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건전재정도 민생도 없이 긴축한 2025년도 예산안

재정준칙에 가로막혀 취약계층·서민의 팍팍한 살림살이 외면

부자감세로 인상률 줄인 기준중위소득, 약자복지로 내세우는 기만

묻지마식 군비 증강 말고 복지·기후위기 대응 예산 확충해야

정부가 오늘(8/27) 2025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민생 지원을 최우선으로 하고, 미래 도약을 위한 체질개선과 구조개혁에도 중점을 두었다지만, 2025년 총지출 예산은 677.4조 원으로 전년대비 3.2%가 증가한 수준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 5년간 평균 증가율 8.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보건·복지·고용 예산 증가율도 4.8% 수준으로 10년 새 최저 수준이었던 2023년도 이후 두 번째로 낮다. 윤석열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며 지출을 최대한 억제한 결과이다. 하지만 그렇게 허리띠를 졸라매고도 내년 관리재정수지는 -2.9%다. 최근 정부의 세수 예측이 번번이 빗나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가 주장한 재정준칙 기준(-3%)을 3년 내내 초과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즉, 이번 예산안은 건전재정도 민생도 모두 잃은 최악의 긴축 예산안이다. 정부 스스로 지키지도 못할 재정준칙에 가로막혀 취약계층, 영세 자영업자, 서민들의 팍팍한 살림살이를 외면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예산안이 인구변화의 구조적 위기, 경제위기, 기후위기 등 복합적 위기에도 대응할 수 없다는 점과 정부가 강조하는 재정준칙은 지출을 줄이는 방법뿐 아니라 세입을 확충하는 방법으로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세입확충을 통한 적극적 재정운용 기조로의 전환을 촉구한다.

2025년 예산안을 세부적으로 살펴봐도 ‘민생활력’, ‘미래도약’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29.7조 원 편성된 R&D 예산이 전년 대비 11.8%(3.2조 원)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지난해 국회에서 의결된 2023년 R&D 예산이 30.7조 원인 점을 고려하면, 작년 불거진 삭감 논란을 수습하는 정도일 뿐이다. 역대 최대 물량인 25.2만 호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고 강조하나 정작 공공주택 부문 예산은 3.2조 원 삭감된 14.9조 원이 편성되었다. 결국 민간 중심의 주택 공급을 하겠다는 셈이다. 한편, 신생아특례 대출 소득요건 완화(6,585억 원), 청년주택드림 대출(7,507억 원) 등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되는 ‘빚내서 집사는’ 정책대출 예산은 늘었지만, 한계에 다다른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금융지원 예산은 전년 대비 미미한 증액(소상공인 채무조정 1,700억 원, 소상공인지원(융자) 600억 원)에 그쳤다. 정부는 영세 소상공인 배달·택배비를 최대 30만 원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그보다는 플랫폼 시장의 공정화 등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 또한, 증액했던 지방채 인수 예산 2.6조 원을 100억 원으로 다시 삭감했다. 지방교부세를 줄이면서 편성했던 항목인데 이제는 그나마도 없앤 것이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세수 진도율 저하로 지방자치단체의 보통교부세가 3.2조 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24년 6월 국세 수입 기준)한 것을 고려하면 지방 재정운영 어려움이 현실화될 수 있다.

정부는 기준 중위소득을 4인 가구 6.42%로 역대 최대 인상이라고 자화자찬하지만, 이는 세수부족을 이유로 기준중위소득 산출원칙을 지키지도 않은 채, 인상규모를 과다하게 부풀린 것에 불과하다. 실제로 기재부는 기준중위소득 결정 과정에서 세수부족 등을 이유로 ‘기본 증가율’을 낮추자고 제안하지 않았나. 또한,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폐지는커녕 의료급여 본인 부담금 체계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개편하여 의료 문턱을 높였다. 필수의료 확충과 지역의료 복원을 위해 5년간 국가재정 10조 원·건강보험 10조 원+α를 투자하겠다지만, 박근혜 정부가 24.1조 원 규모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2014~2018년)을 추진한 것에 비하면 생색내기 수준이다. 게다가 전달체계개편, 주치의제, 혼합진료금지 등 지불제도 개혁 등 핵심개혁은 빠진 땜질식 정책이다. 이에 더해 기존 바이오헬스 R&D를 이름 바꾸고 미국의 대중국 견제 바이오프로그램을 모방한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를 또다시 내놓았다. 정부는 이를 약자복지라고 포장하지만, 약자를 거르고 제한하는 약자복지로 ‘생색’만 내고, 약자들에게 치명적인 ‘보건의료산업화’는 적극 추진하는 방향성의 재탕일 뿐이다.

