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핵없는 세상 2026-06-27   90607

[결의대회] “싸움은 이제 시작, 영덕·기장 밀실 부지 선정 철회해야”

20260627_신규핵발전소 저지 결의대회 (2)
2026.6.27. 신규 핵발전소 반대! 부지선정 철회!를 외치는 시민들이 서울 보신각에서 청와대까지 행진하고 있다. (사진=신규핵발전소저지 전국비상행동)

“싸움은 이제 시작, 영덕·기장 밀실 부지 선정 철회해야”
보신각 일대서 신규핵발전소 저지 전국 결의대회 개최

영덕·기장 부지 선정은 법적 근거도, 주민 동의도 없는 자체 공모에 불과
참가자들 ‘핵발전 그만’ 외치며 삼두매·저승사자 대형탈 들고 청와대까지 행진
“지역발전 앞세워 검증 없는 SMR 밀어 넣는 것은 명백한 행정 폭력… 영덕·기장 주민들과 함께 끝까지 맞설 것”

신규핵발전소저지전국비상행동(이하 전국비상행동)은 6월 27일 오후 2시 서울 보신각 일대에서 ‘신규핵발전소 저지 전국 결의대회’를 열고, 지난 17일 한수원이 발표한 신규 대형 핵발전소 및 SMR(소형모듈원자로) 부지 선정 결과를 정부가 즉각 무효화할 것을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보신각에 집결해 “백지화 투쟁은 이제 시작이다”, “영덕·기장은 에너지 식민지 거부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결의대회를 진행한 후, 광화문광장을 거쳐 청와대 사랑채까지 행진하며 핵발전소 추가 건설의 위험성을 알렸다.

선정 지역인 경북 영덕(대형 핵발전소)과 부산 기장군(SMR)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400여 명이 참여한 이번 결의대회는, 정부가 비수도권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명목으로 신규 핵발전소 건설 추진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현 상황에서 해당 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핵진흥 위주의 정부 에너지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이다. 관련해 이번 부지 선정 결과는 정부의 법정계획이 아닌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자체 공모 절차에 지나지 않은 것이나, 한수원과 정부는 이를 신규 핵발전소 건설이 확정된 것처럼 언급하고 있다.

노진철 전국비상행동 공동대표는 기조 발언을 통해 이번 부지 선정 과정의 문제를 세부적으로 짚었다. 노 공동대표는 “부지 선정 평가위원회는 선정 기준을 비밀에 부쳤으며 위험성, 환경성, 경제성, 지역에 올 악영향 등도 제대로 평가되지 않고 선정이 마무리되었다”고 밝혔으며, “신규 핵발전소 부지 선정은 윤석열의 에너지 정책 쿠데타를 사후 승인한 것이며, 이에 대해 민주당 정부가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다는 것은 큰일”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노 공동대표는 핵진흥 정책의 근거인 AI 및 반도체 산업을 두고 “실제 산업계 계획과 신규 핵발전소 건설 타임라인이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며, “정치적 실용주의의 이름으로 핵산업계의 먹거리 민원을 들어준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집회에서는 영덕·기장을 비롯해 경주, 울산 등 이번 부지 선정 과정에 신청한 지역 주민들이 발언대에 섰다. 최정연 영덕핵시설저지30km연대 공동대표는 “영덕 주민들의 의문과 반대 목소리가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으며, 원전 반대 주민들은 노골적으로 배제시켜 국가 정책이 일방적으로 추진”되었다고 말했고, “불타는 산야에서 죽다 살아난 영덕은 재난 회복보다 원전 건설이 절대 먼저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상현 탈핵부산시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비민주적인 주민 여론조사가 끝난 지 단 6일만에 속전속결로 결정되었다”며, “40년 동안 핵 발전소에 둘러싸여 있던 기장은 핵산업계의 실험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발언이 마무리된 후에는 보신각에서 출발해 청와대 사랑채까지 행진이 이어졌다. 종교환경회의 공동대표인 양기석 신부는 출정 발언으로 “기후위기라는 절체절명의 사태에도 핵산업계와 이에 기생하며 공존을 선택한 현 정부와 정치권의 행태는 우리가 지향하는 생명과 인권 중심의 사회로의 전환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하며 생명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행진에는 액을 물리치는 삼두매(머리가 세 개인 매)와 저승으로 가는 강의 뱃사공인 카론(저승사자) 대형탈이 줄을 이었다. 두 개의 대형탈은 핵발전소로 인한 핵사고와 후발 세대에게 이어질 핵폐기물 위험을 막아내고자 하는 열망을 상징한다. 더불어 참가자들은 행진 중 단체로 손에 든 피켓을 뒤집고 ‘STOP’이라고 적힌 뒷면을 보이며 핵 발전소 추가 건설과 핵사고의 중단을 바라는 마음을 표현했다.

