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재정개혁센터 조세정의 2025-08-04   14893

[논평] 대주주 과세 기준 환원은 공정과세의 복원

대주주 기준 완화가 시장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실증적 근거 부족
대주주 기준 환원은 ‘신설’ 아닌 ‘복원’, 정치권이 시장 불안 부추겨
주식시장의 건전한 발전 위해 공정하고 투명한 과세 시스템 구축해야

오늘(8/4)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상장주식 양도소득세에 대한 당 입장을 조속히 정리하겠다’며 주식양도세 공개 입장 표명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정부가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을 종목당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환원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시장과 정치권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도 입장 정리에 나선 것이다. 정부 방침에 대한 여론은 엇갈리지만, 그 본질은 ‘새로운 세금 부과’가 아니라 불공정하게 완화된 감세 기준의 정상화이다. 또한, 이는 향후 국정 과제 추진을 위한 재정 기반과 조세 형평성, 시장의 신뢰를 좌우하는 문제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지켜야 할 것은 조세정의라는 원칙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정한 과세 질서를 회복하는 일이다.

2022년까지 종목당 10억 원이었던 대주주 과세 기준은 윤석열 정부 시기인 2024년부터 50억 원으로 상향되었다. 기준이 10억 원이던 2022년 기준, 양도소득세를 납부한 투자자는 5,504명으로 전체 개인투자자 약 1,400만 명 중 0.04%에 불과했다. 이들이 매도한 주식은 약 9.9조 원, 실현한 양도차익은 약 7.3조 원이며, 납부한 양도소득세는 약 1.7조 원에 달했다. 1인당 평균 약 3억 원을 납부한 셈이다. 이는 극소수 고액 투자자들이 양도세의 실질적 납세 주체였음을 보여준다. 보유 자산 10억 원이 ‘서울 아파트 한 채’에 불과하다는 식의 수사는 오해를 낳는다. 주식은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한 고유동성 자산이며, 특정 종목에 10억 원 이상을 장기 투자할 수 있는 개인은 소득과 자산 측면에서 상위 계층에 해당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종목당 10억 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개인은 전체 투자자의 약 0.48%, 약 4만 3천 명이며, 1인당 평균 보유액은 74억 원을 상회했다. 다소 시차가 있는 자료이지만, 과세 기준을 충족하는 투자자층이 극소수 고액 자산가라는 점을 보여준다. 게다가 이는 종목 기준이며, 전체 보유액은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논의 중인 대주주 과세 기준 환원은 ‘새로운 세금 부과’가 아니라 ‘불공정하게 완화된 과세 기준을 원래대로 복구하는 정상화 조치’인 것이다.

반면, 대주주 기준 완화가 시장 활성화로 이어졌다는 실증적 근거는 부족하다. 일각에서는 “대주주 기준을 낮추면 연말 매도세로 시장이 왜곡된다”거나 “기준 완화가 주가 안정에 기여한다”고 주장하지만, 객관적 통계는 이 주장의 설득력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2022년 12월, 대주주 회피성 매도는 일시적으로 증가했지만, 연말 기준일 직후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 7,483억 원, 코스닥 시장에서 7,924억 원 상당을 다시 순매수했다. 이는 대부분의 매도가 과세 회피 목적의 일시적 포지션 정리에 불과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23년 12월에도 비슷한 양상이 반복됐다. 개인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한 달간 약 7조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4.73% 상승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7조 원 넘게 순매수하며 시장 하방 압력을 떠받쳤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주주 기준 변화와 주가 흐름 간의 인과관계는 불확실하다. 예컨대 2021년 12월, 대주주 기준이 10억 원이던 시기에도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오름세를 보였다. 기획재정부 역시 “2023년 기준 완화 이후에도 순매도 규모가 오히려 증가했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즉, 과세 기준 완화가 시장 안정에 기여한다는 주장엔 사실상 실증적 근거가 없다.

오히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대주주 과세 기준이라는 제도적 문제를 주가 등락과 동일시하는 정치권의 과도한 프레이밍 자체가 시장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과세 기준을 둘러싼 정치적 메시지 하나하나가 마치 주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과장되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세법 개정안 발표로 주가가 하락했다고 하지만 주가지수는 국내 과세정책보다는 글로벌 경기지표, 통화정책, 외환시장 상황 등 외생 변수에 훨씬 더 크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논란이 되는 ‘연말 매도세’ 현상 역시 과세 기준 금액의 문제가 아니라, 과세 기준일이 연말로 고정되어 있는 과세 구조에서 비롯된 기술적·제도적 문제다. 매도 후 즉시 재매수되는 사례가 반복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해소하려면 기준일 분산이나 실시간 과세 체계로의 전환과 같은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 단기적 반응을 피하기 위해 과세 기준을 완화하는 방식은 근본 해법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세법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훼손하고, 과세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

윤석열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인한 세수감소는 이미 현실화되었다. 정부 스스로 올해 세입경정을 발표했고, 윤석열 정부에서 발생한 세수결손만 무려 86조 원이다. 세법 개정이 없을 경우, 윤석열 정부의 감세효과로 이재명 정부 5년간(2026~2030년) 약 80조 원 규모의 세수감소가 예고되고 있다. 법인세 인하, 증권거래세 인하, 대주주 기준 완화 등으로 무너진 세입 기반을 복구하지 않으면, AI 육성, 민생 회복, 균형발전 등 어떤 국정과제도 지속 가능하지 않은 이유다. 대주주 기준 환원은 새로운 증세가 아니라, 감세로 훼손된 조세 기반을 바로잡는 최소한의 조치이다. 시장 반응은 민감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 신뢰는 특혜가 아니라 공정한 규칙에서 비롯된다. 대주주 기준 환원은 조세정의 회복이자,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 추진의 재정적 출발점이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더불어민주당이 지금 이 중요한 시점에서, 국민 다수에게 공정한 조세 원칙을 지켜내는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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