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형평성과 정책 일관성 외면한 퇴행적 선택해선 안 돼
차명거래 의혹까지 제기, 공정과세 원칙 바로세우는 결단 내려야
언론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상장주식 양도소득세의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환원하려는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정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반발’과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정부에 우려를 전달하겠다는 기류가 감지되는데, 이는 본질적으로 감세 특혜의 지속을 의미하며 조세 형평성을 훼손하는 방향이다. 특히, 오늘(8/5) 불거진 이춘석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억대 주식 차명거래 의혹은 고위공직자의 실명제 준수와 과세 투명성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낳고 있다. 대주주가 아닌 경우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지 않는 구조에서 대주주 기준은 실질적인 과세와 거래 투명성을 가르는 최소한의 장치다. 결국 지금 시급한 것은 감세 특혜가 아니라 실명제와 공정과세 원칙을 바로 세우는 일임을 보여준다.
대주주 기준의 환원은 ‘새로운 세금 부과’가 아니라 ‘기준 복원’이다. 종목당 10억 원 기준은 윤석열 정부 이전까지 수년간 유지되어 온 과세 원칙이었고, 이를 다시 정상화하겠다는 것이 이번 정부안의 핵심이다. 10억 원 이상 단일 종목을 보유할 수 있는 개인은 전체 투자자 중 0.4%에 불과한 고액 자산가들로 이들이 납부한 양도소득세는 연간 1조 원 이상에 달했다. 이처럼 대주주 기준 환원은 국민 다수가 아닌, 소수 고액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정과세 조치이며, 자산 규모에 따른 과세 부담의 정당한 분배다.
대주주 기준 완화가 시장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주장은 실증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다. 이른바 연말 매도세 현상은 기준 금액의 문제가 아니라 과세 기준일이 연말로 고정돼 있는 제도 구조 탓이다. 실제로 매도 직후 재매수가 반복되는 등 시장 왜곡은 일시적 현상에 불과했고, 과세 기준 변화와 주가 흐름 간의 인과관계도 불분명하다. 예컨대 대주주 기준이 10억 원이던 2021년 12월에도 코스피와 코스닥은 상승세를 보였으며, 기준이 50억 원으로 완화된 2023년에는 개인 투자자의 순매도 규모가 오히려 증가했다. 과세 기준은 주가의 장기 흐름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라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대주주 기준 환원이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주장이 반복되는 것은 실증에 근거한 분석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 오히려 일관된 과세 원칙이야말로 투자자 신뢰와 시장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기반이다. ‘시장 충격’을 이유로 소수 고액 자산가에게 예외를 두는 것이야말로 조세 형평성과 시장 공정성을 해치는 일이다.
그런 가운데 이춘석 위원장의 억대 주식 차명거래 의혹이 불거졌다. 차명거래는 사실 여부는 조사가 필요하지만, 국회 본회의장에서의 주식 거래 행위만으로도 공직자로서 매우 부적절하다. 또한 이는 실명제와 과세 투명성에 대한 공직자의 인식과 책임의식을 되묻게 한다. 이러한 일이 반복된다면, 실명 기반의 과세 질서 자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지금처럼 과세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현재 상장주식 양도차익은 대주주가 아닌 경우 과세되지 않기 때문에 과세 여부를 가르는 대주주 기준은 사실상 주식 부의 투명성과 형평성을 가늠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그 기준이 느슨할수록 실질 보유 주체를 감추는 차명거래의 유인이 커지고 과세 사각지대도 확대된다. 실명제 회피와 과세 회피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지금 정치권이 지켜야 할 것은 감세 특혜가 아니라 실명제와 공정과세 원칙이다.
조세정의는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공적 책임의 기준이다. 세수효과가 크지 않더라도, 그 상징성과 과세원칙의 일관성은 매우 중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여론을 의식한 감세성 후퇴가 아니라, 공정과세에 대한 정치권의 확고한 의지다. 특히, 금융투자소득세가 폐지된 이후, 고소득 금융소득에 대한 공정한 과세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금융투자소득세가 겨냥했던 과세체계의 불합리 해소는 미뤄진 채, 대주주 기준 환원과 같은 최소한의 정상화 조치마저 외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은 개미투자자의 이름 뒤에 숨은 고액 자산가의 특혜를 감싸는 선택이 아니라 차명거래 논란까지 불거진 지금의 상황에서 공정과세 원칙을 지켜내는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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