정부는 내년도 공공주택 공급이 역대 최대 25.2만 호(공공임대 15.2만 호, 공공분양 10만 호)라고 강조하나, 정작 공공주택 부문 예산은 3.2조 원이 삭감된 14.9조 원이다. 예산은 줄이고 공급을 늘리겠다니, 주택 공급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정부는 예산 감소의 원인을 집행 방식의 개선(일시불→3년 분할)에 있다고 하나 사실상 세수 감소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 출범 후 장기공공임대주택 예산(융자·출자)은 연평균 17%가 삭감된 반면 분양주택·민간임대지원 예산(융자)은 연평균 40%나 증액했다. 또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물량은 2천5백 호 늘리는데 그쳐, 특별법 개정에 따라 본격화될 LH의 피해주택 매입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지 우려된다. ‘든든전세’(임대료 시세 90%, 최대 8년 거주) 공급과 예산(8,627억)을 신설했는데, 이보다는 도심내 주거취약계층과 저소득층을 위한 장기임대주택 확대가 우선되어야 한다. 특히 DSR 적용을 받지 않는 신혼부부버팀목대출과 신생아대출이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되는데도 되레 이를 확대하는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가계부채 증가가 가계와 국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음에도 반복되는 ‘빚내서 집사고, 세살라’는 정책은 철회해야 한다.

한편, 국방예산은 전년 대비 3.6% 증가하여 역대 최대 규모인 61.6조 원을 편성했다. 병 봉급 인상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상비병력 감축이나 군 구조 개편 등 종합적인 병역제도 개편 방안은 부재해 전력운영비 예산의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지출이 우려된다. 국방예산의 29.3%에 달하는 방위력 개선비는 18.1조 원으로 이중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과 보복 응징 등을 위한 한국형 3축 체계 사업 예산은 또다시 증액하여 6조 1,615억 원에 달한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장사정포 요격 체계 개발, 선제 타격을 위한 킬 체인의 핵심전력인 F-35A 추가 도입, 참수 작전을 위한 특수작전능력 제고 등의 예산이 대폭 확대되었다. 윤석열 정부에서 남북의 군사적 대결 국면이 더욱 심화되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매우 높아져 있다. 남한은 이미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1.6배에 달하는 금액을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다. 이러한 묻지마식 군비 증강은 군비경쟁의 악순환을 만들 뿐 한반도 평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정된 자원은 사회안전망 확충과 기후위기 대응 등 더욱 시급한 곳에 사용해야 한다.

이번 예산안에서 확인되듯이 감세 정책과 낮은 공공지출을 유지하면서 민생경제 회복과 복지 확대를 기대하는 것은 요원한 길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하고, 내년은 2.1%로 전망했다. 한국은행도 올해 성장률 전망을 2.5%에서 2.4%로 낮춰 잡았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작년 폐업을 신고한 사업자는 100만 명, 전체 사업자 중 폐업자 비율은 10%에 육박한다. 이처럼 경기 전망이 어두운데 재벌부자감세의 효과로 법인세 수가 16.1조 원 감소했다. 여기에 상속세 및 배당소득세 인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상위 1%를 향한 추가 감세방안이 2024년 세법개정안에 담겼다. 윤석열 정부 들어 경제·인구·불평등·기후위기에 더해 정부가 스스로 불러온 ‘재정위기’까지 드리우고 있다. 진정으로 ‘민생활력’과 ‘미래도약’을 위한다면 재정지출 감소로 민생이 악화되고, 이는 다시 세수 부족으로 이어지고, 재정은 더 위축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적극적인 재정 역할에 나서야 한다. 정부의 기조 전환과 이를 위한 국회의 역할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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