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1999년 06월 1999-06-01   1530

참여연대 재벌개혁운동 2단계 발진

우리는 지금 재벌해체로 간다

지난 5월 6일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이 출범하였다. 출범 후 재벌개혁감시단에 대해 사회 각계각층에서 지대한 관심과 함께 뜨거운 격려를 보내주었다. 그만큼 재벌개혁 과제가 갖는 역사적 중요성과 그 현실적 어려움을 국민 모두가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분들의 호의를 참여와 연대의 물질적 성과로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재벌개혁감시단의 주요 과제임에 틀림없다.

재벌개혁감시단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경제민주화위원회 소액주주운동과의 관계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소액주주운동은 경제민주화위원회만이 아니라 참여연대 전체를 상징하는 활동으로 일반국민들에게 알려져 있다. 따라서 소액주주운동과의 관계에서 명확한 분업 및 협업의 원리에 따라 재벌개혁감시단의 활동계획이 구상될 때 비로소 참여연대 전체의 역량이 효과적으로 배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는 지난 1997년부터 소액주주 권익보호와 기업경영 투명성 제고를 목적으로 하는 소액주주운동을 전개해 왔다. 소액주주운동은 소액주주들의 지분을 모아 상법과 증권거래법에 규정되어 있는 권리를 행사하는 운동이다. 즉 소액주주운동은 주식시장이라는 자본주의 원리에 가장 충실한 영역으로까지 ‘시민운동의 활동범위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단순히 문제제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실제로 변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또 그에 상응한 실질적 성과를 획득하는 등 ‘시민운동의 활동방식을 혁신’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물론 소액주주운동에 대해 긍정적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소액주주운동이 주주의 이익만을 추구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자본의 지배체제를 보다 정교하게 만드는 데 기여할 뿐이라는 ‘이데올로기적 비판’이 일각에서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또한 그러한 비판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측면이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힘없는 소수권리자(사실은 이들이 다수이다)의 이익이 보호돼야 하며, 또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투명성(경영정보의 투명한 공개는 민주적이면서도 동시에 효율적인 기업구조 창출의 전제조건이다)이 확보돼야 한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소액주주운동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식시장이라는 시장원리와 시민운동이라는 비시장적 원리를 결합시킨 것이다. 따라서 소액주주운동은 그 자체의 이데올로기적 한계로 인해 비판받고 폐기돼야 할 대상이 아니라, 참여와 연대라는 시민운동 고유의 비시장적 원리를 더욱 강화함으로써 발전시켜나가야 할 과제이다. 재벌개혁감시단은 바로 그러한 취지에서 발족되었다.

노동운동과 연대할 터

재벌개혁감시단의 활동방향은 크게 다음 세 가지 측면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5대 재벌을 개혁의 핵심대상으로 명확하게 설정하고 있다. 현정부의 재벌 구조조정정책은 5대 재벌과 6대 이하 재벌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그 결과 6대 이하의 군소재벌은 워크아웃·법정관리·화의 등을 통해 사실상 해체단계에 이른 반면, 5대 재벌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오히려 그 지배력이 더욱 더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개혁의 후퇴일 뿐이다. 민주적이면서 동시에 효율적인 경제사회질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5대 재벌의 개혁이 그 핵심대상으로 설정돼야 한다.

둘째, 내용의 측면에서, 총수지배체제의 해소를 개혁의 핵심과제로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부채비율 200%로의 재무구조 개선, 그리고 빅딜을 통한 방만한 사업구조 정리 등도 재벌개혁의 중요한 내용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차입의존 경영, 문어발식 확장 등 재벌의 폐해를 가져온 근본원인인 총수지배체제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의미의 재벌개혁을 달성할 수 없다. 특히 부실경영의 책임을 총수에게 직접 부과하지 않고 계열사를 통해 결국 국민과 노동자에게 전가시키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고서는 그 어떠한 의미의 경제사회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셋째, 수단의 측면에서, 시민·노동단체와의 연대를 강화해 재벌개혁에 대한 전국민적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참여연대 단독으로, 나아가 시민운동만으로 재벌개혁을 완수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시민운동과 노동운동은 그 목표와 수단이라는 측면에서 커다란 차이를 갖고 있으며, 그 차이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 작업이다. 그러나 재벌개혁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앞에 놓고 볼 때 시민운동과 노동운동의 차이를 뛰어넘는 공통분모가 존재하며, 그 공통분모를 정확히 찾아 연대를 강화할 때만이 재벌개혁은 성공할 수 있다.

