵발전소들이 줄줄이 수명연장 이후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참석자들은 체르노빌 사건은 물론 자포리자, 부셰르 등 최근 전쟁 속에서 공격받은 핵발전소들을 언급하며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기술을 언제까지 거짓 안보와 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유지할 것인지” 물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 즉각 전면 철회 및 부지선정 절차 중단 ▲허황된 핵발전-재생에너지 믹스 정책 폐지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정책으로의 과감한 전환 ▲김성환 장관 해임과 이재명 대통령 공개토론회 참석 등을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기자회견 첫 번째 발언자인 노진철 신규핵발전소 저지 전국비상행동 공동대표는 체르노빌 핵사고의 의미를 설명하며 해당 사고가 “핵발전이 ‘평화적 이용’이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거대한 거짓 위에 서 있는지를 폭로”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또한 노 공동대표는 체르노빌 핵사고 이후에도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가 일어났던 현실을 언급하며 핵발전이 결코 안전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체르노빌에서, 후쿠시마에서, 권력은 언제나 진실보다 통제를 선택했고, 시민의 안전보다 체제 유지를 우선했다”고 말하며 핵발전 문제의 본질이 기술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권력에 있다는 사실을 짚었다.
두 번째 발언에 나선 김추령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집행위원은 지구 시스템과 생명이 서로 균형을 유지하며 만들어 온 봄을 전쟁과 핵발전소로 인해 더는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김 위원은 전쟁이 이어지는 현 시대에 핵시설은 “더이상 보호되는 민간 시설이” 아니며, 전력을 한 곳에 집중시키는 핵발전의 중앙집중적 특징으로 인해 “전쟁이 벌어지면 가장 먼저 노려지는 전략적 목표가 됨”을 강조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은 “핵발전소 시설이 어떻게 전쟁에 악용될 수 있는지는 지금 미국의 행태를 통해서 너무나 분명히 확인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최근 있었던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부셰르 핵발전소 공습 같은 일이 동북아시아 및 한국과 먼 일이 아닐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불어 이 소장은 “그런데 이런 걸 얘기하면 다들 실감하지 못하시는 것 같”다며, “핵발전소는 송전탑이다. 용인 산단에 삼성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송전탑을 또 지어야 한다. 자연을 망치는 일이고 거기 사는 사람들을 쫓겨나게 하는 일”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성원기 삼척핵발전반대투쟁위원장은 “빛의 혁명으로 선출된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에 두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하였음에도 당선 후 이전 정부의 핵진흥 정책을 그대로 이어 받아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가장 큰 위험 요소인 핵발전소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특히 전력 사용량이 적은 봄철 가을철에 전력 수요 공급을 맞추기 위해 핵발전소 감발운전을 강행하며 핵사고 위험을 키우고 있음을 지적했다.
기자회견 말미에는 안보 위험을 증폭시키는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알리는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퍼포먼스는 전쟁 위협에 직접적을 노출된 자포리자(우크라이나), 부셰르(이란), 체르노빌(우크라이나) 핵발전소를 상징하는 대형피켓 옆으로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과 이재명 대통령 가면을 쓴 사람이 한국의 신규 핵발전소·SMR 피켓을 들고 들어오는 것으로 시작해, 사람들이 각 핵발전소에 타겟 모양 종이를 붙이며 핵발전소가 전쟁 상황에서 ‘잠재적 핵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이며 마무리되었다.
한편, 서울뿐 아니라 울산, 부산, 영덕 등 전국 곳곳에서 체르노빌 핵사고 40년을 맞이해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되었다.
