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국세청은 답하라 [4] 공개서한 발송

참여연대 조세개혁팀장이 국세청장에게 보내는 공개편지(4)

안녕하십니까?

청장님.

공공부문 혁신대회에서 국세청이 대통령상을 수상한게 지난 6월이던가요? 뒤늦게 나마 청장님께 축하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제가 알기에도, 청장님께서는 지역담당제를 폐지하고 납세자보호담당관제를 신설하는등 많은 업적을 남기셨습니다. 그런데, 일선세무서에서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초, O씨는 서울시에 소재한 J주택에 대하여 탈세제보를 하였습니다. 94년에 설립된 J주택은 94년 부터 98년까지 약165억원의 도급공사 실적을 올렸는데도, 그동안 한번도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신고하지 않아 O씨가 탈세제보를 하게 된 것입니다. 165억원의 도급실적중 소멸시효가 지난 94년 공사분을 제외한 148억원에 대하여 B세무서에서 세무조사를 한 결과, 약 2억4천만원의 부가가치세와 4천9백만원의 소득세를 추징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는 아무리 보아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과입니다.

우선, 148억원의 매출에 대한 소득세 추징액이 고작 4천9백만원(본세 37,500천원, 가산세 11,500천원)이라뇨? J주택과 같이 도급공사를 하는 건설업의 경우, 98년 귀속 표준소득률은 8.8%입니다. J주택에 대하여 표준소득률로 소득세를 계산할 경우 6억1천2백만원(본세 4억7천1백만원, 가산세 1억4천1백만원) 정도가 나옵니다. 소득세 추징액이 표준소득률을 기준으로 계산한 소득세액의 10%도 안된다는 사실을 청장님께서는 이해하시겠습니까? 이렇게 이상한 결과가 나온 이유는 공사원가를 과대하게 계상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제보자는 371,000천원의 원가가 과대계상된 사실을 확인했는데, 제보자가 직접 확인하지 못한 것 까지 포함하면 그 금액은 훨씬 늘어나겠죠.

또한, 부가가치세를 의도적으로 줄여서 추징한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J주택이 건축한 건물중 수지읍에 소재한 상가건물이 있는데, 세무서에서는 이 건물을 부가가치세 비과세대상인 ‘국민주택 규모 이하의 임대주택’으로 보아 부가가치세를 과세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건축물대장에 버젓이 상가건물로 표시되었는데도 말입니다.

정식으로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은 J주택이 설립이후 6년 동안 한번도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신고를 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하여 관할세무서에서 자체적으로 세무조사를 한번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 역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아 놓고 일정기간 매출실적이 전혀 없는 사업체에 대하여는 사업을 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여 사업자등록을 직권으로 말소하거나, 실제로 사업을 하는 것이 드러난다면 세무조사를 하는 것이 관례 아닌가요?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일이 가능했던 배경에 대하여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다만, J주택의 담당 세무대리인이 관할인 B세무서의 간부출신이라는 사실이 우리에게 뭔가 암시를 주고 있을 따름입니다.

이 사건은 조만간에 모언론사에서 보도될 예정으로 알고 있습니다. 보도된 후, 국세청 감사실에서 이 사건을 조사하고, 관련자를 문책하겠죠. 그런데, 한가지 걱정이 따릅니다. 만약, 이 사건의 관련자가, “내가 잘못한건 인정한다. 하지만, 높으신 양반들이 나를 벌할 자격이 있나? 높으신 양반들은 재벌이 수천억원씩 변칙증여하는 것을 보고도 가만히 있지 않았는가? 확실한 증거가 있는 사건조차 그냥 깔아뭉개지 않았는가? 나와 높으신 양반들의 차이점이 있다면, 높으신 분들은 큰 도적을 봐주고, 나는 작은 도적을 봐준 것 뿐이다!” 라고 항변하면, 어쩌죠?

지난 9월 25일에 한국행정연구원은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기업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공직분야 중 부정부패가 가장 심각한 직종으로는 정치인(67.2%)이 꼽혔으며 그 다음으로 세무공무원(7.2%) 경찰공무원(6.8%) 순이었다는 것입니다. 공공부문 혁신대회에서 대통령상까지 받았는데, 국세공무원이 부패 공직자 2위를 차지하다니, 참 아이러니입니다.

중국 고전인 서경(書經)에 ‘爲山九  巧虧一 (위산구인 교휴일궤) ‘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이는 ‘구인(72척)의 높이로 산을 만들었으나, 그 공이 삼태기 하나로 무너진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청장님을 비롯하여 많은 국세공무원들이 노력한 결과, 국세청은 괄목할 만한 세정개혁을 이루어 냈습니다. 그런데, 이재용씨의 탈세사건에 대한 국세청의 미심쩍은 처신으로 인해 그동안 국세청이 쌓은 국민적 신뢰가 한꺼번에 무너지지 않을까 심히 걱정되는 것입니다.

한 마음이 청정해지면 온 세계가 청정해지고, 한송이 꽃이 피어나면 수천수만 송이의 꽃이 피어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 집안에서도 가장의 마음이 청정해야 화목하고 깨끗한 가정을 이룰 수 있습니다. 청장님, 이재용씨의 탈세의혹 사건에 대하여 한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법과 원칙에 따라 조속히 처리해주십시오. 그래야, 말단 국세공무원까지 청장님의 청정함을 본받아 깨끗한 국세청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2000년 11월 27일

참여연대 조세개혁팀장 윤종훈 올림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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