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예고도 없이 국무회의 통과한 날치기 금융지주회사법

입법예고도 없이 국무회의 통과한 날치기 금융지주회사법


국회는 국회 권한 무시한 정부 입법안 부결시켜야


정부는 어제(9일) 국무회의에서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제출한 산업자본의 은행지주회사 보유한도를 4%에서 10%로, 사모투자전문회사(PEF)에 대한 출자지분 한도를 기존 10%에서 20%로, 서로 다른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회사들이 출자한 지분 합계액의 한도를 현행 30%에서 40%로 상향하는 내용의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위원장 김진방 인하대 교수, 경제학)는 국회가 지난 4월 30일에 이미 부결시킨 바 있는 금융지주회사법을 행정부가 적절한 입법예고 절차조차 밟지 않은 채 서둘러 국무회의에서 다시 통과시킨 것은 고질적인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의 차원을 넘어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점에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참여연대는 정부가 이런 비상식적인 무리수를 규탄하며, 국회는 국회의 권한을 무시한 정부의 입법안을 국회에서 부결시켜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정부는 작년 10월 13일, 산업자본의 은행지주회사 주식 보유한도, PEF 출자지분 한도, 서로 다른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회사들의 지분 한도를 각각 10%, 30%, 50%로 하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이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처리하여 국회에 제출하는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의원입법으로 개정안을 제출하는 편법을 도모했다. 이때부터 정부와 여당은 적법한 행정절차를 따르는 민주정부의 원칙을 저버리기 시작했다. 그 후 이 정부입법은 한나라당 박종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의 형태로 국회 정무위원회(위원장: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에 제출되었고, 지난 3월 사실상의 날치기로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여야 합의에 의해 법안의 일부 내용이 수정되자 이에 반발한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의 반대토론에 의해 이 법안은 4월 30일 결국 본회의에서 부결된 바 있다.


행정절차법 제43조(예고기간)는 정부가 제출하는 법안과 관련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입법예고기간을 20일 이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정절차법이 입법예고기간의 하한을 규정한 것은 최소한의 기간을 보장함으로써 국민들의 당해 입법에 대한 의견개진 기회를 충분하게 보장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금융위가 이번에 국무회의에 제출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법안의 핵심적인 부분인 보유 및 출자지분 상한이 작년 10월 13일의 입법예고안과 상이한 별도의 개정안이다. 따라서 금융위는 이 개정안을 다시 입법예고하여 국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기회를 제공해야 마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행정절차법에 명시되어 있는 입법예고 절차를 생략한 채 이 법안을 국무회의에 안건으로 상정하고 통과시킨 것은 국법을 위법한 처사이다.


금융위는 보도자료에서 “국회에서 의원입법으로 제출된 개정안에 대해 논의된 결과 등을 고려”하여 이번 개정안을 준비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회의 입법절차를 생각한다면 국회가 부결시킨 법안을 정부가 재발의하는 이유에 대해 먼저 설명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국회가 부결시킨 박종희 의원의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정무위안의 본회의 수정안)과 비교할 때 이번 정부 안은 더 완화된 상한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국회에서 통과된 은행법 개정안과 보조를 맞추기 위함을 암묵적인 이유로 제시하고 있으나 이것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여야 합의로 지난 4월 30일 국회를 통과한 은행법 개정안이 보유 및 출자지분 한도를 각각 9%, 18%, 36%로 완화한 데 비해 이번 정부의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이를 또 다시 완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의 의도를 문자 그대로 해석한다면 은행의 소유규제는 4월 30일 수준을 고수하되,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는 그것보다 더 완화하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국회가 지난 4월 30일에 표결로 표현한 의사는 은행에 대한 소유규제는 일부 완화하되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소유규제는 완화하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번 정부의 개정안은 국회의 권능을 농락할 뿐만 아니라 국회의 표결로 나타난 국민의 간접적인 의사를 무시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번 금융지주회사법 입법과정에서 정부는 은행에 대한 소유규제와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소유규제는 동일해야 한다는 논리를 당연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개별 은행에 대한 소유규제와 막대한 금융자원을 거느리는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소유규제는 서로 상이할 수 있고 또 규제를 상이하게 하는 것이 국제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지난 1월 15일에 출간된 민간금융전문가 그룹 G30 보고서에서 “체제적으로 중요한 경제주체(Systemically Important Institutions)”에 대해서는 전체적인 감독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고, 4월초에 우리나라의 감독당국도 참여한 바 있는 G20 회의에서도 체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강화 방안이 심도있게 논의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은행을 소유한 금융지주회사는 그것이 부실화할 경우 예금보험제도 전체를 무력화 시킬 수 있을 정도로 우리 경제규모에 비해 거대하며 따라서 당연히 산업자본의 자본참여 없는 현재 상태로도 체제적으로 중요한 기관이다. 따라서 개별 은행에 대해서는 일부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시켜 준다 할지라도 이런 거대 금융지주회사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것은 경제 이론과도 부합하고 최근의 국제적인 규제 추세와도 어울리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오히려 개별 은행에 대한 소유규제보다 거대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소유규제를 더욱 완화하는 법안을 내놓고 있으니 이것이 과연 어떤 논리로 합리화될 수 있다는 말인가? 정부는 적법 절차를 무시하고 그 내용적 타당성도 결여된 이번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즉각 폐기하는 것이 마땅하며, 국회는 국회의 권한과 결정을 우롱하고, 한국경제의 안정성을 뒤흔들 수 있는 이번 개정안을 반드시 부결시켜야 할 것이다.

[성명]금융지주회사법논평.hwp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