▣ 기자회견문
체르노빌 핵사고 40년의 경고, 전쟁의 인질이자 잠재적 핵폭탄인 핵발전소를 멈춰라
오늘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핵재앙이었던 체르노빌 사고 40년을 맞아 이 자리에 섰다. 체르노빌은 단 한 번의 사고가 인간과 생태계를 얼마나 오랜 시간, 넓게 파괴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우리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은, 이 재앙의 시작이 기술에 대한 맹신과 폐쇄적인 핵산업계, 그리고 정부가 빚어낸 ‘인재’였다는 점이다. 40년이 흐른 지금도 그 악몽은 현재진행형이며, 최근의 전쟁과 안보 위기는 체르노빌 핵사고 남긴 위험성을 다시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체르노빌 지역은 점령되었고,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은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에 노출되었다. 또한 가장 최근에는 사고 수습을 위해 원자로에 설치된 금속 격납구조물(NSC)마저 드론 공격을 받아, 방사능을 가두는 핵심 보호 기능이 훼손되는되었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밝힌바있다. 수만 년을 관리해야 할 핵폐기물과 사고 잔해물들이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인류를 위협하는 ‘인질’이 되고있는것이다. 체르노빌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기술을 언제까지 거짓 안보와 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유지할 것인가?
이는 체르노빌만 묻고 경고하는 것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핵발전소는 지속적인 포격과 드론 공격, 그로인한 외부 전력선 차단 속에서 방사능 유출 위기가 반복되고 있다. 또한 가장 최근에는 이란의 부셰르 핵발전소가 이스라엘-미국의 공습으로 제반시설이 파괴되는 등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있다. 이에 상응하여 이란이 한국이 건설한 아랍에미리트의 바라카 핵발전소를 공격 목표로 언급한 사실은 핵발전 수출이 곧 재난의 씨앗을 수출하는 것과 다름없음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이러한 시대적 경고를 무시한 채 위험한 핵폭주를 거듭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전력 수요 증가를 명분으로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강행하며 핵발전소 부지 유치 공모를 진행 중이다. 이에 기장, 경주, 영덕, 울주 4개 지자체는 유치신청을 해 지역 주민들의 핵위협하고 몰아넣으려 하고 있다. 요동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핵발전은 에너지 위기와 국가 안보를 지키는 수단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취약한 고리일 뿐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상시적이고 지정학적인 안보 위협 속에서, 32기의 국내 핵발전소는 사실상 인질이자 잠재적 핵폭탄과 다름없다. 진정한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은 모든 핵발전을 폐쇄하고, 재생에너지를 빠르게 확대하며 에너지 자립을 실현하는 데 있다.
우리는 체르노빌 핵사고 40년을 맞아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정부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인질로 잡는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즉각 전면 철회하고, 부지선정 절차 중단하라
둘째, 정부는 허황된 핵발전-재생에너지 믹스 정책을 폐지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으로 과감히 전환하라
셋째, 이재명 대통령은 김성환 장관을 해임하고, 신규핵발전소 확대 쟁점 관련 시민과의 공개토론회에 참석하라
40년이 지난 지금도 체르노빌 일원은 여전히 죽음의 땅으로 남아 있다. 후발 세대에게 물려줄 세상은 방사능의 공포가 도사리는 땅이 아니라,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햇빛과 바람의 나라여야 한다. 신규핵발전소저지전국비상행동은 정부의 시대착오적인 핵 확대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2026년 4월 24일
신규핵발전소 저지 전국 비상행동
▣ 기자회견 개요
- 일시/장소: 2026년 4월 24일 (금) 오전 11시 /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
- 주최: 신규핵발전소 저지 전국비상행동
- 발언1. 체르노빌 핵사고 40년의 의미_노진철(신규핵발전소 저지 전국비상행동 공동대표)
- 발언2. 에너지 위기와 핵발전_김추령(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 집행위원)
- 발언3. 전쟁 및 안보위기 속 핵발전_이태호(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
- 발언4. 국내 신규핵발전소 정책의 문제점_성원기(삼척핵발전반대투쟁위원장)
- 기자회견문 낭독
- 퍼포먼스: ‘전쟁 속 잠재적 핵폭탄’ – 기후부 장관과 정부 수장이 자포리자, 부셰르, 체르노빌을 표현한 대형피켓 옆에 한국의 신규 핵발전소·SMR 피켓을 두는 퍼포먼스를 통해 신규 핵발전소 건설의 위험성을 드러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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