5대 재벌 밀착감시한다

재벌개혁감시단의 사업계획은 첫째,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벌 구조조정 과정에 대한 감시 및 비판 작업과 둘째, 재벌개혁의 성공적 제도화를 위한 대안제시 작업으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구조조정에 대한 감시·비판 작업을 위해 ‘모니터링팀’을 구성했으며, 매달 감시보고서를 발표하는 것을 기본적인 활동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5대 재벌의 빅딜을 중심으로, 재벌총수에 대한 책임부과 여부, 신설법인 소유·경영구조의 건전성 여부, 금융·세제상 지원의 부당성 여부, 자금조달과정의 투명성 여부, 고용조정과정에서 노조와의 협의 및 약속이행 여부 등이 주된 감시·비판 대상이 될 것이다. 첫감시보고서를 6월 초에 발표할 예정인데, 특히 현대전자 주가조작 및 바이코리아 펀드로 상징되는 재벌의 불법·부당한 자금독점 문제, 삼성자동차로 대변되는 총수에 대한 부실경영 책임부과 문제, 데이콤과 한국중공업의 사례에서 분명히 드러나고 있는 빅딜에 대한 특혜적 보상 문제 등 현안에 초점을 맞춰 전체 시민·사회·노동단체의 참여 하에 토론회 형식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한편, 구체적 대안제시 작업을 위해서 4개의 세부 팀을 구성했다. 부실경영에 대한 총수책임 부과를 위한 ‘총수체제개혁팀’, 출자총액제한 부활 및 지주회사 설립규제 강화 등의 ‘제도개선팀’, 금융기관의 재벌 사금고화 방지를 위한 ‘금융개혁팀’, 공기업 경영혁신을 위한 국민적 대안을 모색하는 ‘공기업민영화대책팀’ 등이 그것이다. 물론 이 4개 팀이 재벌개혁의 모든 영역을 포괄하는 것은 아니지만, 재벌개혁감시단의 객관적 역량에 비추어 볼 때 4개 팀을 동시에 정상 가동시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따라서 현재 교수·변호사·회계사 등 14명의 위원과 상근간사 4명으로 되어 있는 재벌개혁감시단의 인적 구성을 확충하는 노력을 하면서, 당분간은 시급한 현안을 다루는 팀에 인적 역량을 집중 배치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재벌개혁감시단 내부의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기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당초 재벌개혁감시단의 발족 취지에 걸맞게 모든 시민·노동단체와의 연대를 강화하는 사업계획을 수립해 집행할 것이다. 데이콤·한국중공업의 재벌 인수를 저지하기 위해 시민·노동단체와의 연대활동을 이미 시작했으며, 재벌·금융·세제개혁을 위해 금융부문 및 언론부문 노조와의 연대도 곧 구체화될 것이다.

재벌개혁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과제가 아니다. 재벌개혁은 경제영역 내에서도 금융·공공부문·노사관계 개혁 등의 여타 과제와 결합되어 있으며, 또한 경제영역 외에서도 정치·사회·문화·의식 개혁의 영역과도 중첩되어 있다. 이 모든 개혁과제를 한꺼번에 더군다나 참여연대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재벌개혁이 이 모든 개혁과제의 핵심에 해당하는 것인 만큼 여타 시민·노동단체와 최대한의 공통분모를 찾아 연대함으로써 국민적 압박을 가할 것이다. 재벌개혁감시단은 결코 서두르지 않겠지만, 결코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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