행진 중에도 기후, 노동, 여성 등 각계의 연대발언이 이어졌다. 민정희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은 “가파른 기온 상승 속에서 핵발전의 부적합성은 더 명확해진다”며, “2022년 경북 산불이 핵발전소 코앞까지 번진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고, 원자로를 식힐 냉각수로 사용되는 바닷물의 온도가 상승하면 핵발전소 가동을 할 수 없다”고 설명하며 핵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오히려 전력 대란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음을 짚었다. 이어 김계화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부본부장은 “신자유주의는 노동의 경쟁을 과속화했고 결국은 노동을 소외시키는 AI시대를 급속도로 앞당기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원전을 한 세트로 엮어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서민 한국YWCA연합회 활동가는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남의 일로 여길 수 없다. 그 지역의 바다와 사람들의 삶이 이미 제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았”다고 발언하며 “우리는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만 이 치명적인 위험을 떠넘기도록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현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아무리 안전하다고 하는 기술을 가졌다고 해도 핵무기뿐만 아니라 핵발전소 역시 인류의 생명과 안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후쿠시마 핵발전소 참사 이후 전세계가 깨달았다”고 말하며 “‘값싸고 안전한 에너지’를 생산해낸다는 핵발전소의 신화는 허구이며 한반도 평화를 핵무기와 핵억지력으로 만들수 있다는 생각도 잘못된 믿음이라고 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충현 인천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은 최근 한국남동발전이 현대건설과 ‘석탄화력발전소 연계 SMR 연구 및 사업화 공동 추진 MOU’를 맺은 것을 두고 “‘무탄소 전원’과 ‘기존 인프라 활용’이라는 말은 그럴듯”하지만 “석탄발전의 피해를 감당해온 지역에 이제는 핵발전의 위험까지 떠넘기겠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행진은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마무리되었다. 마무리 발언을 맡은 최인엽 영덕핵시설저지30km연대 공동위원장은 “불에 타서 허허벌판이 된 마을을 보며 정부와 지자체는 기다렸다는 듯이 핵발전소 부지로 삼겠다고 조작했다”고 지적하며, “천지원전 건설 부지 백지화 투쟁을 주민투표로 성사시킨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내년 4월 정부의 지정 고시가 되기 전까지 다시 싸워서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지금부터가 영덕·기장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막아내기 위한 본격적인 투쟁의 시작”이라고 선언했다. 더불어 참가자들은 핵발전과 재생에너지 발전을 병행할 수 있다는 정책 기조를 폐기하고,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도 안전하고 정의로운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정책으로 전면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같은 시각 종교계도 각계 탈핵 기도회를 개최하며 행사에 동참했다. 결의대회 전 사전 행사의 일환으로 평화와 탈핵을 위한 천주교 미사가 보신각 현장에서 집전되었으며, 조계사에서도 불교 기도회가 동시에 진행되었다.

2026년 6월 27일
신규핵발전소저지 전국비상행동

▣ 보도자료(발언문 및 결의문 포함) [원문보기/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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